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늙은도령 2012. 10. 13. 01:24

핀란드 경제의 반을 차지한다고 알려진 휴대폰의 최강자 노키아의 몰락이 예사롭지 않다.

MS의 시장 독점과 통신망의 부실 때문에 한국에서조차 대중화에 실패했던 스마트폰이 제대로 된 통신기술조차 없었던 애플에 의해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난공불락의 노키아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실 핀란드의 국민경제를 떠받치던 노키아는 기업의 소유권을 사회에 돌려주고 경영권을 세습 받는 형식으로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스웨덴의 발렌벨리 그룹과 함께 재벌의 모범적 사례로 꼽혔던 세계 최고의 기업이었다.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 발렌벨리 그룹과는 달리 드러내되 국민경제와 함께 하는 노키아가 가장 신자유주의적인 기업인 애플에게 무너져 내린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노키아에 이어 휴대폰 시장 2위를 달리던 삼성전자는 애플의 파상공세를 뚫고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퍼스트 무버’가 아닌 ‘패스트 팔로어’에 불과했던 삼성전자가 단 3년 만에 애플을 따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고, 정보통신 업계의 절대강자였던 노키아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

 

 

먼저 노키아를 살펴보자.

모토로라와 함께 가장 많은 통신기술 특허를 가지고 있는 노키아는 휴대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휴대폰 사업을 줄이고 쉽사리 스마트폰으로 갈아 탈 수 없었다.

 

 

노키아는 휴대폰에 집중해 세계 최고의 기업에 올랐기 때문에 그 거대한 시장을 두고서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했던 스마트폰으로 주력 사업을 옮긴다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빅 블루’였던 IBM이 무서운 신예인 MS에 무너지고, 부유한 아버지가 된 MS가 다시 지독한 도전자였던 구글과 애플에 무너진 것처럼, 불멸의 노키아도 ‘승자의 역설’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노키아는 또한 저용량 컴퓨터에 휴대폰 기능을 더한 것에 불과했던 스마트폰의 시장 확대가 1~2년 사이에 몇 십 년 동안 구축된 휴대폰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장기 계약을 통해 휴대폰 부품을 조달받는 생산방식도 노키아의 변신을 가로막았고, 뒤늦게 MS의 운영체계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았지만 iOS를 탑재한 아이폰 사용자들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정치권과 경제 계획을 공동으로 세울 정도로 국민경제를 떠받치던 기업이라는 점도 운신의 폭을 줄였고, 정리해고 등도 쉽게 단행할 수 없는 등 이 모든 것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노키아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이에 비해서 모든 제품을 직접 양산하는 전통의 제조업체였던 삼성전자는 북미에서조차 애플의 파상공세와 저급한 소송전쟁을 뚫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계열사를 통해 공급받는 삼성전자는 모든 종류의 제품을 라인업하는 방식(그중에서 성공한 것에 집중하며 그것이 실패한 것들을 만회하고도 남음)과 이미 10년 전에 스마트폰을 제조했던 경험까지 더해 불과 3년 만에 스마트폰의 절대 강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옴니아 시리즈라는 참혹한 실패를 밑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기술자들을 대량 스카우트하게 만들었고, 휴대폰 라인업을 대폭 줄이는 대신 가난한 나라를 부유한 국가로 만드는 대표적인 방식이자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역설계’를 통해 아이폰 분해해 그 운영체계까지 밝혀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었다.

 

 

아이폰에 참패한 이후 삼성전자 기술진들은 아이폰을 분해해 단 이틀 만에 거의 모든 기능을 판독해냈고 하루만에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냈고, 아이폰을 넘어설 수 있는 단서를 일주일 안에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특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모든 악덕의 상징인 오너 경영은 빛을 발했다.

전문경영인으로써는 쉽게 내릴 수 없는 대규모 투자와 주력 제품 변화에 대한 결단을 오너인 이건희 회장이 발 빠르게 내렸고 전 그룹이 갤럭시 시리즈에 집중해 아이폰과의 정면 대결을 성사시키기에 이르렀다.

 

 

대박 조짐을 보이는 갤럭시 노트는 초기 스마트폰에 있었던 펜 기능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라 애플과의 전쟁이나 특허 소송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아울러 4세대 통신인 LTE 관련 특허 최대 보유 기업이라는 것과 휴대폰 시장의 강자였던 관계로 전세계 이동통신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도 삼성전자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이동통신사와의 협조 없이는 판매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폐쇄적 운영체계를 고수하는 애플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반면에, 단말기 보조금에 통신기술까지 지원하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또한 애플의 폐쇄적인 OS정책은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오픈 정책을 구사하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구글 연합군에게 반격의 기회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전세계적으로 충성 고객을 만들어 자신의 제국을 이끌어가겠다는 전략은 혁신이란 화두에 집중하기 위해 모든 생산을 아웃소싱으로 돌린 결과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1년에 하나의 제품만 내놓는 느린 발걸음을 자초함으로써 혁신의 무게가 스스로를 짓누를 수 있는 모순적 상황을 만들었다.

 

 

이런 전략은 완벽을 추구하는 고집스런 스티브 잡스의 선택에서 나왔지만,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해 시장을 넓혀야 하는 각국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몇 개월마다 신제품을 내놓은 삼성전자에 더 기대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각국의 이통사들과의 공동마케팅 전략으로 이어져 신규시장은 물론 애플의 시장마저 파고들게 만들었다.

 

 

디자인과 핵심 기능만 직접 설계하는 애플이 모든 생산을 저임금노동자들을 고용한 대만계 기업인 폭스콘에 의존하고, 부품들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외부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 것도 전통의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혁신적 제품이란 계속해서 나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one more’라는 정책은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악수로 돌변할 수 있다.

작지만, 끊임없는 기능 향상을 통해 다양한 제품군을 내놓아 소비자의 선택 범위를 넓혀준다는 의미에서 삼성전자의 다품종 전략은 이익률에서는 떨어지지만 애플의 전략과 정반대에 위치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사실 애플의 iOS와 앱스토어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제조업 해외 이전과 아이디어 산업 육성 정책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패스트 팔로어’이자 제조업체의 절대강자인 삼성전자가 아이디어 산업의 결과물인 애플과의 전쟁에서 운영체제로 맞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이 제조업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자체 기술로 스마트폰 제작에 들어간 시점에서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절대명제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스마트폰 이후의 정보통신 흐름을 예측한다는 것도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고 소비자의 취향도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삼성전자가 당분간은 각국의 이동통신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전통의 ‘패스트 팔로어’적인

제조업에 치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

자체 운영방식인 바다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최후의 격전을 치를 때에나 선택해야 할 카드로 남겨두고 당분간은 안드로이드 연합군의 쌍두마차로 애플에 맞서는 것이 유리하리라 판단된다.

 

 

정보통신제품 분야의 제조 및 생산 능력 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했던 일본의 대기업들(소니와 샤프, NEC 등이 대표적)이 소프트업체로 변신한 이후에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것과 비교하면 충분한 반면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애플의 파상공세의 결과인 노키아의 몰락과 삼성전자의 반전을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더 있다.

하지만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운명이 정반대의 결과로 귀결된 것은 재벌이라는 수직계열화된 체제를 통해 모든 제품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공급하며 전문화하는 빠르고 집중적인 대응에 있었다.     

 

 

사 사옥을 매물로 내놓은 노키아도 대규모 인력조정에 들어갔고 본사까지도 외국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조업의 저력이란 하루 아침에 세워지는 것도 아니지만, 반대로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노키아의 회생은 느릴지라도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삼성전자의 반전과 성공은 삼성 특유의 관리시스템과 제조업에서의 우위, 수직화한 계열사와의 공동 작업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회사의 주력 제품의 방향을 결정한 오너의 결단(이 부분이 재벌 체제의 딜레마다)에 의해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다만 최근에 들어 모든 사업구조를 스마트폰에 맞추느라 모든 라인업을 갖춰 어떤 변화에도 발빠르게 대응한다는 삼성전자 특유의 제조업 마인드가 약해질까 걱정이다.

새로운 제품의 등장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 해도 어디선가 제2의 애플이 자라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 하나에 올인하는 전략은 새로운 제품이 등장했을 때 발빠른 대응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상의 차이들이 삼성전자로 하여금 노키아와 다른 길을 가게 만들었고 소송 전에서 반격을 당한 애플마저도 아주 작지만, 조금씩 위기로 접어드는 기미가 보인다.

아직 애플의 위력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삼성전자의 무서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삼정전자가 더욱 성장하려면 스웨덴의 발렌벨리 그룹처럼 이익의 사회 환원과 협력사와 합청업체들에게도 더 많은 이익을 제공하는 공생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지금보다 민주적인 방식의 기업 운영과 1등 기업으로써의 보다 많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 공헌에 매진해야 한다.  

 

 

기업이 이윤만 내는 집단이라는 생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국민이 갈수록 윤리적 소비에 눈을 뜨듯이 삼성전자도 윤리적 기업이란 미래의 트랜드에 적합한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삼성이 윤리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는 일이라 봅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기사회생의 발판이 된 갤럭시 시리즈만 보더라도 자신이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완성품을 베껴 만든 제품이죠.
거기에 태블릿 피씨는 외형까지 완벽하게 베껴 만들었죠.
거기에 자국민을 호구로 만드는 가격정책까지... 언론을 통한 판매량 부풀리기는 애플소송의 평결에 나온 자료와 비교해보면 분식회계를 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까지 들게하죠.
그런 회사가 윤리적인 경영을 한다는 것은... 탱화에 예수 모습이 나오는 것 만큼이나 믿을 수 없는 것이죠.
애플 소송의 결과가 하나씩 뒤집히는 것을 확인해 보십시오. 제가 사업할 때 한국에서 이미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기술의 대부분은 만들어진 상태였습니다. 베끼지는 애플이 했지요.
삼성전자도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치를 수 없기 때문에 윤리적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정치권이 무조건 삼성 때리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처럼 말하지만, 현실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치도 않습니다. 재벌체제가 주는 경쟁력은 유지되어야 합니다. 다만 윤리적 기업으로써 거듭나는 것을 전제로 해서요.
실제 현장에서 보는 것과 그냥 밖에서 공자님 말씀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