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 sincere(동방의 등불)

동천년노 항장곡(桐千年老 恒藏曲) : 오동나무는 천 년이 지나도 늘 아름다운 곡조를 간직하고, 매일생한 불매향(梅一生寒 不賣香) : 매화는 평생 혹한에 꽃을 피지만 향기를 팔지 않는다. 월도천휴 여본질(月到千虧 餘本質) :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변하지 않으며, 유경백별 우신지(柳經百別 又新枝) :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 ☞ 조선 중기 4대 문장가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 ~ 1628)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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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다

2014. 10. 22.

[데스크 칼럼]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

‘카카오톡 사태’를 놓고 대한민국이 난리다. 이 사태는 검찰과 경찰이 세월호 집회 때 구속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계정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가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집회나 시위와 상관없는 대화 내용은 물론 대화 상대방의 개인정보까지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검찰과 다음카카오 양측 모두 사생활 정보를 마구 다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생활 침해 문제는 메신저 감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는 감시의 눈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골목이나 도로, 건물에 설치된 CCTV 카메라. 이들 장치는 ‘범죄예방’이나 ‘교통정보수집’ 등의 쓰임새를 알리고 있다. 하지만 그 아래를 지날 때면 나를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불쾌감을 지울 수 없다. 나도 모르게 행동도 움츠러든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설치된 CCTV는 450만 대.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지역 한 사람의 하루 평균 CCTV 노출 횟수는 83회이다. 거리를 지날 때마다 9초에 한 번꼴로 CCTV에 찍힌다. 그렇다면 CCTV는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한 최선책인가? 학교폭력 예방 차원에서 교내에 CCTV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 냉철하게 생각해보자. CCTV 설치가 근본적인 대책일까?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을 고민하고 대책을 세우는 게 먼저다. 폭력이 발생하는 환경(예를 들면 입시 위주의 무한경쟁 교육에 따른 인성 파괴)을 그대로 둔 채 CCTV만 단다고 학교폭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본질을 건드리지 않는 일종의 책임 회피다. 내 생각이 불온한가? 감시가 허술하다는 이유만으로 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범죄 발생의 원인은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 물질만능주의, 인성 상실, 공동체 의식 부재 등 복합적이다. 정책 실패로 발생하는 범죄를 감시와 통제로 만회하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를 감시하는 것은 CCTV만이 아니다. ‘내 차 안의 변호사’라는 차량용 블랙박스는 또 어떤가? 택시에서도 블랙박스 때문에 조심스럽다. 무시로 한 발언이 언제 비수로 돌아올지 모른다. 도로에서는 경찰관보다 더 겁난다. 혹시 교통법규 위반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히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주차된 차량 옆을 지날 때도 흠집을 내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시민이 시민을 감시하는 신고포상금제는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로 패러디해야 할 판이다.

‘빅데이터’(big data)에 대한 논란도 있다. 정보의 집적과 유출 위험 때문이다. 기업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의 일상기록 등을 수집한 빅데이터를 마케팅 자료로 쓴다. 즉 ▷자주 방문하는 인터넷 사이트 ▷모바일 기기의 위치 정보가 알려주는 행동반경 ▷텍스트 문자 분석을 통해 파악 가능한 정치성향 및 사고 패턴 ▷신용카드 사용 기록 등 광범위한 사생활 기록들이 수집`관리될 수 있다. 빅데이터의 세상이 오면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편리함이 기대된다. 하지만 데이터가 악용될 가능성과 누출될 위험도 있다. 실제로 최근 3년 동안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된 개인정보 누출 건수는 86건, 피해자는 2천150만여 명(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자료`방송통신위원회)에 이른다.

안전하고 편리한 시스템이 사생활을 침해하고 자유를 옥죄는 불쾌하고 무서운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감시사회, 안전장치인가, 통제 도구인가?’의 저자 로빈 터지는 “감시가 인권을 침해하기도 하지만, 안전과 편리함이란 선물도 준다”고 했다. 또 “정부는 ‘안전’을 앞세워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이는 자신들에게 더 많은 권력을 집중시켜 달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애인을, 자녀의 학교 선생님을, 이웃을 의심하는 법을 정신없이 배워가는 대중은 감시라는 거대한 게임의 참여자가 된다”고 꼬집었다.

영미권에서는 ‘감시 연구’(surveillance studies)가 본격화 되고 있다. IT(정보통신) 강국인 우리나라가 고도 감시사회로 급격히 이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감시 문제에 대한 연구와 공론화는 시급하다. 감시 사회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위협한다면 행복한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프라이버시는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이다.

김교영 사회1부장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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