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SOArt 2017. 7. 1. 13:30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오광수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습니다.

사는 모습이 궁금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내 가슴속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인제 와서 아는 척해서 무얼 합니까?

인제 와서 안부를 물어봐야 무얼 합니까?

어떤 말로도 이해하지 못했던 그때의 일들도

오묘한 세월의 설득 앞에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그저 웃는 모습 한번 보고플 뿐입니다.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내 가슴속에 그려져 있는 얼굴 하나가

여느 아낙네보다 더 곱게 나이 들어가도

환하게 웃고 있는 미소는 그때 그대로

그렇게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삶이 혹시나 고단하시면

당신의 모습에서 그 미소가 사라졌다면

나는 가슴이 아파서 어찌합니까?

그래도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오광수시인

출생 1953318(64), 울산

학력 도계고등학교

데뷔 2000'대한문학세계' 등단

 

어쩌다가 혼자 있게 된다든지 또는 나만의 공간에서 글을 쓴다던지, 음악을 들을 때 누군가가 한 번은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 대상이 옛날 아주 어렸을 적 초등학교 시절의 또렷이 얼굴이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그 형상이 머리 속에서 피어올라 참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정말 나하고는 친한 친구였고 참 착한 친구이며 나를 자기만큼 알아주고 아껴주고 토닥거려주는 어릴적 어린 친구가 지금으로부터 60여년도 지난 그 시절에 있었습니다.

 

그 시절 6.25 동란이 끝나고 누구나 거의 다 어려운 시절이어서 어린 마음이지만 더 서로를 토닥거려주고 지지해주고 흔치 않던 군것질 거리도 아까워하지 않고 나누어 먹던 그 시절의 친구가 하나 둘 쯤은 누구나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게 마련이어서, 그 후 경쟁이 심한 중학교 입시를 치룬 후 각자의 진학하는 학교가 달라진 후 부터는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거나 또 부모를 따라 전학을 가면서 서로의 어릴 적 우정은 추억으로만 남게 되는 가 봅니다.

 

게다가 고등학교도 또한 경쟁 입시여서 중학교 시절의 가까운 친구와도 헤어지게 되는 경우도 많아 그리운 친구는 하나하나 더 많아지게 마련인가 봅니다.

 

더구나 그 당시에는 소위 일류 명문 중, 고등학교가 있었고 그 중에서 서울에서는 5대 공립과 5대 사립 중, 고교가 있던 시절이었고 그 학교의 출신들은 서울대에 몇 명이 입학하느냐에 따라 그 순위가 매겨져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기회가 균등한 호시절이기도 하였습니다.

 

요즈음에야 소위 금수저, 흑수저 집안이니 그러한 집안의 자손이니 하여 그 인간의 값이 매겨지니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시절은 아예 강 건너 간지가 오래 된 것 같습니다.

하긴 오륙십 년 전인 그때에는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빈부의 차가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고관대작의 자식이던 천 섬 만 섬을 일구는 집안의 자식이던 간에 대학까지도 교복이란 것이 있어서 겉으로 나타나는 입성으로는 부잣집 자식인지 없는 집의 자식인지 잘 구분이 되지도 않았고, 또 당사자들도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교우관계가 이루어져 부잣집이나 고관대작 집안의 자식과 개천의 용과도 별 거리낌 없는 진정한 우정도 이루어지던 시대였습니다.

 

이러구러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교육과정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혼자 책임지며 사는 인생살이의 지게를 짊어지면서 그 학창시절의 우정은 추억으로 간직한 채 자식들을 키우고 가세를 일으키며 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이라 하겠지요.

 

그러다가 사회적인 인정을 받던 생활이 퇴직으로 뒷방 영감으로 전락이 되면 각자 오만 가지 생활의 형태로 노년을 살아가게 되면서, 때로는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의 우정과 사랑을 같이 하였던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문득 눈앞에 멈춰 설 때가 있습니다.

 

! 그 착하고 나와 단짝이던 친구는 그 후 무얼 하며 어떻게 살아왔을까?

아련히 멀리서 가물가물 아지랑이처럼 몽글몽글 뚜렷한 실체도 없이 새벽달처럼 흐릿한 모습의 그녀는 지금쯤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 친구도, 그 녀도 나처럼 어쩌다 가끔은 이렇게 생각을 할 때가 있었을까?

 

어쩌면 오고가는 거리의 한 편에서 마주칠 수도 있을까?

그렇다면 그때 나는 무슨 말을 먼저 꺼내고 있을까? 아니면 친구가 또는 그녀가 먼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것이 친구라면 뭐 어려울까?

 

그저 혹시 아무개씨 아니신가요?”확인의 절차를 거쳐 ! 친구야 정말 오랜만이다하며 서로를 와락 끌어안으며 한 동안 말문을 열지 못하겠지요.

그러면서 낮이건 밤이 됐건 대포집에 들어가서 대포 한 잔 기울이며 지나온 세월을 그리움이 잔뜩 묻은 축축한 언어로 서로의 안부를 챙겨보겠지요.

 

그런데, 그것이 젊은 시절 한 때 사랑하던 여인이었다면 어떨까요?

와락 껴안지도 못하고, 혹시 누구누구 아니신가요....?”라며 묻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설사 누군가 서로 확인이 됐다 한들 차 한 잔 나누기도 쉽지 않을 터입니다.

그런데 그녀가 지금은 잘 있는지? 그녀가 행복한지? 안부를 물어 무엇 하겠습니까?

 

서로의 만남이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그러한 세상, 그저 옛사랑은 옛날의 사랑으로 기억되며 내 인생이란 자서전의 수많은 면(page)중의 추억의 한 페이지로서 간직되면 되는 것이겠지요.

 

서로 사랑의 결실 -흔히 우리는 이것을 결혼이라 하지만 진정 사랑의 결실이 결혼인 것은 흔치 않고 사랑의 결실은 이별인 것이 우리네 삶의 대부분인 것 같지 않습니까?- 의 맺지 못한 사랑이란 그저 추억의 한 부분으로서, 또 맺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아름답게 여기려하는지도 모릅니다.

 

못 맺은 사랑의 추억이 다 곱다거나 아름다운 것은 절대 아니지요.

아주 더러운 기억으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도 있고 그저 인생을 사는 과정에서 누구나 다 있는 흔적일 뿐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이란 소설이나 TV 드라마나 라는 매체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만약에 아주 오랫 적 옛 친구를 만난다면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여도 그리 문제가 될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아주 오랜, 한 때는 사랑했던 여인을 우연히 만나서 서로 다시 또 만나기를 원한대서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하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물론 나이가 칠십이 넘어서 만나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하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이 우리네 사람살이가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요즈음 백세시대니 어쩌니.... 또 웬 엉뚱한 일본인들의 졸혼이란 괴상야릇한 형태의 쪽바리 문화를 TV매체에서 젊은 작가들이 마구 지껄여대니 도대체 이 나라처럼 이상한 나라는 또 없을 겁니다.

 

사랑이란 것은 실체가 없이 관념으로 존재할 때가 제일 추억에 간직하고 싶고, 아름다우며 시()다운 것이 아닐까요?

 

오랜만에 오탁번 시인의 춘몽春夢이란 제목을 옮겨 봅니다.

 

아내와 함께 스포티지를 몰고

홍쌍리 매화마을로 매화구경을 갔다

한창 피어나던 매화는 꽃샘추위에

, 추워! 하면서 올 스톱,

피다 만 매화만 싱겁게 구경하고

내친김에 핸들을 꺾었다

장흥에서 제주 성산포행 카페리를 탔다

사람은 38천 원, 자동차는 68천 원

넘실대는 푸른 봄바다는 공짜!

 

이중섭의 아내같이 생긴 수선화도

추사의 족제비붓 같은 솔잎도

재재재재 춥다

한라산 산록을 재는 측량기사인 듯

몇 번이고 돌고 돌았다

흑석영처럼 빛나는 까마귀 떼와

눈 쌓인 한라산이

다 하릴없다

 

이틀을 묵고 떠나는 날 아침

조천 바닷가에 있는

조붓한 시인의집에 차 마시러 갔다

손세실리아 시인이

꼭 어느 낭만 시인의 아내인 듯 사는 곳

방명록에 한 줄 쓰라는 말에

나는 붓펜으로 일필휘지했다

- 시인의 집에서

손세실리아와 사랑을 나누다

2012년 입춘

 

그걸 받은 시인이

내 아내에게 보여주면서 웃었다

볼이 발그레해지면서

얼른 한쪽으로 치워놓을 줄 알았는데

, , !

내 아내에게 냉큼 보여주다니!

차를 마시고 일어설 때

아침 요기하라며

치즈 토스트까지 챙겨주었다

 

배 타고 바다 건너오면서

토스트 냠냠 잘 먹었다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이내 답장이 왔다

다녀가신 순간이 춘몽 같기도......

그렇기도........

아무렴, 일장춘몽이긴 해도

이쯤 춘몽이면 썩 괜찮은 것 아냐?

그렇고말고! 그렇고말고!

히힛히힛, 봄바다가 자꾸 웃었다

 

오광수 시인처럼 그래도 한 번은 보고 싶다한들 일장춘몽이 아니겠습니까?

 

마침 며칠 후 할아버지는 멍충이.....”라며 재미있어하는 여섯 살 바기 외손주 녀석 가족과 아내와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해서 이번 여행에는 모처럼 늙으막에 배운 여행 드로잉도 해볼 겸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광치기 해변에서 - 아내와 함께 여행의 흔적을 여행을 다니며 풍경드로잉을 하고자 구입한 travel journal(대체로 손바닥만한 크기의 여행용 양장 스케치북)- 여행 드로잉의 초심자이긴 하지만 용기 내어 그려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