깨달음의 길라잡이

Panna Vamsa 2009. 6. 12. 16:48

범소유상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는 잘못된 번역인가

 

5장의 핵심부분을 직역하면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으므로 여래라고 보면] 그것은 거짓이다. [32가지 대인]상을 구족[했으므로 여래라고 보지] 않으면 그것은 거짓이 아니다. 참으로 이와 같이 [32가지 대인]상과 [32가지 대인]상이 아니라는 [두 측면에서] 여래를 보아야 한다.(제5장)”가된다.

이것을 구마라즙은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로 옮겼고 현장은 乃至諸相具足皆是虛妄 乃至非相具足皆非虛妄 如是以相非相應觀如來로 직역하고 있다.

앞의 4장에서는 니밋따 산냐를 가지지 말 것을 설하셨고 본 장에서는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여래가 32상을 구족했기에 여래가 되었다는 산냐를 세우지 말 것을 당부하고 계신다. 예나 지금이나 외모와 외관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지대하다 하겠다. 외모나 외관은 인간의 조건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가지고 구경의 경지를 논한다면 그것은 보편적인 진리는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제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런 산냐를 본 경에서는 먼저 들어서 척파(uparodhana)하고 있으며 다음에도 계속해서 세 번을 더 문장을 바꾸어가면서 설하고 있다.

금강경의 한역 전체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는 바로 이 부분이다. 발제자가 “[32가지 대인]상과 [32가지 대인]상이 아닌 [두 측면으로]부터(laks*an*a-alaks*an*atas)”로 옮긴 원문은 탈격(Ablative, ‘~로부터’의 의미)으로 쓰였다. 그래서 ‘이런 두 측면으로부터 여래를 봐야 한다’, 즉 ‘이런 두 측면을 다 고려하여서 여래라는 견해를 가져야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의미라 하겠다.

구마라즙은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라고 의역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상이 락샤나(laks*an*a)의 번역인 줄 알아서 32상으로 이해한다면 ‘여래가 가지고 있는 32상 등 수승한 상이 모두 사실은 허망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 상이 허망하여 실재가 없는 것으로 여래를 봐야 한다(즉견여래)’라고 이해할 수 있으니 무리가 없는 번역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범소유상을 원문 없이 해석한다면 무릇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상, 표시, 게다가 이 경의 키워드인 모든 산냐로 이해하고 나아가서 산냐든 니밋따(겉모양)든 락샤나(32상)든 이런 것들은 참으로 허망한 것이다. 그러니 그 상이 상이 아님을 알 때 참으로 여래를 아는 것이 된다라고 이해한다면 원문의 의미를 넘어서 버린 해석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나 참으로 구마라즙을 천재라 아니할 수 없고 그의 번역팀들이 뛰어난 분들이라 아니 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단순한 듯한 구문을 가지고 금강경이 설하고자 하는 근본을 멋지게 표현해내어 금강경을 대표하는 구절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게다가 산문이 아닌 운문으로 살려내었다. 이런 의역이 잘 된 것인지 못 된 것인지 아니 필요한 것인지 너무 앞서간 것인지는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는 자들이 판단할 문제인 것 같다.

아무튼 이런 축자적이고 운율과 깊은 의미까지 갖춘 금강경 번역본이었기에 1600년이란 세월 동안 불자들의 사랑과 영감과 귀의를 받아왔고 요즘은 이 [구마라즙본] 금강경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으니 매일 몇 독(讀)씩 하면 무병장수에 지혜가 생기고(뜻은 전혀 몰라도 상관없음) 귀신들이 보이고 천도되고 운운하면서 정말 이상한 산냐를 만들어가기까지 하는 것 같아 유감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