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다헌정담(茶軒情譚)-일상의 談論

SOArt 2015. 3. 22. 23:11

 

                                                            

 

 

                                  수종사 뒤꼍에서

 

                                                                 공광규 

신갈나무 그늘아래서 생강나무와 단풍나무사이로

멀리서오는 작은 강물과 작은 강물이 만나

같이 흘러가는 큰 강물을 바라보았어요

서로 알 수 없는 곳에서 와서 몸을 합쳐

알 수 없는 곳으로 멈춘 듯 흘러가는 강물에

지나온 삶을 풀어 놓았다 그만 뚝!

나뭇잎에 눈물을 떨어뜨리고 말았지요

눈물에 젖어 반짝이는 나뭇잎이 가슴을 일깨웠어요

눈물을 사랑해야지 눈물을 사랑해야지 다짐하다가

뒤꼍을 내려오려고 뒤돌아보는데 나무 밑동에 

누군가 단정히 기대어 놓고 간 시든 꽃다발

우리는 수목장한 나무그늘에 앉아있었던 거지요

먼 후일 우리도 이곳에 와 나무가 되어요

그늘을 만들어 누구라도 강물을 바라보게 해요

매일매일 강에 내리는 노을을 바라보고

해마다 푸른 잎이 붉은 잎으로 지는 그늘이 되어

한번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는 삶을 바라보게 해요


 

 

 

 

공광규 

 

공광규 시인

출생   1960년 6월 15일 (만 54세)충남 청양군
학력   동국대학교 국문과
데뷔   1986년 동서문학 '저녁1' 등단
 
수상   2009 제4회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수종사는 예전 그러니까 60년대말에서 70년대 초에 자주 오르던 남양주군의 운길산에 있는 고찰입니다.


저와 같이 등산을 다니는 팀들은 수종사를 운길이네 뒷동산에 있는 절이라고 부르곤 했지요.

왜냐하면, 저는 그 당시만 해도 등산을 다니면 주로 종주등반을 했기에 체력 소모가 많이 되어

저의 등반클럽을 따라 다니던 사람들은 매우 힘들어 했었습니다.


서울에선 당일산행으로 근교의 북한산, 도봉산 등을 종주등반을 하려면 아침 일찍 산에 올라

해가 질무렵까지 강행군을 하니,  매우 힘들어하면서도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잊지 못해  하산 길에서는, "다음 주에는

어느 산으로 가요.......?" 하면서 다음 주 산행을 기약하곤 했었지요.

그 당시에는 교통편이 그다지편리하지 않아서 휴일 당일은 서울의 도봉산,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그리고  서울근교의

관악산, 청계산, 운길산..... 등등을 올랐고,

토요일과 일요일 1박2일의 산행에는 좀 더 멀리 용문산, 명지산, 운악산, 삼악산.... 등등 시외버스나 기차를 이용해

등반을 하였었고, 설악산 등 멀리 있는 산은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장거리 등반을 하였던 때였습니다.

 

같은 산을 올라도 남들은 짧은 코스로 오를때, 우리는 항상 긴 코스로 종주등반을 하였기 때문에 어쩌다가 봄, 가을엔

한 번씩  다리를 쉴 겸 수종사가 있는 운길산에 오르곤 하였습니다.

 

수종사의 천년 가까이 된 은행나무는 용문산의 은행나무에  버금가는 노령의 나무로 가을에는 아주 빼어난 모습으로

저 멀리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철교와 다리가 걸쳐진 강물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곤 했지요.

 

양수리 두물머리는 운길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욱 아름답고. 마음 속 깊이 숨겨져 

있던 그리움이 조용히 가슴에서 새어나와 하염없이 은행나무 아래로 운무처럼 가득히 흘러 세상의 모든 생각과 시름을

거두게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수종사에 오르면 절을 찾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보시하는  찻집 삼정헌에 들어서 녹차 한 잔 하며 두물머리를

보는 행복도 맛 볼 수 있어서 좋긴 하더군요.

 

무릇 산사를 찾는 사람들은 모두가 부처라고 하듯이, 산 속의 고요함과 절을 오르며 만날 수 있는 온갖 나무와 꽃, 풀들은

우리를 선하고 착하게 하며, 산 길을 오르며 자신을 성찰하게 함은 세파에 찌든 영혼에게  더욱 자주 산에 오도록 손짓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언젠가 수종사 은행나무 근처의 어느 이름이 없는 나무라 해도 "내 죽으면 그 나무 아래 수목장을 하고 나무와 벗하며 양수리의

황혼을 항상 보았으면.........."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제라도 봄에 한 번, 가을이면 한 번, 아주 오래 40여년 전 즈음에 올랐던 수종사에 올라 삼정헌이라는 산사의 찻집에서

산을 오르는 객에게 보시하는 차 한 잔 마시고,  얄팍한 불전이라도 올려놓고 저 멀리 그윽한 양수리의 풍경을 보고 싶습니다.

 

아직 운길산 수종사에 가보시지 않앗다면 꼭 한 번 올라가서 보시도록 권해드립니다.

불자들은 차를 타고 양수리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찻길도 닦여 있지만 그리 험한 길은 아니니 운동삼아, 산림욕을

즐기며 벗과 가족과 담소하며 오르는 길 앞엔 행복과 즐거움이 함께 하리라 생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