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05:29

너무도 당연한 수요의 법칙

경제학에는 여러 가지 법칙이 있습니다. 이들 법칙은 모두 우리가 합리적인 경제 주체로서 어떤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따라서 경제학에서의 법칙들은 자연스럽게 납득이 갑니다.

경제학의 법칙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수요의 법칙(law of demand)입니다. 어떤 재화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량이 증가합니다. 이처럼 재화의 가격과 수요량 사이에 존재하는 역의 관계를 수요의 법칙이라 합니다.

가격이 올랐음에도 수요가 늘었는데요

이는 일반인들이 자주 오해를 하는 내용입니다. 어떤 재화의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느는 경우가 있으며, 따라서 수요의 법칙이 틀렸다는 생각입니다.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그 재화의 가격 말고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의 소득이나 선호도도 수요에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에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한꺼번에 변한다면, 그 결과로 인해 수요가 증가할지 아니면 감소할지를 우리는 알기 어렵습니다.

구체적으로 자동차에 대한 수요를 생각해봅시다.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면, 자동차에 대한 수요량이 감소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합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가격이 상승함과 동시에 사람들의 소득도 증가하면,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어떻게 될까요? 그렇습니다.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가격 상승 이외의 요인 때문에 수요가 증가한 것임

가격 상승으로 인한 효과와 소득 증가로 인한 효과 가운데 어느 효과가 더 큰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아무리 가격이 올라도, 소득이 더 많이 증가한다면,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올랐는데, 소득이 조금밖에 증가하지 않는다면,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복잡한 것이 현실인데, 어떤 사람이 소득 증가로 인한 영향을 미처 고려하지 않은 채, 자동차 가격과 수요가 모두 증가한 통계만을 살펴본 후, 자동차 가격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수요가 증가했다며 수요의 법칙을 의심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다른 요인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처럼 여러 가지 요인이 동시에 변하면 우리는 경제 현상을 분석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이 생각해낸 것이 '다른 요인이 변하지 않는다면'이라는 가정입니다. 여러 가지 요인들 가운데 우리가 관심을 갖는 한 가지 요인만 고려하고, 나머지 요인들은 잠시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분석 기법입니다. 수요의 법칙도 정확히 표현하면, '다른 요인이 변하지 않는다면' 가격이 오를 때 수요량이 감소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

재화의 가격(price)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공급자는 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수요자는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데, 수요자의 수요량과 공급자의 공급량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됩니다. 배추 가격은 배추시장에서 배추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주식 가격(즉 주가)은 주식시장에서 주식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금리(즉 자금의 가격)는 자금시장에서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환율(즉 달러의 가격)은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임금(즉 노동의 가격)은 노동시장에서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

그런데 정부가 어떤 재화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또는 어떤 재화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가격을 통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부가 이런 가격 통제 정책을 사용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기대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목적이 무엇이며, 정부는 문제없이 기대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봅시다.

시장 가격보다 낮게: 최고가격

정부가 전세 시장에서 결정되는 전세 가격이 너무 높아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며 법으로 전세 가격을 낮게 규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시장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법으로 동결된 가격을 최고가격이라 하며, 이것이 전세의 상한선이 됩니다. 즉, 사람들은 정부가 정한 최고가격 이상으로 전세를 지불하거나 받지 못합니다. 물론 정부는 서민을 위해 최고가격을 시행합니다. 그렇다면 이 정책이 정말로 서민에게 도움을 줄까요?

우리가 현실 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가격이 변하면 경제 주체들은 반드시 이에 반응한다는 점입니다. 법으로 정해진 전세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수요의 법칙에 의해 전세를 구하는 사람들이(즉, 전세에 대한 수요량이) 이전보다 많아집니다. 이에 비해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은(즉, 전세의 공급량이) 이전보다 줄어듭니다. 결국 최고가격으로 인해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많은 '전셋집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정부가 전세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춘 결과 서민들이 정말 행복하게 되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셋집이 부족해진 결과 일부 서민은 운이 좋게 집을 구했지만 집을 구하지 못한 서민은 할 수 없이 본인의 희망과는 달리 빚을 얻어 집을 구입하거나 월세 방을 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전세의 경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최고가격을 책정하는 모든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적용됩니다. 정부의 가격 통제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고 그 혜택이 일부에게만 돌아갈 뿐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그 혜택을 받는 사람과 받지 못하는 사람의 구분이 단순한 운이나 명령에 의한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시장 가격에서 그 재화에 대해 가장 큰 만족을 느끼고 있고 그에 대해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보장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시장 가격보다 높게: 최저가격

이번에는 최고가격과 대비되는 또 다른 정책을 생각해봅시다. 정부가 임금이 너무 낮아 저기술 또는 저학력 근로자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법으로 임금을 높게 고정시키기도 합니다. 이처럼 시장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법으로 동결된 가격을 최저가격이라 하며, 이것은 임금의 하한선이 됩니다. 최저가격은 주로 임금과 농산물 가격에 적용되는데, 특히 임금의 최저가격을 최저임금(minimum wage)이라 부릅니다. 정부가 최저가격을 시행하면 최고가격과 반대의 현상이 벌어집니다.

최저임금의 부작용, 실업

정부가 시장 임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경우 경제 주체는 역시 이에 반응합니다. 우선 일부 기업은 수지가 맞지 않게 되어 문을 닫거나, 아니면 비싸진 노동을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기계로 대체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어느 경우가 되었든 노동에 대한 수요량이 감소합니다. 이에 비해 노동자들 역시 높아진 임금에 반응하여 더 많이 노동하려고 합니다. 이처럼 수요량은 감소하고 공급량이 증가한 결과 노동시장에서 노동자가 남아도는 실업(unemployment)이 발생합니다.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는 좋습니다. 그렇지만 실업 발생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업이 비싸진 임금에 반응하여 노동을 기계 등으로 대체할 여지가 많을수록, 최저임금제도는 정부가 의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 힘들어집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매우 높게 유지시켜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최저 임금 추이

기간

시간급(원)

월(226시간)

인상률(%)

1994. 9∼1995. 8

1,170

264,420

7.8

:

:

:

:

2000. 9∼2001. 8

1,865

421,490

16.6

2001. 9∼2002. 8

2,100

474,600

12.6

2002. 9∼2003. 8

2,275

514,150

8.3

2003. 9∼2004. 8

2,510

567,260

10.3

 

가격은 시장에서 신호등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면 수요자(소비자)는 그 가격에서 재화를 수요(구입)할 것인지의 여부와 수요한다면 얼마나 수요할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마찬가지로 공급자(생산자)도 이 가격을 보고 공급(생산)할 것인지의 여부와 공급한다면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가격이 변하면 수요자와 공급자는 자신의 의사결정을 변화시킵니다. 이처럼 수요자와 공급자는 가격을 보고 의사결정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는 신호등(signal)의 역할을 한다고 표현합니다.

TV의 예를 가지고 가격의 신호등 역할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봅시다. TV 시장에서 브라운관 TV는 재고가 많아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디지털 TV는 수요가 많아 품귀 현상까지 발생하여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합시다. 이러한 가격의 움직임은 가전제품 회사에게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브라운관 TV 생산을 줄이고, 대신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디지털 TV 생산을 늘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며, 가전제품 회사는 가격이 보내주는 신호에 따라 디지털 TV 생산을 늘립니다. 그 결과 소비자는 원하는 디지털 TV를 구입할 수 있고 가전제품 회사는 이윤을 벌 수 있어, 양자 모두 이득을 얻습니다.

교통 신호등을 무시하면 교통법 위반, 가격 신호등을 무시하면 경제법 위반

만약 이러한 신호를 무시하고 가전제품 회사가 주관적인 취향에 따라 브라운관 TV 생산을 늘린다면, 이 회사는 팔리지도 않는, 즉 수요자가 원하지도 않는 재화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회사는 개별적으로 손실을 보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희소한 자원인 노동, 전기, 유리, 플라스틱 등을 낭비하는 경제죄를 범하게 됩니다. 다시 요약하면 가격은 시장에서 소비와 생산 수준을 조정하고,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신호등의 역할을 합니다.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놔두어야

최고가격이나 최저가격은 가격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도록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신호등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정부가 최고가격이나 최저가격을 시행하면, 원래 의도했던 선의의 취지와는 달리, 시장에 참여하는 수요자나 공급자가 올바른 신호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교통 신호등이 고장나면 교차로에서 차량들이 서로 엉키어 엄청난 혼란을 겪는 것처럼, 시장에서 가격이 자유롭게 결정되지 못하면 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에 교란 요인이 발생하고,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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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