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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년노 항장곡(桐千年老 恒藏曲) : 오동나무는 천 년이 지나도 늘 아름다운 곡조를 간직하고, 매일생한 불매향(梅一生寒 不賣香) : 매화는 평생 혹한에 꽃을 피지만 향기를 팔지 않는다. 월도천휴 여본질(月到千虧 餘本質) :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본바탕은 변하지 않으며, 유경백별 우신지(柳經百別 又新枝) :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 ☞ 조선 중기 4대 문장가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 ~ 1628)

[세상읽기] 공직자의 중도사퇴와 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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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다

2021. 7. 21.

[세상읽기] 공직자의 중도사퇴와 대선후보 / 조충영

대선이 점점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중도에 공직을 사퇴한 분들이 있다.
그분들의 명분은 한결같이 잘못된 정치와 나라를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되고자 도전하는 것을 탓할 수도 탓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든다.
그분들이 종사했던 공직은 모두 정치적 중립이 엄중하게 요구되는 자리였다.
그런데도 임기를 마치지 않고 대권에 도전하겠다며 공직을 그만두었다.
현직에 있을 때 과연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올바르게 맡은 일을 충실히 했을까.
대선에 나가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것이었나.
임기도 채우지 않고 대선에 나가겠다고 그만둔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현 정권을 편들 생각은 없지만 현 정권을 비판하며 자신의
공직자로서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사람이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는 끝까지 잘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행동으로 보여 준 것을 말로 뒤집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대통령이 된 후 누구에게든
아무리 본인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게 나라를 위하는 것이라고 한들 그 말이 먹힐지도 의문이다.

감사원은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헌법기관이며 감사원장은 임기가 4년으로 한 차례 중임할 수 있고,
검찰총장은 검찰청법에서 임기 2년을 보장하고 있다.
이 모두 정치적 중립을 위하여 정권차원에서 함부로 사퇴시킬 수 없도록 그 임기를 보장한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 중립을 위하여 헌법과 법률이 임기를 보장한 취지와 반대로
오히려 자신들이 정치를 하겠다며 보장된 임기를 마치지 않고 나선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 자리에 있었으니 과연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자신의 맡은 바 일을 하였을지 의문인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이란 자리가 아무런 준비없이 단지 정권을 비판하며 나서서 해낼 수 있는 자리는 아닐 텐데 말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내외적인 정세나 경제에 관하여 많은 지식과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선거를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출마를 결심했다면 그분들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리에서 이미 이러한 준비를 했거나
그렇지 않다면 미래에 대하여 아무런 준비도 없다는 말이 된다.
특히 검찰총장을 지냈던 분은 자신이 총장으로 있을 때 기소한 뇌물사건에서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피고인의 이익을 생각하여 뇌물을 건네주었다는 취지의 논리를 폈는데 똑같은 논리를 가져간다면
본인이 총장으로서 수사한 사건은 모두 미래에 대선에 나가기 위하여 수사한 것밖에 안 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아무리 자신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켰다고 말해 보았자
본인의 논리로도 바로 반박이 가능하기에 더욱 믿기 어렵다.

낮은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완수하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두면서
자신은 더 높은 자리의 일을 맡아서 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말을 쉽게 믿지 않는다.
물론 그분들은 정말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은 나의 경험으로는 우리사회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사회는 조금씩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지
남의 일을 비판하면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중도에 그만둔 사람들에 의하여 세상이 좋아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감사원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고, 검찰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는데 정권만 잘못된 것이었나.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기관장이
자신의 임기를 끝내지 않고 가장 정치적인 일에 뛰어드는 것은 잘 된 일인가.
모범을 보이며 자신의 임기를 훌륭히 마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고 우선이지 않겠나.
채근담에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봄바람같이 하고(待人春風),
자신을 지킬 때는 가을서리 같이 하라는 말이 있다(持己秋霜).
대통령이 될 사람은 더더욱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자신들이
원래 대통령의 그릇이었으며 나라를 잘 이끌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국민을 위하여 일할 수 있는 재목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모두 행운을 빈다.

조충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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