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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년노 항장곡(桐千年老 恒藏曲) : 오동나무는 천 년이 지나도 늘 아름다운 곡조를 간직하고, 매일생한 불매향(梅一生寒 不賣香) : 매화는 평생 혹한에 꽃을 피지만 향기를 팔지 않는다. 월도천휴 여본질(月到千虧 餘本質) :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변하지 않으며, 유경백별 우신지(柳經百別 又新枝) :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 ☞ 조선 중기 4대 문장가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 ~ 1628)

조국(曺國), '촛불의 조국(祖國)'을 배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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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2.

 

[윤평중 칼럼] 조국(曺國), '촛불의 조국(祖國)'을 배반하다


▲ "지도자불혹(知道者不惑),지명자불우(知命者不憂)"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수심가지(水深可知) 인심난지(人心難知)"
촛불의 정치적 열매 독식한 조 후보자,

사리사욕으로 촛불 정신 짓밟은 게 조국 사태의 본질


'조국 사태'는 법무 장관 후보자 인준 문제를 넘어섰다. 조국 후보자의 정치적 상징성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페르소나(Persona·分身)인 그의 진퇴가 문 정권의 성패(成敗)를 가르는 잣대가 되었다. 문 대통령의 정면 돌파 의지와 조 후보자의 결의가 너무나 선명하다.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여야가 사활을 건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극렬한 이념 투쟁과 편 가르기를 마다치 않는 조 후보자의 강성(强性) 진보 성향이 보수 진영을 자극해 진영 대립의 악순환으로 과열되고 있다.

하지만 당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조국 사태를 보면 명징한 교훈이 도출된다. 민심이 분노하기 시작했을 때 조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게 순리였다. 명예와 가족을 지키면서 학교로 돌아가 미래를 기약하는 길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 대통령의 뚝심과 조 후보자 본인의 권력 의지를 과소평가했다. 문 대통령과 조 후보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끝까지 가려 한다. 그 길의 끝에 정권 재창출과 국운 융성의 탄탄대로가 기다리고 있을지, 아니면 최대 실세(實勢)의 몰락이 부른 정권 붕괴와 국가의 쇠멸(衰滅)이 올지는 알 수 없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 '춘풍 추상' 春風秋霜.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
조국 후보자는 정의 구현을 책임질 법무 장관 자격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신을 자기 정당화의 최종 근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공명정대한 나라를 외쳤다. 그게 2016~17년의 엄동설한을 뜨거운 가슴으로 녹여낸 천만 시민의 열망이었다. 박근혜 정권은 국가를 사사화(私事化)한 대가로 역사와 국민 앞에 탄핵당했다. 합헌적 탄핵 과정에서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들은 충만한 주인 의식으로 행복했다. 촛불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성취였다. 그런 촛불의 정치적 열매를 독식(獨食)한 조 후보자가 사리사욕으로 촛불 정신을 짓밟은 게 조국 사태의 본질이다.

조 후보자는 평생 정의를 설파한 지식인이었건만 촛불의 공의(公義)보다 사욕을 앞세웠다. 정의와 공정의 가면을 쓴 채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법으로 자신과 가족의 사복(私腹)을 채웠다. 조 후보자는 실정법 위반 여부를 넘어 민주 사회를 지탱하는 시민적 원칙과 상식을 거역했다. 촛불의 맹장(猛將)이 촛불의 배신자로 드러나면서 검찰의 강제 수사 이전에 이미 조국이라는 상징 자산은 궤멸되었다. 그를 떠받쳐온 것은 초라한 합법성의 외피가 아니라 찬란한 도덕성의 아우라(Aura)였기 때문이다. 조국 후보자가 우리네 삶의 근본인 원칙과 상식을 파괴하고 신뢰의 사회자본을 붕괴시킨 건 조국(祖國)에 끼친 결정적 해악이다.

청문회를 앞둔 법무 장관 후보자를 검찰 특수부가 강제수사 하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하지만 '검찰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집권당 대표의 일갈(一喝)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것이야말로 검찰이 살아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모든 건 수사 결과가 말해준다. 조 후보자와 청와대뿐 아니라 검찰도 칼날 위에 같이 선 형국이다. 없는 혐의를 조작하거나 권력 비리를 은폐해온 검찰의 흑(黑) 역사가 반복된다면 검찰 조직은 국민적 공분(公憤) 앞에 바로 죽게 된다. 정공법 말고 검찰의 출구는 없다.

조국 사태는 망국적 진영 논리를 만천하에 폭로했다. '우리 편'인 조 후보를 살리기 위해 명망가와 전문가들이 쏟아낸 온갖 요설(妖說)이 충격적이다. 포악한 진영 논리가 민주 시민의 양식과 지식인의 이성을 초토화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국 사태에서 승리해 '우리의 적(敵)'을 박멸해야 한다는 우적(友敵) 논리가 기승을 부렸다. 인간의 삶을 동물의 세계로 격하시키는 자기 파멸의 반(反)정치적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의 일관성과 공정성조차 결여한 궤변론자들의 반(反)민주적 행태는 인간다운 삶의 정치를 불가능하게 한다.



▲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조국 후보자는 추레한 행적으로 촛불 정신을 유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후보자와 촛불을 동일시함으로써 민주 시민의 지성과 판단력을 모욕하고 있다. 정의의 촛불 정신을 특정인이 독점하는 건 민주주의와 촛불을 욕보이는 짓이다. 정의 없는 국가는 조국(patria)이 아니라 폭정에 불과하다. 정의와 공정은 나라의 존재 이유이자 촛불의 존립 근거이다. 그러나 조 후보자의 삶엔 불의와 특권만이 가득했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집착은 촛불과 한국 민주주의를 모독하고 나라의 들보를 무너뜨린다. 조국(曺國)은 '촛불의 조국(祖國)' 대한민국을 배반하였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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