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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길에서 만나는 방포해변과 안면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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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리포터

2021. 9. 21.

노을길에서 만나는 방포해변과 안면해수욕장

자연이 알려주는 절제된 아름다움

 


바다 앞에서 두 팔을 벌려 내 가슴 속으로 바다를 껴안을 수 있다면 그래서 성난 파도를 품고 찰랑거리는 소리로 세상과 이야기하고 싶다. 7월과 8월을 지나 9월을 맞으며 퇴색하고 있는 여름은 코로나19의 여운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더믹 시대를 위로하는 따뜻한 언어들이 절정으로 치닫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위로 받고 싶은 가을이다.

▲ 안면도 해당화가 우리에게 위로의 미소를 짓고 있다

슬픔에 젖은 소리들이 중환자가 누워있는 병실에서 새어 나오고, 위태로운 생명을 붙들고 안타깝게 지켜보는 가족들의 상념은 이별의 과녁으로 향하는 화살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찌할 수 없는 세상살이의 아픔들을 바다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을 수 있다면 그래서 그 바다를 포옹하려고 두 팔을 벌려보는 사람들이 모두 바다의 품에 안겨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

▲ 방포해수욕장의 바다 모습

동글동글한 돌들이 700미터의 길이에 예쁘게도 깔려있다. 맨 발로 느껴보는 몽돌의 감촉은 의외로 편안하다. 햇볕을 받아들이며 당당하고 깜찍하게 해변을 차지하고 있는 몽돌들은 이곳의 터줏대감이다. 안면도에서 처음으로 해수욕장이라는 이름을 갖고 지금까지 그 맥을 지켜온 방포해수욕장의 풍경은 썰렁하다.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변 꽃지해수욕장이나 안면해수욕장의 유명세에 밀려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꽃지해수욕장이 유명해지기 전에는 대도시에서 안면도로 향하는 여름철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는 방포해수욕장을 거쳐가거나 종착역이었다. 이때는 해수욕장 모래밭 길이가 700m, 폭 250m, 면적 14ha, 경사도 3도, 평균수심 1.2m, 수온 섭씨 22도로 모래질이 좋고 몽돌에서 야영하기가 좋았다. 1980년 대 초에는 안면도에 방포해수욕장이 유일했으며 인기가 높았던 곳이었다.

▲ 방포해수욕장의 동글동글한 자갈들

지금은 교통편도 불편해져서 안면읍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야 할 정도로 방포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몽돌 아래에 펼쳐졌던 200미터의 고운 모래는 점차 줄어들고 여기저기에 돌들이 흩어져 아름답던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잠시 뿐, 사람들은 모두 방포항에서 식사를 하고 꽃지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화려했던 과거를 잃은 방포해수욕장을 위로하는 것은 넘실거리는 파도와 가끔씩 소리치는 갈매기들이다. 지금 방포해수욕장은 휴식이 필요한가 보다. 그리고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수천 년의 시간을 품고 자식들을 기다리는 어미처럼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방포해변에서 바라 본 남쪽에 꽃지 할미바위가 보인다

방포해수욕장이 있는 이곳 안면읍은 총면적 91.35㎢로 전 지역이 태안해안국립공원에 편입 될 정도로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황해와 접한 서쪽은 해안선을 따라 바람아래·운여·샛별·꽃지·방포·밧개·두여·안면·기지포·삼봉·백사장 등 10여 개 이상의 크고 작은 해수욕장이 들어서서 휴양지로 각광을 받는다.

또한 서남쪽으로는 천연적인 방파제가 있는 '내파수도'와 '외파수도'가 있다. '내파수도‘는 수 천 년 세월동안 파도에 밀리고 깨지고 씻기며 만들어진 형형색색의 조약돌 방파제인 ‘구석(球石) 방파제’가 길이300m, 폭20~40m로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2009년 천연기념물 제511호로 지정됐다. 방포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방포포구에는 가오리, 붕장어, 우럭, 고등어 등의 생선들이 많이 잡혀 싱싱한 회로 유명하다.

▲ 사라져 가는 방포해수욕장의 고운 모래

꽃지해수욕장과 방포항 그리고 방포해수욕장이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안면읍 승언리'라는 지명을 사용한다. 승언(承彦)이란 지명 유래에 대해 살펴보면, 일찍 통일신라시대에 청해진을 중심으로 서남해의 해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장보고 대사(張保高 大使)의 휘하에서 활동하던 승언(承彦)이란 장군이 안면도에 상주하면서 해상활동을 전개하여 안면도를 수호하였으므로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명을 '승언'이라 명명한 데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 썰렁한 방포해수욕장의 상가 모습

방포해수욕장을 벗어나 북쪽으로 이동하면 안면해수욕장이 나온다. 태안 해변길을 따라 걸으면 방포해수욕장에서 두여해변을 지나 밧개해변 그리고 안면해수욕장까지 5km 정도의 거리이다. 곰솔들이 자신들의 틈으로 산책로를 내어 준 이곳은 태안 해변길 제5구역이며 '노을길'이라고 부른다. 태안 해변길의 마지막 코스이기도 하다. 노을길의 시작은 기지포해수욕장에서 시작해서 꽃지해수욕장까지 총 길이가 8.7km에 이르는 산책로이다.

태안 해변길은 그 길의 주변 특성에 따라 구역마다 이름이 다르다. 제1구역은 학암포에서 신두리까지 인데 ‘바라길’이라고 부르고, 제2구역은 신두리에서 만리포까지 인데 ‘소원길’이라고 부른다. 제3구역은 만리포에서 파도리까지 인데 ‘파도길’이고, 제4구역은 몽산포에서 드르니항까지 인데 ‘솔모랫길’이라고 부른다.

▲ 태안해변길 안내판

저녁 무렵에 방포해수욕장에서 기지포 해변 쪽으로 이어진 노을길을 걷다보면 고개가 왼쪽으로 젖혀진다. 바다 위에서 항금빛으로 출렁이는 물결이 파도에 부서지며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걷는 것은 뜨거운 내 심장을 달래주는 행보이다. 어쩌면 노을길을 걷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석양일지도 모른다. 나는 노을을 타고 황홀한 풍경의 마법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수평선에 기대어선 태양은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고단한 오늘 하루를 위로하고 있다. 누가 '노을길'이라고 이름 지었을까? 참 어울리는 이름이다.

▲ 안면해수욕장의 모습

방포마을 옆 밧개마을 부터는 '안면읍 정당리'라고 부른다. 정당리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댕이마을 곳곳에서 출토된 돌화살촉·반월형석도·돌도끼·마제석기·갈판 등은 청동기시대부터 인류가 정착했던 지역임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안터골·복독개·병풍이 등에서는 패총이 발견된 바 있어 선사시대의 주거지와 같은 생활유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가 하면 자연석을 쌓아서 만든 고려시대의 고분이 잔다리 마을에서 발견된 바 있고, 가락금 무덤에서는 조선시대의 백자·숟가락·사발·곰방대 등의 유물이 다수 출토되었다. 이로써 정당리는 선사시대 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생활이 단절없이 이어져 온 마을임을 뒷받침한다.

▲ 곳곳에 군 부대의 현수막이 보인다

안면해수욕장은 특별한 해수욕장이다. 20대의 건강한 대한민국 강철부대 아들들이 우렁찬 함성과 함께 신나게 여름을 즐기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군인 중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특수부대 군인들이 여름이면 이곳 해변에서 훈련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뜨거운 여름의 태양은 대한의 아들들에게는 반가운 친구와 같다. 쏟아지는 햇살을 즐기는 군인들의 황금빛 피부 곳곳에는 용맹함을 상징하는 검은색 근육들이 움직인다.

호랑이가 먹이를 향해 돌진하듯 강철부대원들이 바다를 향해 달려 나가자 그 매섭던 파도가 잠잠해지고 뜨거운 햇볕도 구름에 가려진다. 이곳은 살아있는 심장이 두근거리도록 만드는 묘한 설레임이 가득한 해수욕장이다. 젊은이들의 숨소리와 열기가 충만한 바다는 조용히 그러나 쉼 없이 곱고 아름다운 해변을 향해 도발하고 있다.

▲ 저 멀리 군인들이 단체로 휴가를 즐기고 있다

안면해수욕장의 고운 모래는 새색시의 치마 속에 감추어진 속살과 같다. 초록색 치마 같은 바다갈대는 바람에 흔들리며 하얀 모래로 유혹하고 있다. 마릴린 먼로의 치마가 바람에 들춰진 한 장의 사진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곱고 부드러운 은색의 하얀 모래가 해변의 풀들이 펼쳐 놓은 초록의 물감에서 뚝뚝 떨어진다. 바다갈대의 뿌리를 붙들고 있는 모래는 바람의 흔들림에도 당당하다.

▲ 자연경관이 잘 보존되어 해변의 모래 풀들이 무성하다

하루에 두 번, 바다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모래는 바닷물이 빠져 나가면, 무방비 상태로 바람에 흔들리며 여기저기로 이동한다. 화냥끼가 가득한 모래는 바람을 부르고 바람 따라 흔들리는 모래의 자태는 황홀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곳 안면해수욕장 모래는 피 끓는 젊은 군인들까지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조화로운 자연 속에서 바다와 모래의 사랑은 햇볕의 축복을 받으며 바람을 타고 함께 흔들린다. 그리고 무질서한 흔들림 속에서 절제 된 풍경 또한 아름답다.

▲ 고운 모래가 해변에 즐비하다

바다갈대가 해변의 그루터기에서 무질서하게 흔들리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색 걸음걸이는 이내 새하얀 모래 위로 영역을 넓히려는 욕심을 내보인다. 사심 없는 대나무 쪽으로 막아서는 해변의 모래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바다갈대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이것은 모래와 바다갈대의 아름다운 절제력이다. 자신의 욕심을 절제하지 못하는 바다갈대를 막아서는 고운 모래는 그래서 더 아름답다. 근본도 모르는 바람에게 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바다갈대에게 자신의 땅을 내어주고 인간들의 발길을 받아들이는 고운 모래는 그래서 포용하는 아름다움보다 절제하는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옳지 않는가. 스스로 절제하는 모래를 보면서 인간들이 확증편향된 논리로 자신들의 이기주의를 지키려는 모습은 보면 추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 바다갈대와 해변의 고운 모래는 대나무 쪽을 경계로 공존하고 있다

이곳은 적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는 해수욕장이다. 대한민국의 적 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모든 적들의 무질서한 침입을 철저히 경계하고 차단한다는 것이다. 생명의 안전과 생활의 풍요로움을 위해 군인들에게 해수욕장을 내어 준 이곳 정당리 주민들의 절제하는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땅에 대한 이기심을 버리고 나니 또 다른 행복이 보이는 것이다. 나눔의 진정한 미학은 무조건 퍼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을 절제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 소나무와 바다갈대와 모래가 잘 구분된 모습이 아름답다

생명력의 지속성을 위한 행복은 나 혼자서 이루어내는 것이 아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자연과 함께 내일에 대한 욕심을 절제하고, 어제까지 이어져 온 자연의 공간들을 지켜내고 유지해야, 행복한 오늘이 있는 것이다. 마음을 나누고 물질을 나누면서 서로의 마음을 정답게 교류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자연은 안면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우리를 일깨우고 있다.

▲ 안면해수욕장 입구 모습

충남 화이팅!! 안면도  화이팅!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나드리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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