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다헌정담(茶軒情譚)-일상의 談論

SOArt 2020. 12. 18. 20:35

"김영갑 갤러리의 김영갑 사진작가", 종이에 연필, 32x25cm. 2020.

 

“코로나19”로 인하여 이 세상 여행의 구조가 문재인 말처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지경으로 생태가 완전히 바뀐 것 같습니다.

사대문화와 맹목적 서양 문물에 열광을 하는 외계인(?)들은 유럽이나 미주로 여행을 못가면 사람 축에도 못 끼는 것처럼 여기던 행태가 코로나 사태로 세계여행이 차단되면서 불과 몇 개월 전인데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이 지난 것처럼 느껴지는군요.

벌써 40여년이 지난 그 즈음 학회다 세미나다 하면서 참가하기 위해 어쩌다 띄엄띄엄 출장여행차 다녔던 유럽이나 미주의 그 곳들, 그리고 아직은 충분치 못한 소득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막연히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던 그 곳들이 이제는 웬만하면 또 마음만 먹으면 여행해 볼 수 있는 곳들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5~60년 전부터 산업화와 새마을운동으로 전 국민이 한 마음으로 “우리도 잘 살아보세!”하며, 그야말로 열심히 처절하게도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면서 살아온 결과가 이제는 어느덧 선진국의 대열에 서게 된 것도 걸출한 지도자와 훌륭한 국민들이 일치단결하여 부단히도 노력했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조상이 이룩한 천년 영화榮華와 각종 건축물, 예술품 등으로 관광산업이 유럽 각 국가의 주된 국가소득원으로 자리 잡음으로 그들이 그것에 의존하다보니, 또 아시아 신흥국가들보다 사회보장이 잘 되다보니, 나태해지고 길들여짐으로써 선진국이라 하던 국가들이 침체를 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선진국이라 하던 국가들의 민낯이 들어나고, 각 국의 위정자들의 위기관리 능력들이 만천하에 까발려지다보니, 미주와 유럽의 국가들이 선진국이라고만 생각했던 환상이 깨져버린 사람들도 많았을 겁니다.

여하튼 우리 민족은 뛰어난, 우수민족인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계기도 되었을 겁니다.

지금 국내의 정치 상황만은 옛 날의 그 것 만도 못하지만, 국가 경제력만은 선진국이라 할지라도 감히 우리를 만만하게 볼 수가 없었는데......

이야기가 장황하게 다른 길로 빠져버렸군요.

실은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올해에도 이른 봄과 6월쯤 까지에도 제주에 두 번정도는 스케치 여행을 갈만 했었는데, 늙은이들에겐 코로나가 자칫 치명적인 전염병이어서 감히 여행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5~6년 전까지는 제주도 여행이 그저 신선한 섬의 푸른 공기와 풍광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기 위함이 목적이었는데, 인생 얼마 남지 않은 세월을 이렇게 무위도식으로 보낸다는 것이 마치 나의 의무를 다 하지 못하는 것 같아, 그 후로는 스케치북을 가지고 제주의 사람기 없는 곳을 찾아다니며 스케치와 드로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죽기 전에 내 자신에게 뭔가 남겨둘 것이 있겠는가 싶어서 택한 일이지요.

한 평생 다니던 연구소를 퇴직하고, 젊었을 때의 간간이 그렸던 그림과 목공예의 작업을 시작, 천착하면서 나름 나무와 회화와 조각의 어우러진(collaboration) 예술품의 창작 작업에 정진하였지만,

약 10년 전 세상에 어느 누구보다도 귀여운 나의 외손주가 태어나고, 또 딸의 지속적 사회활동의 지원을 위하여 외손주의 육아에 전념을 하다 보니, 강원도 본인의 작업장(SoArt studio)을 나와 서울에서 평일엔 육아, 주말엔 강원도의 작업장을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하다보니, 목공예의 작업도 중단하게 되고 육신과 정신의 휴식시간에 목말라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이 제주도로의 계절별 스케치 여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그러한 호사(?)도 못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려.

제주도의 여행은 우리네 평범한 늙은이들에게는 젊은 사람들의 그것과는 달리, 우선은 깨끗하고 편안한 숙소에서 지내는 것과 먹을거리는 되도록 사람은 많지 않되 맛있고 깨끗한, 가급적 제주 현지민들이 찾는 곳 위주로 다니게 됩니다.

그래도 내가 가장 자주 가는 곳은 제주고등학교 앞의 한식집 “광원”인데 주로 점심식사 시간에 이용하는 곳으로 한우 중심의 음식점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점심특선을 제공하고 있고 아내도 좋아해서 제주여행 시에는 많이 이용을 하는 곳이기도 하고,

그 중 인상적인 곳은 제주 한라병원 맞은편의 조촐하고 깨끗한 음식점인데 그곳 역시 깔끔하고 비싸지 않은 곳으로서 상호가 생각나지 않아 소개를 못하지만, 다음 기회에 제주를 여행하는 분들을 위해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제주의 김영갑 갤러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김영갑 갤러리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

2012년 당시 김영갑 갤러리 정문

제주의 현무암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조형물이다.

검은 색의 돌이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깊이 침잠해 가는 저 고요한 마음의 바다......

갤러리 정원에 김숙자 조각가의 작은 작품들이 여기 저기에서 관람자를 반겨 준다

갤러리 안에는 김영갑 사진작가의 작품과 오래된 한옥에서 나온 고재 古材들이 작품과 어울어져 깊은 심상에 젖게 한다. 김영갑 갤러리 관장의 안목에 칭찬을 하고싶다.

작지만 큰 어울림. 김숙자 조각가의 작품이 사진 작품과 정원의 초목들과 융화되어 잔잔한 감동으로 와 닿는다.

정원의 설계 또한 하나의 작품이 된다.

김영갑 작가가 자주 사진 소재롤 찾았던 용눈이 오름의 한 가운데에 제주의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하다.

김영갑 작가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 오름과 주변의 오름을 오르며, 제주의 세찬 바람을 렌즈에 담으며 그의 고독과 절망을 상쇄했으리라.....

김영갑 작가의 모습. 이 때만 해도 아마 아주 건강한 상태였지 않겠나?

오름의 능선에 세워진 이정표가 하나의 그림이 된다.

바람과 구름과 안개.....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삶의 기록이 되고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용눈이 오름의 출입구 안내판

김영갑 갤러리는 아마 2012년에 처음 찾았던 곳이 아닌가 기억이 됩니다.

제주에서 예술에 관계된 갤러리나 미술관, 박물관 몇 곳을 가보기도 했었고, 저지리 예술인마을에 관심이 있어서 몇 번을 가보기도 했으나, 그곳의 미술관은 번번히 문을 열지 않는 요일에 찾아가서 관람을 못했다가 몇 년 만에 찾아가 김흥수 화백의 작품을 감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전, 직장에 몸담고 있을 적엔 80년대에 직장의 산악회장이란 자격으로 산악회원들과 함께 3박4일 일정으로 제주의 관광도 겸한 한라산 등반을 하였고, 또 그 수 년 전엔 한라산 백롬담 아래도 내려가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던 미개적(?)인 70년대의 한 때가 있었는데, 그때에 한라산 등반을 햇던 기억도 어렴풋합니다.

아무튼 김영갑 갤러리를 처음 찾아갔을 때는 입구에 주황색 옷을 입은 모자를 쓴 여성이 반갑게 어서 오시라는 표정의 입간판 겸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는데 지금은 약간 장소를 이동하여 설치를 해 놓았더군요.

그 후 수차례 방문을 하였지만 꾸준하게 변화가 이루어져 정문의 위치도 바뀌고 내부의 정원도 많이 달라졌더군요.

갤러리 안마당(정원)의 면적도 넓어지고 여러 조형물의 배치도 좋은 쪽으로 끊임없이 변화되는 것 같아서 더욱 자주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충남 공주출신으로 희귀병인 루게릭병이라는 병마와 싸우면서 제주의 오름 그리고 바람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내는 그의 예술혼에 많은 감명도 받았고, 그의 마감 전 생에 대해 아쉬움과 상련相憐의 마음을 감추기가 어려웠었더랬습니다.

갤러리 뜰의 정원에는 나무들과 김숙자 조각가의 흙인형들이 참 잘 어울리는 풍경이 아닌가?라는 아주 인상적인 감명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제주의 바람과 김영갑 사진가의 제주라는 외딴섬에서의 고독과 세상의 절망과의 처절한 싸움이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파고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조용히 꿈틀거리는 은근한 욕망 또한 달랠 수는 없었지요.

“나도 이런 갤러리를 가질 수 있다면..........”

비록 나의 졸작이긴 하지만 목공예 작품으로서의 전통 소가구, 전통 탈 그리고 나무와 서양회화의 콜라보레이션 또 나의 스케치, 드로잉, 회화 등을 전시할 이러한 훌륭한 공간이 주어진다면.........

이러한 마음이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내 생전에 이런 꿈을 이룰 수 있을런지. 시간은 자꾸 소멸해 가고 마음은 급해지는데......

김영갑 갤러리와 같은 전시 공간과 정원, 이러한 공간은 우리나라 어느 곳이나 세계의 어느 곳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공간입니다.

비록 고인이 된 젊은 사진작가이지만 그의 갤러리가 부럽습니다.

제주 여행하면서 가보지 않은 여행객은 꼭 한 번만이라도 가보시기를 권합니다.

몇 십만 원짜리 식사는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몇 만 원 짜리 공예품, 몇 십만 원에 판매하는 예술가의 혼이 담긴 작품 구입에는 자린고비처럼 외면하는 문화와는 담 쌓은 삭막하고 살찐 돼지처럼 눈 먼 사람들에게는 우이독경이겠지만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김영갑 갤러리와 제주의 현대미술관 관람을 꼭 권해 봅니다.

끝으로 목필균 시인의 시 <잘 지내고 있어요>를 제주의 모든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에 남기고 갑니다.

그리움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

안부를 묻는 말

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며

안부를 전하는 말

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안부를 전하고 싶은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묻고 싶다가

잘 지내고 있어요

전하고 싶다

<oldies bur goodies!>

Freddie Aguilar의 Anak, 이 노래를 선물로 드리고 갑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김영갑 작가가 떠오른 건 왜일까......?

Freddie Aguilar Anak (original version)

Freddie Aguilar Anak (original version)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