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SOArt 2014. 11. 25. 15:29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정희성 시인, 전 중고등학교 교사

출생 1945221(69), 경남 창원시

데뷔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변신'

학력 서울대학교 국문학과외 1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나 용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부터 숭문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6년 민족문학작가회의 16대 이사장으로 선출되었다. 약력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변신으로 등단하여 시집 답청(踏靑)』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시를 찾아서』 『돌아다보면 문득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불교문학상만해문학상이육사시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숭문고등학교 국어교사로 35년 봉직하였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3 25회 지용문학상 수상자에 정희성(68) 시인이 선정됐다.

 

지용문학상 수상시

 

<그리운 나무>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 가지로 벌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지금 날씨도 꾸물거리고 바람도 적지 아니 세차게 불어대는 산촌의 을씨년스러운 오후의 한나절입니다.

 

수 년 전 별채 목공예작업실에서 본채 옆 테라스”(그럴듯하게 말을 하자면 그렇고 빨리 말하면 그냥 초라한 우거寓居 작은 마당”)에 작업실의 축경사기(둥근톱 기계) 등 목공용 기계를 방치해 놓았다가 며칠 전부터 지붕을 씌우고 전천후 작업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무리작업을 진행하다가 불현 듯 지나는 바람이 너무 쓸쓸하여 작업을 때려치고 사다리에서 내려와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요즈음 유난히 늙어가는 아내는 오늘 아침 일찍이 서울의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을 하여 더구나 적적한데, 날씨마저 바람 불어 싫은 날, 따뜻한 커피 한잔 내려 마시려고 헛김을 쐬봅니다.

 

며칠 전 딸아이가 선물한 신선한 볶은 커피콩(원두)을 분쇄기에 갈며 은은하게 스며드는 커피향에 코를 묻고 살며시 빠져봅니다.

 

핸드드립커피의 매력은 볶은 원두를 분쇄기에 갈면서 맡는 향과, 몇 가지 드립법에 의해 뜨거운 물이 여과지를 지나 커피로 추출될 때의 향, 그리고 잔에 따를 때의 커피향과 신선하고 쓴 듯, 신 듯, 단 듯, 구수한 맛과 바디감을 음미할 때의 작은 행복감이 아닌가 합니다.

 

싸구려 원두 커피들을 믹스하여 대형 체인을 통해 손님에게 비싸게 팔아먹는 스타벅스 등의 찌들고 오래된 커피의 맛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기도 하지요.

 

지인, 벗님들 그리고 이웃들과 다정한 교감을 위하여 배운 핸드드립커피이지만 오늘같이 밖의 날씨가 스산할 때에는 열일 제치고 안에 들어와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은근한 기쁨을 누리기에 제격입니다.

 

오늘은 에디오피아EthiopiaSidamo지방에서 생산된 예가체프Yirgacheffe 원두를 분쇄하여 크로버 드립법에 의한 핸드드립으로 커피 맛을 감상해봅니다.

 

때로는 쓸쓸하지만 적막하지만 강원도 산촌의 한 자락에서 지내는 초겨울의 맛은 그런대로 쓸 만합니다.

 

챠이코프스키를 듣는다던지, 해가 질 황혼녘에 불을 끄고 Frank Pourcel“Merci Cherie”를 같이 한다면 비록 한촌의 오후이긴 하지만 한껏 멋을 부린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정희성 시인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도 가끔 애송해보기도 하지만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의 이 구절도 때로는 마음을 적셔주기도 하는군요.

 

사람이란 다 가는 날 그렇게 가는 거겠지만 나도 어느 누구엔가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주고 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