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름이 절정일 때 나뭇잎을 자세히 관찰하면
시퍼런 계절의 향연속에서도 조락하는 누런 잎들이 많이 눈에 띈다.
더위를 피해 인적드문 깊은 산, 호숫가로 나가보면
가을의 전령사인 빨간 고추잠자리가 본능이 시키는대로
시간이 없다는 듯 짝짓기를 위해 분주히 날고 있는것을 본다.
못 말리는 바보의 눈이다.
2.
가을이 깊었다.
만산홍엽을 이루던 나뭇잎들이 하나 둘 그 잎새를 거두고
벌거벗은 몸으로 찬 바람과 맞설 준비를 한다
아직도 한참을 가을이라고 우길 수 있을텐데
나무들은 차분하게 월동준비를 다 했다.
다 버리고, 다 내놓고, 웅크리고
오로지 수굿하게 견딜 준비를 마쳤다.
3.
우리의 삶도 때로는
그냥 다 드러 내 보이고 그리 살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때때로
꽁꽁 숨기고 마는 치욕스런 일들도
도회하고 싶은 그 시절들도
아름다운 무지개빛 색깔로 덧칠하고 살 때가 있듯이
때로는 꺼꾸로 훌렁 벗어 버리고 ,모두 내어 보이며
그리 살고 싶을 때도 있는것 같다.
4
가을의 남한산성.
<사람의 산>처럼 그리 인생들이 모이고
감추고 싶은 그러나 감추어지지 않는 그 옛날의 치부처럼
역사란 이름으로 여기, 저기 상채기 난 그곳을
그냥 늦가을의 햇볕을 즐기는 행락객이 되어
가볍게 돌았던 하루처럼
때로는 다 잊어버리고 사는 연습도 필요하다
5.
산다는게 시종여일 하다면야
그게 성인의 삶이지
필부 필녀의 삶이 겠는가?
산에서
김 홍 성
산에서
사람을 생각한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수록
검푸르게 들어나는 먼 산등성이
그 출렁이는 산등성이들의 춤에 실려
멀리 멀리 떠나간
사람을 생각한다
남자, 또는 여자를,
산에서
거듭, 사람을 생각한다
이 많은 바위 어딘가에
나처럼 오두마니 앉아서
역시 사람을 생각했을
남자, 또는 여자를.
산에서
거듭,거듭, 사람을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정이나 돈
희망이나 자유 따위에 속아서
살거나 죽은
남자, 또는 여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