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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영란법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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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3.

[아침을 열며] 김영란법을 다시 생각한다

입력 2021. 04. 09. 00:00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4년이 넘었다.

청탁을 빈틈없이 막겠다던 애초의 취지가 무색하게 투명성 증대의 노력과 부패인식지수에 일대 타격을 가하는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사태가 발발했다. 모 장관의 아들 휴가 연장이 문제가 되었을 때 일각에서 김영란법 적용대상이라 했지만 사법당국은 절차대로 기소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김영란법의 청탁과 부패 예방에 관한 효과성의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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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종합민원사무소.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4년이 넘었다. 청탁을 빈틈없이 막겠다던 애초의 취지가 무색하게 투명성 증대의 노력과 부패인식지수에 일대 타격을 가하는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사태가 발발했다. 김영란법은 어떤 법보다 입법과정이 지난했고 많은 논의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누군가는 이 법이 통과되면 좀 더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로 거듭날 수 있다고 확신에 차 있었고 누군가는 반신반의했으며 누군가는 이 법과 부정부패 척결과는 큰 상관이 없다고 우려했었다. 과연?

 

여튼 부작용은 꽤나 분명해 보인다. 우선, 적용대상이 너무 넓고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점은 물론이거니와 무엇이 죄가 되고, 죄가 되지 않는지 구분이 쉽지 않다. 모 장관의 아들 휴가 연장이 문제가 되었을 때 일각에서 김영란법 적용대상이라 했지만 사법당국은 절차대로 기소하지 않았다. 자의적 해석이 개입할 공간이 넓어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사례는 아닐까?

 

둘째는 국민의 자유와 미풍양속을 너무 심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큰일이 생기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축하하고 위로하는 뿌리깊은 배려심을 몇 장짜리 법전에 가두어 버렸고 10만 원이란 숫자를 정기적, 지속적 관계란 잣대로 입증해야 하는 의무도 지워졌다.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부상조의 정신마저 국가권력의 감시와 허락의 범위 안에 갇혔다.

여기에 더해 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의 대부분을 사회적 약자가 부담하게 된다. 법 시행으로 인해 발생한 4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은 고스란히 400만 명에 달하는 농축수산인들의 몫이다. 간접적 대상까지 고려하면 그 피해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영란법의 청탁과 부패 예방에 관한 효과성의 의문이다. 조국 사태가 그랬고, LH 부동산 투기 사태가 그랬다. 특히 이번 사태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는 '전 공무원 재산등록'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까지 포함하면 최대 1,000만 명이 재산등록 대상이 된다. 효과는 불분명한데 또 전 국민을 감시할 대상으로 보는 법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볼 때가 됐다.

 

그런 방법이 유효하다면 지난 4년간 부정 부패 예방이 되었거나 아님 많은 이들이 기소, 처벌받았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법 적용이 쉽지 않고. 애초에 단죄해야 할 부정청탁은 3, 5, 10 같은 숫자로 드러날 만큼 순진하게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각처에서 김영란법 사문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런 의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 법의 실제적 효용과 무관하게 사회 일반의 신뢰에 금이 가고 권위는 흔들린다. 하지만 그 전에 전 국민을 규제하고 가르치고 의율하려는 시각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 '전 공무원 재산등록'이 현실화된다면 또 한번 1,000만 명의 자유를 옥죄는 법이 탄생할 수 있다. 김영란법 또한 지금이라도 유용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법을 다듬어야 한다. 휴화산처럼 잠들어 있는 법은 언제라도 특정 정권이나 세력이 부정한 의도로 유리하게 해석하고 적용할 위험만 내포할 뿐이다.

 

바람직한 법 정신의 구현 방향은 법률조항일까? 사회적 상식일까? 모든 법은 질서를 이야기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선 규제의 강제이기도 하다. 늘어짐보다는 즉각적으로, 느슨함보다는 촘촘함으로,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예방 시스템으로 지금부터라도 논의를 시작해보자.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ㆍ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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