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 sincere(동방의 등불)

동천년노 항장곡(桐千年老 恒藏曲) : 오동나무는 천 년이 지나도 늘 아름다운 곡조를 간직하고, 매일생한 불매향(梅一生寒 不賣香) : 매화는 평생 혹한에 꽃을 피지만 향기를 팔지 않는다. 월도천휴 여본질(月到千虧 餘本質) :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변하지 않으며, 유경백별 우신지(柳經百別 又新枝) :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 ☞ 조선 중기 4대 문장가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 ~ 1628)

가쓰라-태프트 밀약, 예나 지금이나 잘못된 선택

댓글 1

책 속에 길이 있다

2014. 8. 19.

 
[동아광장]가쓰라-태프트 밀약, 예나 지금이나 잘못된 선택

美, 1905년 日軍능력 과대평가… 필리핀과 조선 희생양 만들어

지금은 中군사력에 지레 겁먹고 日역할 강화시키는 惡手 시도

우방국과 균형 잃은 日재무장…
아시아 분쟁의 불씨 되고 美에도 언젠가 부메랑 될 것


고종 황제와 신료들은 한반도 주변의 제국주의를 물리치기 위해 미국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워싱턴을 모델로 해서 서울을 근대화할 도시계획을 세워 도쿄보다 먼저 전차를 도입했고 한미합작 전기회사도 세웠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1905년 7월 29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고 필리핀과 조선을 주고받았다.

1905년과 현재의 상황 사이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미국이 일본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것과 한국은 흥정 주체라기보다는 흥정 대상에 가까워 우리 뜻과 다르게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8위 군사대국이므로 구한말과 다르다는 견해가 있지만 세계 1, 2, 3, 4위에 둘러싸인 세계 8위의 허망하고 덧없음은 유럽의 투쟁역사가 보여준 냉혹한 현실이다.

중국을 견제하려고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의 역할을 키우고, 서아시아에서 인도와 협력하는 것이 미국 아시아복귀 전략의 기본구도인데 한국의 위상이 명확하지 않다. 아시아복귀 전략과 일본의 이익에 부합되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군 상륙은 한국의 승인을 전제로 한다고 하나 약자인 한국이 승인권을 제대로 행사하긴 어렵다. 일본이 미국의 묵인하에 납치문제 협상을 통해 북-일관계를 개선하려는 것은 집단적자위권 행사 범위를 한반도 전체로 하기 위한 정지작업일 가능성이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태평양전쟁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주미 일본대사가 동해병기법안 통과를 막으려고 미국 정치인들을 압박한 것은 일본을 필요로 하는 미국의 입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원거리정밀타격무기가 발달하고 지상전 전사자 발생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므로 해군의 활용가치가 커지고 있다. 지상전 비중이 줄면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가 작아진다.

미국이 해병대를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태평양에서의 합동해상훈련 비중을 크게 잡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 1면에 육군헬기가 해군함정에 착륙하는 사진이 실렸는데 미군전략의 변화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한반도 유사시 육군의 추가 투입을 일본군에 맡기고 미군은 해군 함대에서 원거리정밀타격에 치중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

중국, 러시아에 다가갈 수도 없고 일본의 전초기지 역할에 머무르기도 그렇다. 구한말 열강 사이에서 생존의 길을 모색하던 조선 사대부의 고뇌가 이런 것이었을까? 못난 임금, 못난 양반을 탓하며 뼈아픈 역사를 분노와 모욕감에 떨며 읽던 기억에서 분노를 내려놓고자 한다. 후손들이 분노와 모욕감으로부터 자유로울 방책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주국방이 살길인데 우리 손으로 첨단무기를 만들지 못하고 복지 타령으로 첨단무기 구입예산을 늘리기도 어려운 딱한 상황이다. 우리 군은 첨단전력 증강에 나서는 동시에 아시아복귀 전략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적극 참여해 일본과 대등한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짚을 것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옳은 선택이었느냐는 점이다.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이겼지만 외채로 구입한 영국제 군함과 무기에 의존했고 외채도 미국, 영국에서 조달해서 미국과 싸울 형편이 아니었다. 필리핀을 얻기 위해 굳이 조선을 제물로 삼을 필요가 없었는데 일본을 과대평가했다. 일본이 다시 군사대국이 되는 것도 옳은 선택이 아니다. 아시아 방위비용을 우방국들이 분담하는 것이 먼저이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불가피하면 주변 우방국들의 무력도 같이 키워야 한다. 특히 한국군의 증강을 통해 일본과 균형을 이루는 것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요하다. 아시아 우방국과의 균형을 일탈한 일본의 재무장은 분쟁 요인이 되고 미국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유기업제도에 입각한 놀라운 기술진보능력이 있어 천지개벽이 없는 한 군사 최강국의 위상을 잃을 가능성이 없다. 중국의 우주선은 의미 있는 성과지만 미국이 반세기 전에 이뤘듯이 미중 간 군사기술 격차는 유지될 것이므로 굳이 일본만 강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제임스 브래들리는 1905년의 미일 외교 막후를 파헤친 ‘제국의 항해(The Imperial Cruise)’에서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의 씨앗을 뿌린 잘못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새로운 군사대국 일본이 어떤 문제를 만들지 잘 헤아려야 한다. 일본이 끝까지 미국 편에 선다는 보장도 없다.

최중경 헤리티지재단 객원연구위원 동국대 석좌교수 동아일보 원문

[☞오늘의 동아일보]ⓒ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핫이슈 ▲ 4.19 혁명과 대통령 하야, 그리고 자유당 이승만정권 최후


☞ 핫이슈 ▲ 진정한 광복은 올바른 역사의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


☞ 핫이슈 ▲ 우리는 지금 새 질서 향한 큰 굽이에 서 있는 건 아닐까


☞ 핫이슈 ▲ 지도자는 하늘과 백성과 역사에 부끄럽지 않아야


☞ 핫이슈 ▲ "학자·언론인·법관, 정의로워야 하고 진실 추구해야"


☞ 핫이슈 ▲ [계산논단] 성난 세월의 평형수



☞ 핫이슈 ▲ [특별기고] 우리 정치와 미국…, 무비판이 옳은가


☞ [특별기고] 왜 우리 사회는 그리 썩었는가…이제 도덕을 말할 때다


☞ 핫이슈 ▲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 핫이슈 ▲ [서화숙 칼럼] 나라꼴 잃어가는 6년


☞ 핫이슈 ▲ [기고] 21세기 동북아시아의 ‘울돌목’


☞ 핫이슈 ▲ [역사산책] "조선인은 노예처럼…" 日 '아베' 조부의 저주




☞ 핫이슈 ▲ [왜냐면] ‘역사정의’의 침몰이 두렵다


☞ 핫이슈 ▲ 승자의 조바심이 빚어낸 역사 왜곡의 부메랑


☞ 핫이슈 ▲ 지금은 종교의 근본으로 돌아가 종교의 본질을 회복할 때



☞ 핫이슈 ▲ 진정한 광복은 올바른 역사의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