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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년노 항장곡(桐千年老 恒藏曲) : 오동나무는 천 년이 지나도 늘 아름다운 곡조를 간직하고, 매일생한 불매향(梅一生寒 不賣香) : 매화는 평생 혹한에 꽃을 피지만 향기를 팔지 않는다. 월도천휴 여본질(月到千虧 餘本質) :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변하지 않으며, 유경백별 우신지(柳經百別 又新枝) :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 ☞ 조선 중기 4대 문장가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 ~ 1628)

[일요칼럼] 윤여정, 김범수 그리고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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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19.

[일요칼럼] 윤여정, 김범수 그리고 돈

[일요칼럼] 윤여정, 김범수 그리고 돈 [일요신문] [제1502호] 2021.02.19 14:43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 ‘미나리’가 화제다.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영화의 감동 포인트를 체화하지는 못했지만, 화제 중심에 있는 윤여정이라는 배우를 좋아한다. 문득문득 그녀가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윤여정 선생이 이런 말을 했다. 나이가 들어서 자신에게 허용한 사치가 있는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하기 싫은 사람과는 일하지 않겠다는 거란다. 얼마나 근사한가.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 일을 그냥 지나가도록 두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사치’라 할 만하다. 그런데 사치인가. 좋은 일은 ‘나’를 표현하게 하고 드러내주고 키워주면서 나도 몰랐던 ‘나’를 만나게 한다. 그래야 하는 일을 하기 싫은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면 갈등을 감수하느라 행복하게 일할 수 없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 함께 일하기 싫은 사람의 지휘 하에 혹은 그와 호흡을 맞춰 일해야 하는 경우 일도, 자신도 망가진다는 것이다. 하기 싫은 사람과 일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하자. 그리고 나서는 하기 싫은 사람과는 일하지 말자. 그것이야말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다.

윤 선생이 말한 또 하나의 사치가 있다. 이제는 돈과 상관없이 일하겠다는 것이었다. 돈이 그를 드러내는 가치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상관없이 일하겠다는 그 말도 근사하다. 자본주의를 살면서 자본주의를 뛰어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행태는 꼭 돈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어떤 형태로든 돈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평화롭게 먹고 잘 수가 없다. 어쩌면 돈을 버는 이유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여야 하지 않을까. 그런 그녀가 상까지 휩쓸었으니 기분 좋게 박수해주게 된다.

모양은 다르지만 돈으로부터의 자유를 배운 또 한 사람이 시선을 끈다. 바로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다.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이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해 쓰이도록 기부하겠단다. 그가 기부하겠다는 재산의 규모가 너무나 커서 뉴스가 되는 것이겠지만, 그 액수보다는 우리가 다른 사회에서만 보던 모범을 우리 사회에서도 보는 것 같아 고맙고 반가웠다.

그러던 차에 또 한 ‘아름다운 부자’가 나타났다.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의장이다. 기부클럽 ‘더 기빙 플레지’에 가입하며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다는 서약서에 서명했다. 그가 말했다. 그것은 자식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라고. 그럴 것이다. 생각해 보면 돈이라는 권력을 넘겨주는 부모보다 가족을 넘어 함께 사는 세상을 실천하는 부모가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많은 돈은 그 자체로 엄청난 권력이다. 절대반지가 그렇듯이 그것은 가진 자를 드러내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가진 자의 부담이 아닐까. 평생 돈을 지키고, 불리고, 돈 관리만 하면서 어떻게 자유롭게 살겠는가. 그러다가 일생을 다하는 것이라면?

그래도 그것이 추구의 대상일 때가 있다. 열심히 모으고 관리할 때 나눠야 하지 않느냐며 내 의지를 무시하고 가져가려 들면 그것은 나누는 것이 아니라 빼앗기는 것이다. 나눠주는 것과 빼앗기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누구는 그들이 그렇게 귀감이 될 만한 ‘아름다운 부자’가 된 이유를 어린 시절 어려웠던 가정사에서 찾기도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부자도 많고, 어려웠다가 성공한 사람도 많지만, 나눈다는 것, 되돌려 준다는 것은 아무나, 아무 때나 되는 일은 아니다.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 나눠주고자 하는 마음, 주변을 보살피고자 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복이다. 그 복은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힘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풍경이라고 하지 않는가.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존재이유가 아닐까.

그렇게 찾아가다 보면 알게 되는 것 같다. 큰 것이 크지 않고, 작은 것이 작은 것이 아님을. 크다고 일컬어지는 것과 작다고 일컬어지는 것이 사실은 차별이 없음을.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 ▶ 일요신문(www.liy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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