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05:18

상대적으로 더 잘 하는 것을 맡아야

축구 스타 유 상철 선수는 국가대표 팀에서 여러 위치를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미드필더로서 골도 자주 넣을 뿐 아니라, 수비를 담당해도 자신의 역할을 믿음직스럽게 소화해냅니다.

2003년 12월 일본에서 열렸던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코엘류 국가대표 팀 감독은 유 상철 선수를 어느 포지션으로 투입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는 소식이 신문에 전해진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감독이라면 어떤 의사결정을 하겠습니까?

유 상철 선수가 다른 선수에 비해 어느 포지션에서 상대적으로 더 잘 하는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유 상철 선수가 두 포지션에서 모두 다 잘하지만 미드필더로서 상대적으로 더 잘한다면 유 상철 선수에게는 미드필더를 맡기고, 유 상철 선수가 수비수로서 상대적으로 더 잘한다면 수비수를 맡길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 비교우위의 원리

이것이 바로 비교우위의 원리입니다.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란 어떤 생산자가 다른 생산자보다 작은 기회비용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유 상철 선수가 다른 선수보다 미드필더를 상대적으로 더 잘한다면, 유 상철선수는 미드필더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비교열위는 이에 상반되는 개념으로서, 위의 예에서 볼 때 유 상철 선수는 수비수에 비교열위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비교우위의 원리에 따르면, 기업들은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 생산요소를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에 투입해야 합니다. 비교우위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모든 생산요소는 반드시 한 분야에 비교우위를 갖게 마련입니다. 이는 불필요하거나 쓸모 없는 생산요소는 없으며, 모든 생산요소가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고, 또 활용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희소한 자원을 놀리면 낭비

우리 주변에 있는 생산요소들은 모두 희소합니다. 그리고 모든 생산요소는 저마다 비교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희소한 생산요소를 놀려서는 안되며,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에 투입하는 것이 경제적인 사고입니다. 희소한 자원을 사용하지 않은 채 놀리면 경제적으로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 승엽 선수의 비교우위는 타자

2003년에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운 이 승엽 선수는 삼성에 입단할 때 원래 투수였습니다. 그렇지만 삼성 구단은 이 승엽 선수가 투수보다는 타자에 비교우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타자로 전향시킨 결과 지금의 국민타자 이 승엽 선수가 탄생한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 가운데에는 학교 경영 능력도 뛰어날 뿐 아니라 가르치는 능력도 탁월한 분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교장 선생님이 학교 경영도 하고,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해야 하나요? 시간이 제약되어 있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습니다. 가르치는 능력에 있어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선생님이 수학을 가르쳐야 하고, 학교 경영에 있어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교장 선생님은 학교 경영에 전념해야 합니다.

이처럼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에 생산요소를 배분한 결과 전문화(specialization)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전문화를 통해 우리는 재화를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게 됩니다.

무역에 적용되는 비교우위

이러한 비교우위의 원리나 전문화는 국가 사이의 무역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이것이 바로 자유 무역을 지지하는 이론적 근거가 됩니다. 시계를 생산할 때의 기회비용을 보면, 스위스가 우리나라보다 작습니다. 반도체를 생산할 때의 기회비용은 우리나라가 스위스보다 작습니다. 이때 스위스는 시계 생산에 비교우위를 지니며, 우리나라는 반도체 생산에 비교우위를 지닌다고 말합니다.

시계 생산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스위스는 시계를 생산하여 수출하고, 반도체 생산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반도체를 생산하여 수출합니다. 이처럼 비교우위에 기초해 자유 무역을 함으로써 시계 산업과 반도체 산업의 총생산량은 비교우위의 원리에 기초하지 않을 때보다 커지게 되고, 결국 두 나라 모두는 자유 무역으로부터 이득을 얻습니다.

이러한 비교우위의 논리를 전세계로 확대하면 어떻게 될까요? 세계 각국은 저마다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에 특화하여 생산하고 이를 무역장벽 없이 다른 나라로 자유롭게 수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결국 지구촌은 비교열위에 있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 무역을 하기보다는 비교우위에 기초하여 자유 무역을 함으로써, 모두가 이득을 보며, 사람들은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더 저렴한 가격에 소비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자유 무역이 바람직하다는 논리의 근거입니다.

자유 무역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는데도 자유 무역이 좋은가?

자유 무역이 우리나라에게 이득이 된다는 말의 뜻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 말은 자유 무역이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을 동시에 행복하게 만든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자유 무역을 하면 이득을 보는 사람도 있고, 동시에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만 이때 이득의 크기가 손해의 크기보다 커서 국가 전체적으로 자유 무역이 이득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를 비교우위의 용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자유 무역은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에게는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지만, 비교열위에 있는 산업에게는 구조조정이라는 시련을 제공합니다.

자유 무역을 통해 소비자가 이득

자유 무역을 통해 일반적으로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지를 자동차의 예를 가지고 생각해봅시다. 자동차를 수출하는 나라에서는 자동차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기업과 그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가 이득을 봅니다. 반면에 자동차를 수입하는 나라에서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과 그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가 손해를 봅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수입하는 나라에 있는 소비자는 이득을 봅니다. 국내시장에 이전보다 자동차가 더 많이 공급되고 이를 더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동차를 수출하는 나라의 기업과 수입하는 나라의 소비자는 자유 무역을 지지하지만, 자동차를 수입하는 나라의 기업은 자유 무역을 반대합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우리나라와 칠레 정부는 서로 자유 무역을 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체결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칠레에 제조업 제품 수출을 늘리고 제조업 관련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과일 생산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칠레는 우리나라에 과일 수출을 늘릴 수 있습니다.

이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볼까요? 제조업체들과 종사자들이 이득을 봅니다. 또 사시사철 맛있는 과일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비할 수 있게 되는 소비자들도 이득을 봅니다.

그렇지만 비교열위에 있는 우리나라 과일 생산 농가들은 생산 기반을 잃는 타격을 입습니다. 그렇다고 이들 농부들이 농촌을 떠나 자동차 공장이나 반도체 공장에 취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농부들이 국회 앞에서 이 협정의 국회 비준을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것도 이들이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FTA는 세계적인 추세

그렇지만 1990년대 들어와서 FTA는 전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180여개의 FTA가 체결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단 한 건의 FTA도 체결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가 무역 대국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 FTA 체결 성적표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꼭 FTA를 체결해야 하는 것인가요?

FTA를 통해 회원국끼리는 자유 무역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비회원국들에게는 차별적인 무역 조치를 시행합니다. 따라서 FTA를 체결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국제 무역에 있어 비회원국으로서 차별을 받게 되며, 수출 환경이 악화됩니다. 우리가 FTA를 체결하지 않는 경우의 기회비용(즉, 수출 환경의 악화)을 고려할 때, FTA 확대에 더 이상 뒷짐을 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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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