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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의 손끝에서 탄생한 예술품, 반(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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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리포터

2021. 6. 14.

소반은 크게 상판, 전(변죽), 운각, 판각, 족대의 형태를 지니며,

못을 사용하지 않고 각각을 결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 짚신 파는 장수 (출처 충남역사박물관 '100년 전 충남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 공주오일장 풍경(출처 신건이)

TV 채널을 돌리다 보니 1970년대 서울 마포를 배경으로 서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재방영되고 있었다. 억척스러운 엄마가 방학 내내 놀기만 하는 자식들에게 훈계를 하며 밥을 먹이는 장면에 검은색 소반이 놓여 있다. 주로 제사 때 사용했다는 검은색 소반이 식사 장면에 보여 의외이기도 하면서, "맞아! 우리 어렸을 적에는 집집이 두리반(상)에서 밥 먹었는데...." 추억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부엌에서 식사 장소인 마루나 안방으로 음식을 옮길 때 소반은 요긴하게 쓰였다. 초등학교 고학년 국어 교과서에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있다. 만주로 도피하는 주인공 친구네 보따리가 기술되는데 솥, 이불, 옷가지와 함께 '개다리소반'을 챙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작고 가벼운 소반은 당시만 해도 우리 식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와 주방과 식탁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아파트, 빌라, 맨션 등의 주거 형태에 많은 사람이 살게 되면서 소반의 쓰임새는 현저히 달라진다.



▲ 생활용품으로 사용되는 소반들

 


그런데 최근 뉴트로 바람이 분 때문인지 전통찻집, 떡 카페 등 좌식 공간을 중심으로 소반이 이용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전통차나 떡은 목가구의 최대 장점인 편안함과 멋스러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 때문인 듯하다.

▲ 대한민국 목공예명장 1호 유석근 초대전 '盤' 전경

 


지난 5월 21일~ 6월 3일, 공주시는 공주의 문화진흥을 위해 '공주갤러리주간사업'을 펼쳤다. 민간 갤러리와 공공기관이 협업하여 주제에 맞는 전시를 기획했는데, 갤러리 쉬갈에서는 대한민국 목공예 명장 1호 유석근 초대전 '반(盤)'을 선보였다.

유석근 초대전 '반(盤)'을 소개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기획자 임재광이 기술한 유석근의 작품세계 중 일부를 적어 본다.

(중략) 그러나 현대는 주택구조와 생활방식이 서양식으로 바뀜에 따라 소반의 쓰임새가 없어졌다. 따라서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가구가 아니라 아름다운 전통공예품 정도로 존재하게 되었다. 이는 공예의 기능 중에서 쓰임의 기능보다는 감상의 대상이 강조된 상태가 된 것이다.따라서 유석근의 소반은 가구가 아닌 작품으로 보아야 한다.

▲ 다양한 소반

소반은 크게 상판, 전(변죽), 운각, 판각, 족대의 형태를 지니며, 못을 사용하지 않고 각각을 결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지역색이 뚜렷하여 황해도 해주, 전라남도 나주, 경상남도 통영이 소반으로 유명한 지역이라고 한다. 

소반은 쓰임새에 따라 식반(食盤), 주안반(酒案盤), 공고상(公故床), 교자상(交子床), 돌상(百玩盤) 등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여기서 공고상은 야외나 관청에서 식사할 때 음식을 머리에 이고 나르는 소반으로 번상(番床)이라고도 한단다. 교자상은 음식을 차려 놓은 사각형의 큰 상을 말하며, 여덟 사람이 둘러앉을 만한 크기의 네모반듯하게 만든 '팔선교자상(八仙交子床)'과 명절이나 제사, 축하연 때 음식을 차려 놓는 직사각형의 '직교자상(直交子床)' 등이 있다고 한다.

▲  사각 소반

 

▲  원형 소반

 

▲ 일주반(一柱盤)은 기둥이 하나로 되어 단각반(單脚盤)이라고도 한다.

 


상판 모양에 따라 8각, 12각, 장방형, 4방형, 원형, 반월형, 연엽형(蓮葉形), 화형(花形) 등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다리 모양에 따라서는 구족반(狗足盤), 호족반(虎足盤), 죽절반(竹節盤), 단각반(單脚盤) 등으로 불리는데, 이중 구족반은 흔히 '개다리소반'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 현대적 감각으로 만들어진 만들어진 소반

소반은 여성들이 주로 사용했기에 가벼워서 들기 좋은 은행나무, 소나무, 느티나무, 가래나무, 호두나무, 단풍나무, 대추나무, 버드나무 등의 목재가 쓰였다고 한다. 

유석근 명장의 소반들도 뒤틀림이 적고 습기에 강한 은행나무나 나뭇결이 아름다운 느티나무, 구하기 쉬운 소나무 등으로 만들어졌다. 갤러리의 조명 때문에 실제 작품들보다 밝게 촬영됐으나, 방수와 흠을 방지하기 위해 표면을 옻칠로 마무리했기 때문에 실물 작품들은 고혹적인 짙은 나무색을 띤다.

▲ 소품으로 사용된 소형 소반

우리 집은 식탁과 두 개의 장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두 개의 소반을 매일같이 쓰고 있다. 유석근 명장이 제작한 소반과는 품질과 품격에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나이 어린 손님이 있을 때나 식사 인원수나 반찬 수가 적을 때 꺼내 쓰면 안성맞춤이다. 이렇듯 소반은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최근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젊은 연령층에서는 소품으로도 애용하는 것 같아 문화진흥 측면에서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공주갤러리주간사업으로 열린 대한민국 목공예명장 1호 유석근 초대전 '반(盤)'을 통해 잘 모르던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힌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 전통공예의 장점을 발견하는 계제가 된 듯하여 뿌듯하다.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엥선생 깡언니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겔러리 '쉬갈' >

 

소재 : 공주시 봉황로 84, 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