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04:50

우리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선택이란 무엇일까요? 합리적인 선택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선택의 기준 1: 동일한 비용으로 더 많은 이득을

왕 선택 학생의 아버지가 1천만 원으로 투자를 할 때, A 회사 주식을 사면 200만 원을 벌 수 있고 B 회사 주식을 사면 300만 원을 벌 수 있다면, 당연히 B 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이처럼 동일한 비용을 들여 더 많은 이득 또는 효과를 남기는 것이 바로 경제 원칙입니다.

선택의 기준 2: 동일한 이득을 더 적은 비용으로

이번에는 왕 선택 학생의 아버지가 투자로 200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A 회사 주식을 살 때에는 1천만 원의 투자 원금이 필요하고 B 회사 주식을 살 때에는 900만 원의 투자 원금이 필요하다면, 어느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경제적인가요? 당연히 B 회사 주식입니다. 이처럼 동일한 이득 또는 효과를 얻는데 더 적은 비용을 들이는 것이 경제 원칙입니다.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두 가지 경제 원칙은 실제로는 서로 다른 원칙이 아니라, 동일한 내용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 것에 불과합니다. 어떤 원칙을 따르던 결국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선택의 기준, 기회비용

왕 선택 학생이 1만 원을 가지고 피자를 먹기로 선택한 경우, 그는 영화보는 기회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영화를 봄으로써 느낄 수 있었던 만족(효용)을 누리지 못하는 비용(대가)을 치러야 합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옵션 가운데 어떤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다른 것을 선택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데, 그 상실된 기회가 줄 수 있었던 만족 또는 가치를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 합니다. 왕 선택 학생이 피자를 선택할 때의 기회비용은 영화로부터 느낄 수 있었던 만족 또는 가치입니다.

피자를 먹을 때 효용(효과)이 기회비용보다 작다면 왕 선택 학생의 피자 선택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즉, 영화 보기가 올바른 선택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효용이나 기회비용의 비교는 주관적인 판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에게는 올바른 선택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선택을 내가 함부로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물론 그 사람이 잘못된 선택 기준에 따라 선택했다면, 그것을 비난할 수는 있습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수반되기 마련입니다. 이 세상에 기회비용이 없는 선택이란 없습니다. 왕 선택 학생이 1만 원을 가지고 피자를 먹기로 선택한 경우의 기회비용은 영화 보기입니다. 왕 선택 학생의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두고 가게를 차릴 경우의 기회비용은 회사를 계속 다닐 경우에 벌 수 있었던 임금입니다. 기업이 컴퓨터를 생산하는 기회비용은 DVD 생산입니다. 정부가 농촌에 119조 원을 지원하는 정책의 기회비용은 그 돈으로 할 수 있었던 실업자 구제입니다.

이처럼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는 원칙을 한 마디로 비유한 말이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입니다. 대충 보기에는 기회비용이 없는 것처럼 생각해서 의사결정을 가볍게 할 수도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행동입니다. 기회비용은 항상 존재하며,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됩니다.

기회비용

기회비용은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개념입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기회비용의 개념이 쓰이지 않는 곳은 하나도 없으며, 경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정작 기회비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는 예를 통해 기회비용을 제대로 이해해봅시다.

기회비용의 예 1: 주식 투자의 기회비용

왕 선택 학생의 어머니는 여유 자금 1천만 원을 가지고 ① 연 5%로 은행에 예금, ② 연 7%의 채권을 구입, ③ 수익률이 불확실한 주식 투자의 3가지 기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어머니가 주식에 투자하기로 선택했다고 할 때, 어머니는 그 돈으로 은행 예금이나 채권 구입이라는 기회를 포기한 셈입니다. 그리고 포기한 기회로부터 발생했을 이득은 은행 예금의 경우는 60만 원의 이자 수입이며, 채권 구입으로부터는 70만 원의 이자 수입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주식 투자를 선택했을 때의 기회비용은 얼마일까요? 채권 구입으로부터 발생했을 70만 원이 주식 투자의 기회비용입니다. 기회비용에서 한 가지 명심할 것은 기회비용이 상실된 여러 기회의 가치를 모두 합하는 것이 아니라, 상실된 기회 가운데 가장 좋은 기회의 가치만을 의미한다는 점입니다. 한 가지만이 기회비용이 되는 이유는 왕 선택 학생의 어머니가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은행 예금과 채권 구입을 동시에 할 수는 없으며, 어차피 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나?

1년이 지난 후 어머니는 주식을 처분하여 60만 원의 차익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하여 경제 신문을 구독하고 인터넷 증시정보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10만 원의 비용을 지출했습니다.

과연 어머니는 '주식 투자'라는 선택을 잘한 것일까요? 어머니는 주식 투자로부터 돈을 번 것일까요? 어머니의 친구인 갑과 을은 각각 다음과 같이 계산하였습니다. 갑은 주식 투자로부터 50만 원의 이득을 남겼으므로 주식 투자를 선택한 것이 경제적이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반면에 을은 어머니가 실제로 주식 투자로 인해 20만 원 손해본 것이기 때문에 주식 투자는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러분은 누구의 계산이 맞다고 생각합니까?

갑의 계산

을의 계산

  • 수입            60만원
  • 비용       -   10만원
  • 수입                  60만원
  • 비용             -   10만원
  • 기회비용       -   70만원
  • 이윤            50만원
  • 경제적 이윤   -   20만원
  • 결론: 주식 투자로부터 50만원의 이득
  • 결론: 주식 투자로부터 20만원의 손실

 

 

네, 그렇습니다. 을의 계산이 맞습니다. 왜 그런가요? 어머니는 주식 투자를 해서 지금 손에 원금을 제외하고 50만 원의 돈을 쥐고 있지만, 만약에 주식 투자를 하지 않고 채권을 구입했더라면 손에 70만 원의 돈을 쥐고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왕 선택 학생의 어머니는 주식 투자를 선택함으로써 70만 원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기회비용), 50만 원밖에 벌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20만 원의 손해를 본 것입니다.

이윤은 당연히 경제적 이윤을 의미

경제학적으로는 분명히 을의 계산이 맞지만, 우리 주변에는 갑의 계산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는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까지 모두 고려한 나머지를 경제적 이윤이라 하고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갑의 계산 결과를 회계학적 이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경제학에서는 경제적 이윤을 올바른 계산으로 보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경제적'이라는 말을 생략하고 단순히 이윤이라 말하곤 합니다. 이로 인해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이윤과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이윤이 서로 혼동되기도 합니다. 절대 잊지 마세요. 경제적 이윤이 올바른 이윤의 개념이라는 사실을.    

기회비용의 예 2: 자기 사업의 기회비용

왕 선택 학생의 누나는 회사원입니다. 그 누나가 직장을 그만두고 조그만 가게를 시작했다고 합시다. 그 결과 1년 동안 수입이 1억 원, 가게 임대료, 세금, 종업원 임금 등의 비용이 8천만 원이라고 합니다.

수입 1억 원에서 비용 8천만 원을 빼면 2천만 원의 이윤이 남습니다. 그렇다면 왕 선택 학생의 누나가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하길 잘한 것인가요? 물론 아닙니다. 위의 계산에서도 역시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 예에서의 기회비용은 누나가 가게를 차리지 않았더라면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연봉이 됩니다. 만약 누나가 이전 직장에서 받았던 연봉이 3천만 원이라면, 누나는 자기 사업으로부터 2천만 원의 이윤을 번 것이 아니라 오히려 1천만 원의 손실을 본 것이며, 자기 사업을 한 것은 잘못된 선택입니다.  

기회비용의 예 3: 교통사고의 기회비용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피해자에게 가해 운전자는 일정액의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평생 벌 수 있었던 소득에 대한 보상입니다. 이 역시 기회비용의 개념이 현실 생활에 적용되고 있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회비용의 개념이 쓰이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회비용의 개념을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여 기회비용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뿐입니다.

 

*** 다음 주제: 의사결정은 한계적으로(한계의 원리)

^*^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