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둘라 2014. 7. 14. 22:38

(압둘라티프 알 앗셰이크 사우디 권선징악청장)


과거에 사우디 생활을 경험해보신 분들, 특히 여성분들이라면 무뚜와라 불리는 종교경찰들을 접촉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보통은 모자를 쓸 것인지, 히잡을 쓸 것인지 등 복장에 대한 지적질을 하는 이들로 말이죠. 이들은 이 외에도 예배시간에 매장들이 영업하는지 여부, 공공 장소에서 가족이 아닌 사우디 이성들간에 접촉하는지 등등 사우디의 보수적인 종교성향을 대표하는 세력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세계화와 현대와의 흐름 속에 온건화되어가는 사우디 국민들과 종종 충돌을 빚으며 악명이 높은 기관이기도 합니다만... 하지만, 최근 종교경찰들에게 새로운 핵심 임무가 부여되었습니다.


압둘라티프 알 앗셰이크 사우디 권선징악청장은 "종교경찰들의 임무가 더 이상 예배시간에 문닫지 않고 영업하는 상점을 감시하거나 여성들에게 단정하게 입을 것을 지시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으며, 테러 조직들을 지배하는 극단주의 사고를 궤멸시키고, 이들에게 부화뇌동할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사고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하는 더욱 중요한 임무가 주어졌다"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사우디 종교경찰의 임무가 과격 원리주의자들과의 싸움에 집중하게 될 것임을 밝혔습니다.


왜 사우디 권선징악청은 자신들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을까요?



(아부 압둘라흐만 알 빌라위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입수된 내각 형태를 띈 이슬람국가의 지휘체계. 이들에 대한 정보가 궁금한 분들은 클릭!)


이는 최근 이라크에서 태동하여 리더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칼리파 이스마일로 칭하고 칼리프제의 부활을 통한 "이슬람 국가"의 건국을 선언하면서 그 위세를 떨치고 있는 과격 테러조직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 (ISIS)"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악랄해서 알까에다도 자기 계파로 여기지 않는다는 이들이 계속되는 전쟁을 통해 은행을 털고 유전을 확보하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테러집단이 된 후 차세대 테러조직, 즉 국가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이들 세력에 동조하는 사우디인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이 조직에 합류하기 위해 만류하는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이라크로 갔다는 한 사우디 여성의 이야기가 화제를 모은 가운데 지난 주말 이라크에서 죽은 한 사우디 젊은이의 이야기는 과격 원리주의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한 사우디 정부의 우려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25세의 파이살 빈 샤으만 알안지라는 젊은이로 요르단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후 사우디 내 한 정부병원에서 인턴생활하다 이들 조직에 감화되어 숙련된 전문 무슬림들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부응하여 자신의 생업을 때려치우고 이라크로 넘어가 조직원이 되었으며, 30여명의 쿠르드인을 살상하고 결국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으면서 그 사연이 SNS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부비트랩에 걸려 차 안에서 타죽었다거나, 본부에서 부상자를 치료하던 도중 살해당했다는 설이 있을 뿐입니다.


(의사에서 과격 테러조직원으로 변신한 후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한 파이살 빈 샤으만 알안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해 이라크 공무원들의 월급은 $400 정도였던데 비해 이슬람 국가측에서는 직급에 따라 $300에서 $2000까지의 파격적인 월급을 지급하면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사우디 정부는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삶의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과격 테러조직의 논리에 설득되어 이들에게 합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파이살 알안지의 예처럼 실제로는 지식인들도 얼마든지 이들에게 감화되어 테러조직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경찰이 직접 이들과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강경 보수적인 성향의 와하비즘을 내세운 사우디지만 정작 사우디 왕가는 통일전쟁 당시 압둘아지즈 국왕이 종교적 민병대 이크완을 척결한데서 볼 수 있듯 보수적인 종교세력들이 자국 내에서 영향력이 필요이상으로 커지는 것을 늘 경계해오고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부족한 종교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과 결탁했을 뿐, 사우디 왕가 자체는 어디까지나 세속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왕국 건국사 시리즈 참조)


그래서 9/11 이후 자국 내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알까에다 관련 조직들과 전쟁을 벌이고, 원리주의 성향의 성직자들과 서적들을 퇴출시키면서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을 불법단체로 규정하는 등 원리주의 세력들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때 사우디 정부는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이끄는 ISIS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그 누구보다 원치 않는 셈이죠. 결국 자신들의 정권에 도전하게 될 테니까요.


(약 11,000여명에게 발급한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 국가의 여권. 표지에는 여권의 소유자를 해칠 경우 보복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쓰여있다.)


반대로 보수적인 성향의 종교세력들에게는 세계화의 확산으로 인해 전통적인 가치관과 충돌을 빚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적절한 서구화가 가미된 온건화를 추진하고 있는 압둘라 국왕의 점진적인 개혁조치가 마냥 달갑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성이 목소리를 높이며 사회에 진출하고, 통제불가능한 정보의 범람 속에 사회 전반적으로 온건화가 진행되는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계속 일어나면서 친미 서구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극 강경보수 테러조직의 태동과, 이들이 단순한 테러조직에서 끝나지 않고 국가화를 추진하는 진화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세속적인 사우디 정권에 대항하여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셈입니다. 이러한 점들은 중동-북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세속적인 정권에 반감을 품은 많은 이들에게 지지를 얻어내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면이 있기에 ISIS가 더욱 겉잡을 수 없이 진화해나갈 수 있는 가장 큰 잠재력이기도 합니다. 물론 어떻게 나갈지는 알 수 없지만요.


세속적인 성향의 사우디 왕가는 성지의 수호자를 자처하기 위해 보수 종교세력들로부터 종교적 정통성을 얻고 있어 이러한 과격 원리주의자들이 탄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할 뿐이죠.



출처: "Saudi doctor who joined ISIS killed: reports" & "ISIS unveils ‘cabinet’ lineup: report" (Al Arabiya)

         "Revealed: the Islamic State ‘cabinet’, from finance minister to suicide bomb deployer" (Iraqi Translators and Christi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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