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05:20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다니?

경제학자들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상충관계(trade-off relationship)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이전의 강의(두 번째 주제)에서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수반된다는 말을 '공짜 점심은 없다'라 표현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상충관계를 이야기할 때 자주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다'는 말로 표현합니다. 상충관계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한 가지 목표를 희생 또는 포기해야 하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나?

왕 선택 학생은 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두 마리 토끼 가운데 앞서 오는 토끼를 먼저 잡고 난 뒤, 뒤따라오는 나머지 토끼를 잡으면 될 텐데 말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왕 선택 학생의 생각이 맞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 마리 토끼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고 있다면 왕 선택 학생의 계획은 어긋나게 됩니다. 한 마리 토끼를 잡는 순간, 다른 한 마리 토끼는 다른 방향으로 뛰어 달아나 버리고 맙니다. 현실의 경제에는 이런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상충관계는 이런 관계에 있는 두 가지 경제 목표(토끼)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현실 경제에서 부딪치게 되는 상충관계의 예들을 생각해 봅시다.

식량이냐? 아니면 안보냐?

서양의 경제학자들이 흔히 제시하는 예는 '총과 버터(guns and butter)'입니다. 물론 총은 국방을 대변하고, 버터는 식량을 대변하는 물건입니다. 어느 나라든지 총과 버터 모두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어느 나라가 외국의 침략을 막기 위해 총을 많이 생산하여 국방에 치중한다면, 그만큼 식량 생산이 감소하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식량 생산에 몰두하다 보면, 외국의 침략을 받기 쉽습니다. 이 나라는 총을 더 생산하면서 버터를 포기해야 하는지, 아니면 버터를 더 생산하면서 총을 포기해야 하는지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나라가 이러한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첫 번째 강의에서 이해했듯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즉 자원이 희소하기 때문입니다. 희소한 노동력과 물자를 총 생산이나 식량 생산을 위해 배분해야 하는데, 한 가지에 치중하다보면 다른 한 가지는 희생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상충관계입니다.

실업이냐? 아니면 인플레이션이냐?

실업률을 낮추고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율)을 낮추는 것이 모든 나라의 공통된 목표입니다. 즉 모든 나라들이 완전고용물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경제 정책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험과 우리의 지식으로는 완전고용과 안정된 물가를 동시에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상충관계에 있으며, 따라서 우리에게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을 하도록 요구합니다.

왜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상충관계에 있을까요? 현재 실업률이 높은 수준에 있다고 합시다. 정부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화폐 공급을 늘리거나 재정지출을 늘립니다. 그 결과 정말로 실업률은 낮아집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책의 결과로 수요가 증가해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즉, 실업률을 낮추는 정책은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심한 나라의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긴축 정책을 편다고 합시다. 이 정책에 힘입어 물가는 안정되겠지만, 긴축 정책의 여파로 경기가 둔화되고 기업은 고용을 줄여 실업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즉,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정책은 동시에 실업 문제를 유발하게 됩니다.

상충관계는 세상의 이치

상충관계는 경제학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세상의 이치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옛말에 '미인박명'이란 말이 있으며, 서양에는 'Whom the Gods love die young'이란 속담이 있습니다. 모두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 없다는 상충관계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왕 선택 학생 역시 노는 것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좋은 성적도 원합니다. 그렇지만 왕 선택 학생은 '쾌락'과 '좋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습니다. 쾌락을 즐기다보면 공부할 시간이 없어 성적이 나빠지게 마련이며, 좋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노는 시간을 과감하게 포기해야만 합니다.

효율성과 형평성은 상충관계의 대표적인 예

경제학에서 가장 관심을 크게 갖고 있는 상충관계는 효율성(efficiency)형평성(equity)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즉,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높이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말입니다. 효율성은 주어진 노력과 자원을 통해 얼마나 생산을 많이 하는가를 측정하는 개념이며, 형평성은 사람들이 생산물을 얼마나 골고루 나누어 갖는지를 측정하는 개념입니다.

형평성은 달성했지만 효율성은 실패한 회사

왕 선택 학생의 아버지께서 일하시는 회사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골고루 잘 살게 하기 위해, 회사 이윤을 직원들에게 동일하게 나누어주기로 경영 방침을 정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직원이 똑같이 5천만 원씩의 연봉을 받게 되었고, 형평성 차원에서 최고의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제 왕 선택 학생의 아버지께서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정말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을 했했는데, 내 옆의 동료는 근무시간에 채팅도 하고 찜질방도 갔어. 그런데도 연봉이 똑같다니. 이는 불공평하고 나는 억울해!"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아버지께서는 그 다음달부터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고, 동료들처럼 근무시간에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줄어들면서, 일 년 후 이 회사의 이윤은 크게 감소했고,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 즉 연봉이 3천만 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다시 이야기해서 이 회사는 형평성은 달성했지만 효율성은 훼손되었으며, 그 결과 모든 직원들이 작년보다 오히려 가난해졌습니다.

효율성은 달성했지만 형평성은 실패한 회사

이제 이 회사는 다시 방침을 바꾸어 직원이 회사에 기여한 만큼, 즉 각 직원의 생산성에 해당되는 만큼의 연봉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마치 프로야구선수들의 연봉 체계처럼 말입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왕 선택 학생의 아버지께서는 일을 열심히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제출해서 회사 이윤이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가로 아버지는 1억 원의 연봉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같이 입사했던 동료 직원은 가정에 개인적인 일이 많이 발생했고 건강도 좋지 못했기 때문에 회사 이윤에 별로 기여하지 못했고, 그 결과 연봉이 3천만에 그쳤습니다. 이 회사는 효율성은 달성했지만 형평성은 훼손되었습니다. 그 결과 회사 전체로는 이윤이 증가했지만, 어떤 직원은 부자가 되었고 어떤 직원은 가난해졌습니다.

국가 차원에서의 효율성과 형평성도 마찬가지

이러한 논리는 국가 전체적으로도 확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가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면 경제는 고성장 할 수 있지만, 그 대가로 국민들의 형평성이 훼손되어 빈부 격차가 심화됩니다. 이와는 달리 어느 나라가 형평성을 강조하다 보면 국민들의 부가 공평해질 수 있지만, 모든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가난해집니다.

현재로서는 한 나라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좋은 정책이나 방안을 찾기 매우 어렵습니다. 여기에 경제학자들이나 정부 관리들의 고민이 있습니다. 누구나 두 가지 목표를 다 달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그러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바로 효율성과 형평성의 상충관계 때문입니다.

상충관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효율성과 형평성에 존재하는 상충관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는 오랫동안 경제학자들의 숙제였고, 지금도 경제학자들은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왕 선택 학생의 아버지께서 일하시는 회사에서 능력에 따른 연봉을 지급함과 동시에, 능력은 부족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동료에게는 능력에 해당되는 연봉 외에 추가로 일부를 더 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동료가 최선을 다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운다면, 추가로 더 주지 말아야 하겠지요.

이런 방법을 통해 우리는 효율성과 형평성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료가 최선을 다하는지 아니면 게으름을 피우는지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습니다.

생산적 복지 역시 상충관계를 극복하려는 시도

여러 나라에서 생산적 복지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효율성을 의미하는 생산과 형평성을 의미하는 복지를 혼합해서 만든 개념이 생산적 복지입니다.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각종 복지혜택을 후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복지병' 또는 '선진국병'을 극복하기 위해, 빈곤층이 열심히 일하여 가난으로부터 탈피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 생산적 복지의 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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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