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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사업본부 2013. 8. 9. 14:00

    억압의 생물학적 표현은 배설
    은밀하게 위대하게

     

     

     

     


    한 여직원이 영화 보고 와서 말한다. 주인공 ‘김수현’ 얼굴 보고 왔다고. 웃을 때 깊어지는 눈과 아랫볼이 죽인다고.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하는 직원을 보며 “길바닥에 큰 것 실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그랬더니 아무 말이 없다.

     


    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개봉 한 달 만에 700만 명의 관객을 불러들였다. 김수현 효과일까? 포털 기사를 보니 ‘젊은 여성관객은 꽃미남을 좋아해!’라고 쓰고 있다. 목이 터지라고 ‘연우’를 찾던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은 꽃미남에다 순진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여성관객을 사로잡는다. 그런 그가 입장객 천만을 훌쩍 넘긴<도둑들> 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던 터다. 오늘 북한군 정예요원으로 홀출하니 무척 반가웠던 것 같다. 바보로 분해도 개의치 않는 눈치다. 

     


     북한에서 특수 훈련을 받은 세 사람이 각각 남파된다.  

     

     

     


     ‘원류환’(김수현 분)은 달동네에서 바보 노릇을 한다. 일곱 살 때쯤 된 아이들에게 얻어맞고 징징거린다. 동네 사람이 다 보는 앞에서 공연히 텀블링을 한다. 걸핏하면 넘어졌다 일어나며 웃는다. 주기적으로 도롯가에서 큰일을 본다. 자꾸만 좋아지는 이웃집 아가씨 ‘윤우란’(박은빈 분)이 지나가다 그 광경을 보는데, 난처하기 짝이 없지만 어쩔 수 없다.

     

     

     


    북한군 고위 간부의 아들 ‘리해랑’(박기웅 분)은 가수가 되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노랑머리를 한 채 기타 메고 거리를 활보한다. 남한사회 다른 젊은이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는 매사가 좋은 게 좋다는 주의다. 때로 북한 체제에 대하여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다른 한 사람 ‘리해진’(이현우 분)은 고등학생이면서 이 두 사람을 감시하는 게 주 임무다. 그런데 해진은 북에서 훈련받을 때 류환의 조원이었다. 겉으로는 감시하지만, 속내는 류환을 존경하고 있다.

     

     


    이들은 가끔 잘 훈련된 몸통을 보여준다. 팔굽혀 펴기를 하는데 두 발을 땅에서 떼고 수평을 유지하며 온몸을 팔심만으로 지탱한다. 지붕을 날아다닌다. 자기들끼리 기 싸움도 벌인다. 조국통일을 위한 특별한 행동도, 긴장감도 없이 그렇게 세월이 흐른다. 남한사회 달동네에 그들은 서서히 동화되어 간다.

     

     

     


    어느 날 류환이 일하는 집〔동네 수퍼마켓〕아들 ‘두석’(홍경인 분)이 불량배들에게 얻어맞는다. 주인집 아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좌시할 수 없다. 류환이 해랑에게 주문한다. 흔적 없이 해치우라고. 패거리 들이 있는 창고에 도착한 해랑은 이들을 감쪽같이 때려눕히고 유유히 빠져나온다. 

     

     

     


    어느 날 지령이 내려온다. 뜻밖에도 ‘모두 자결하라!’라는 내용이다.
     ‘어차피 연어는 회귀하면 알을 낳고 죽는다. 어디서 죽으나 마찬가지이니 그곳에서 조용히 자결하라는 것이다. 이유인즉 남북관계에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것. 이들의 존재가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류환은 어머니의 안위만 보장 된다면 기꺼이 따르겠다고 한다. 나머지 둘은 반발한다. 북에서 특수부대장 ‘김현주’(손태원 분)가 내려온다. 죽여주겠다는 것. 둘은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어느새 국정원에서 낌새를 알아차리고 포위망을 좁힌다. 이 와중에도 류환은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다. 이미 처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싸움에 동참한다.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모를 싸움에서 이들 모두는 절명하고 만다.

     

     


    영화를 치료적 차원에서 조명해 보자.
    바보처럼 웃음을 팔며 살라는 명령은 일종의 억압이다. 이들이 지닌 초인적 능력은 임무수행과 거리가 있다. 어쩌면 이들과 관객의 교집합은 한 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폐습 쪽에 있지 않을까.

     

     

     

     


    우리의 현실을 보자. 지금 이 사회에서 류환 아닌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 곧바로 서서 자기 목소리 내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영화 부제에 ‘들개로 태어나 괴물로 길러져 바보로 스며들다.’라는 내용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다 이런 사람들 아닌가. 그러기에 관객은 저들의 몸 안에 숨겨둔 힘을 꺼내보고 싶어 한다. 그 저력이 언제, 어디서 발산되는지 기다리는 것이다. 죽으라고 노력하고 발버둥 쳐서 어느 위치에 도달했는데, 그곳 또한 층층시하이니 참담할 수밖에. 시간이 갈수록 더 움츠리고 살아야 하는 현실, 싸워서라도 떨쳐버리고 싶은 무거운 짐. 저들이 반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은 자신을 투사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짐을 벗고 홀가분해지려는 것이다.

     

     

     

     


    이들은 “내가 변할까 봐 두려워, 돌아가고 싶어.”라고 말한다. 이들이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

    심리적 장소로 보면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곳은 정녕 ‘아무것도 몰랐던 그 때.’가 아닐는지……. 

    따지고 보면 은밀함도 위대함도 모두 내 안에 있다.무의식 속에 억압된 채 감춰져 있다는 게 문제다.

    김수현의 얼굴에 완전히 반한 직원에게는 억압과 별개인 탐미가 있다.

     

     

    나는 지금 저들처럼 싸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