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둘라 2014. 7. 1. 14:38

(무함마드 빈 파이살 빈 자베르 아부 삭 국무장관)



지난 일요일 국방차관 칼리드 빈 반다르 왕자를 경질한다는 칙령과 함께 발표된 또 하나의 칙령은 국무장관 겸 슈라 위원회 담당 국무위원 교체의 건이었습니다. 칼리드 빈 반다르 왕자의 경질에 묻혀 크게 주목을 받지 않은 이 칙령의 의미는 새로 국무장관에 지명된 무함마드 빈 파이살 빈 자베르 아부 삭 장관이 수니파 수장국인 사우디 역사상 최초의 시아파 출신 장관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신임 무함마드 국무장관은 사우디 국가방위군 사관학교 출신으로 미국에서 석박사를 마친 후 국가방위군 내에서 훈련 장교, 홍보 장교, 기계화 보병 사령관 등을 거쳐 지난 2005년부터 3기에 걸쳐 슈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방위군 근무시절 사우디-미국 군사협력관계는 물론 각종 국제안보회의 및 세미나에 참석하고 다양한 안보 및 전략 관련 서적 저술 및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현지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인근 국가 이라크에서 발호하여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종파간 분쟁을 극대화시키면서 "이슬람 칼리프령"을 선언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 (ISIS)"의 세력확대가 사우디 및 역내 안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사우디 정부와의 무혈충돌이 계속되는 등 큰 차별을 받고 있는 사우디 시아파와의 문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임을 지적해 왔었습니다.


(지난 2014년 2월 사우디 정부군에 의해 사망한 두 명의 반정부 활동가의 장례를 애도하기 위해 까티프의 한 마을에 모여든 수천명의 사우디 시아파들)



사우디 내에서 혹독한 차별을 받고 있는 사우디 시아파

이슬람의 양대 성지 메카와 메디나가 있는 수니파 이슬람의 수장국인 사우디 내에는 약 2천만명으로 추정되는 순수 사우디 국민들 중 85~90%의 수니파 무슬림들과 10~15%의 시아파 무슬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입니다.) 


사우드 씨족과 오랜 동맹을 맺고 있는 와하비즘의 추종자들이 사우디 내 종교 기관, 법원, 교육을 독점하고 있는 사우디에 살고 있는 시아파들은 사우디 정부로부터 가혹한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이는 사우디 시아파들의 주요 거주지가 다름 아닌 사우디가 벌어들이는 막대한 부의 근원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하나인 동부 유전지대 근처에 모여 살고있기 때문입니다.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태동과 함께 시아파의 세력확산을 우려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의 입장으로서는 바레인의 정국 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바레인 시아파와 자국 내 유전지대 근처에 있는 사우디 시아파의 배후세력으로 이란을 의심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란이 이들을 사주하여 사우디 왕가와 바레인 왕가에 대한 반정부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사우디 내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시아파들은 열두 이맘파로 동부지역 유전지대에 근접한 까티프와 알하사의 오아시스 일대에 모여 살고 있으며, 성지 메디나에도 나카윌라라고 불리는 열두 이맘파의 커뮤니티가 있으며, 일부 시아파들은 리야드의 도심에 이주하여 살고 있습니다. 이들 외에도 소수 시아파들인 자이디파와 이스마일리파 무슬림들의 커뮤니티가 남부 예멘 국경을 따라 나즈란 일대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시아파가 비이슬람적 관행을 "이슬람에 끌어들였다"고 믿었던 와하비즘의 창시자인 이븐 압둘와합이 사아파들을 라피다 (거절자)로 규정하면서 사우드 씨족-와하비 추종자들의 동맹군이 1802년 시아파의 성지 카르발라에 대한 지하드 (성전)을 일으켰을 정도로 사우드 씨족의 첫 국가였던 제1사우디 국가 시절부터 시아파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갖고 첨예하게 대립해왔으며,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건국된 이후 1980년대 후반 사우디 내에서 터졌던 일련의 사건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게 되고 시아파를 "이슬람의 배교자들"이라 비난하는 파트와가 나오면서 시아파에 대한 차별과 제재가 더욱 가혹해졌고, 안그래도 깊었던 사우디 정부와 사우디 시아파들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시아파와의 첨예한 갈등을 해소해 보고자 지난 2003년 사우디 정부는 시아파 뿐만 아니라 수피, 자유 개혁주의자들, 전문직 여성 등 사회 내 소수세력을 아울러 통합의 길을 모색해보는 일련의 "국민 대화 (National Dialogue)"를 추진했지만 골수 와하비즘 추종자들의 강렬한 반대에 부딪칠 정도였으니까요.


(2012년 7월 사우디 정부군과 반정부 시아파들의 충돌로  불타오르고 있는 까티프 지역의 한 거리)


지난 2009년에 나온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와치 (Human Rights Watch)의 보고서에 따르면 시아파를 배척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사우디 시아파들은 종교, 교육, 사법, 고용 등 모든 면에 있어 사우디 정부로부터 시스템적인 차별을 받고 있으며, 이라크와 레바논처럼 일정 규모의 시아파 인구가 있는 국가들과 달리 사우디 내 시아파들은 정부 각료, 주지사나 경찰서장 등 사우디 정부 내에서 일정 지위 이상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봉쇄당한 채 철저하게 소외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상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사우디 시아파들은 사우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채 반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사우디 정부는 이에 대해 살상을 감수한 무력 진압, 체포자들에 대한 중형 선고 등으로 응징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대치상황 속에 시아파에게 정부의 중책을 맡길 수 없다는 암묵적인 관행이 압둘라 국왕의 무함마드 빈 파이살 빈 자베르 아부 삭 국무장관 겸 슈라 위원회 담당 국무위원 지명으로 처음 깨지게 된 것입니다.


지난해 미국 이란간 핵협상 이후 이웃 걸프 국가들도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해나가기 시작하는 등 최근의 정세변화 속에 사우디가 오랜 앙숙관계를 맺고 있는 이란과의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며 초청의사를 밝히며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사우디 역사상 최초의 시아파 출신 장관 지명은 비록 큰 영향력을 가진 자리는 아니라고 할 지라도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가 세력을 급팽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사우디 내 무슬림들간의 종파간 분열을 봉합해 보려는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워낙 갈등의 골과 역사가 깊은 탓에 이를 계기로 사우디와 시아파간의 관계가 진일보하게 될지, 아니면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로 끝나게 될지는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참조: "Saudi Arabia: TV, Shiite minister named in first" (ANSAmed) & "Shia Islam in Saudi Arabia" (Wikipedia)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