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 sincere(동방의 등불)

동천년노 항장곡(桐千年老 恒藏曲) : 오동나무는 천 년이 지나도 늘 아름다운 곡조를 간직하고, 매일생한 불매향(梅一生寒 不賣香) : 매화는 평생 혹한에 꽃을 피지만 향기를 팔지 않는다. 월도천휴 여본질(月到千虧 餘本質) :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변하지 않으며, 유경백별 우신지(柳經百別 又新枝) :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 ☞ 조선 중기 4대 문장가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 ~ 1628)

[메아리] 누굴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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敎育百年之大計

2013. 1. 9.

[메아리] 누굴 탓하랴


10억 원이 생긴다면 잘못을 하고 1년 정도 감옥에 가겠다. 1년만 고생하고 나오면 마음대로 돈을 펑펑 쓰면서 살 수 있으니까. 자유의 구속, 불명예, 죄의식도 두렵지 않다. 돈 없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며, 명예와 양심보다 돈이 소중하며, 돈이 곧 인생의 미래다.

고교생 44%가 이런 생각으로 살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의 윤리의식조사에 의하면 중학생(28%), 초등학생(12%)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니 남의 물건을 주우면 가지고, 숙제는 인터넷에서 베끼고,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것쯤이야. 청소년 절반 이상(52.5%)이 인생에서 가장 추구하고 싶은 것으로 '돈'을 꼽은 것은 당연하다.

어른들은 다를까. 정말 솔직한 답을 들을 수 있는 설문조사라도 한번 해보고 싶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위장결혼과 살인, 명품을 사기 위한 수십억 원의 횡령 같은 극단적 얘기가 아니다. 내심 아이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나는 죄인이 되어도 상관없다, 대신 자식들은 그 돈으로 편하게 공부하고, 행복하게 살수 있을 테니까.' 알게 모르게 자식은 부모의 마음을 읽는다.

사회까지 그런 가치관에 맞장구를 쳐댄다. 권력만 잡았다 하면 부정부패가 꼬리를 문다. 어느 정권, 좌우 가릴 것 없다. 권력도 결국은 돈을 챙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무조건'부자 되는 비법'만을 알려주는 책들이 넘쳐난다. 상대를 가장 존중하는 선물은 마음의 정성이 담긴 손수 뜬 목도리가 아니라, 값비싼 명품 백인 세상이 됐다.

방송도 가관이다. 드라마들을 보자. 동화적 판타지나 우연조차 팽개쳐버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부추긴다. <내 딸, 서영이>는 재벌 2세와 결혼하기 위해 아버지까지 버리고, 아버지는 그런 딸에게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며 숨어 지낸다. <청담동 엘리스>에서 결혼은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과 작전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남편의 외도로 상처받은 재벌가의 부인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한꺼번에 수천만 원의 옷을 사고, 청담동 재벌의 아들은 막 사귀기 시작한 여자와 함께 즉흥적으로 최고급 프랑스 여행을 함께 떠나려 하면서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한다. 드라마는 당신도 이렇게 살고 싶다면 돈 많은 사람이 되라고 부추긴다. 비뚤어진 황금만능주의만 있을 뿐, 최소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없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물론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돈'이 행복이고 권력이다. 그렇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해서는 안 된다. 갈수록 높아지는 신분의 벽,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무너진 경제 양극화,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난을 대물림 할 수 밖에 없는 사회라고 이런 가치관이 정당성을 얻을 수는 없다. 자식을 위해서 양심과 도덕, 인륜까지 저버리는 것은 부모의 고귀한 사랑도 아름다운 희생도 아니다. 선의의 악도 악이다. 자식들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도덕불감증, 죄의식 상실로 사회 곳곳에서 돈을 위한 또 다른 악을 저지를 그들에게 누가 믿고 일을 맡기겠는가.

학교가 입시위주, 서열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인간교육으로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는 말은 허망하다. 인성과 가치관 교육은 가정에 있고, 사회에 있다. 목소리 높여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교육에 있다. 청소년들에게 오직 돈이 인생의 목표이고 행복이라고,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가르친 것은 어른들이다.

마이클 샌델은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명예, 봉사, 인격, 학문도 그런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돈이 그것들을 무시하고, 그것들조차 돈에 아부하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천민자본주의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돈보다 소중한 것이 없어진 사회, 돈이 인간의 자유와 양심까지 빼앗아버린 '상실의 시대'다. 어른들부터 먼저 그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외치지만 공허하다. 너나 할 것 없이 이미 자식들에게까지 옮길 정도로 그 병이 너무나 깊기 때문에.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한국일보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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