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05:30

가계는 효용 극대화, 기업은 이윤 극대화가 목적

각 경제 주체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가계의 목적은 주어진 소득을 가지고 효용을 극대화(utility maximization)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목적은 주어진 예산을 가지고 이윤을 극대화(profit maximization)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목적인 이윤 극대화에 대해 좀더 생각해 봅시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더 많은 이윤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기업이나 기업가가 심심찮게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윤을 극대화하지 않을까요? 두 가지 이유만 살펴보겠습니다.

소비자들의 반감 우려가 있어

첫 번째 이유는 이윤 극대화가 소비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업이 이윤을 많이 벌었다는 뉴스를 듣고, 일부 소비자들은 그 기업을 비뚤어진 눈으로 봅니다. 그리고 무슨 나쁜 짓을 해서 돈을 번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으며, 얼마나 폭리를 취했으면 그 많은 돈을 벌었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일부 소비자들은 단결하여 물건 가격을 내리라는 압력을 기업에게 가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기업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소식이므로, 어떤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버는 것을 포기하고 적당한 수준의 이윤에 만족합니다.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할 우려가 있어

두 번째 이유는 어떤 기업이 이윤을 많이 벌면 새로운 기업이 그 시장에 진입하려는 동기가 강하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새로 기업을 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기존 기업의 이윤의 일부만 빼앗아도 만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합니다. 기존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반가울 리 없습니다. 따라서 기존 기업은 새로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시장에 진입할 만한 동기를 갖지 못할 정도의 적당한 이윤만 벌기를 원합니다.

매출액을 극대화하려는 기업

목적 없이 사는 사람이 없듯이 목적 없이 영업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윤 극대화 말고, 기업들이 추구하는 목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어떤 기업은 매출액을 극대화(sales maximization)합니다. 이윤 극대화와는 달리 매출액 극대화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저항을 받지 않는 매우 매력적인 목적입니다. 기업의 순위는 매출액이나 자산이나 종업원 수를 기준으로 정해지는데, 이 가운데에서도 매출액이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준입니다.

매출액에서 비용을 뺀 것이 이윤이므로, 이윤 순위와 매출액 순위는 분명히 다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윤을 기준으로 한 기업의 순위와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기업의 순위는 매년 크게 다르게 나타납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해서 어떤 산업에서 상위에 속하는 기업들은 큰 이점을 지닙니다. 큰 기업과 우량 기업을 동일시하는 소비자들의 생각 때문입니다. 상위 또는 1위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하면 소비자들은 대체로 품질을 믿고 신뢰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에 비해 매출액이 작은 기업이 (따라서 중하위에 속하는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하면, 소비자들은 우선 품질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위에 속하는 것, 특히 1위가 되는 것은 엄청난 프리미엄을 획득하는 지름길이 됩니다.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하려는 기업

이 외에도 어떤 기업은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을 높이기 위해 주력합니다. 특히 신생 기업들은 초기에 일정 비율의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목적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 5개의 이동전화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할 때에도, 저마다 최소한 시장점유율 3위 안에 들기 위해 출혈경쟁을 했던 것을 여러분들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이윤 극대화를 추구

이처럼 일부 기업은 이윤 극대화가 아닌 다른 목적을 추구한다고 대답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대답하는 기업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매출액을 극대화하거나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하려는 이유 역시 궁극적으로 이윤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이윤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다른 목적을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결국 기업의 목적은 한 마디로 이윤 극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윤을 많이 버는 기업과 적게 버는 기업

이윤을 많이 버는 기업과 이윤을 적게 버는 기업 가운데 어느 기업이 좋은 기업인가요? 기업의 목적이 이윤 추구이기 때문에, 이윤을 많이 버는 기업이 당연히 좋은 기업입니다. 동일한 여건에서 다른 기업보다 이윤을 적게 번 기업은 희소한 자원 또는 생산요소를 비효율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경제죄를 범한 기업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이윤을 적게 번 기업은 결코 자랑일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윤을 많이 번 기업이 결코 비난의 대상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칭찬의 대상이어야 합니다. 남들보다 무엇인가 뛰어난 점이 있었기 때문에 이윤을 더 번 것이며, 우리들은 그것을 인정하고 본받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돈을 많이 벌기를 원합니다. 나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하면서, 그리고 실제로 내가 돈을 많이 벌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어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었을 때 그 기업을 비난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이윤을 많이 버는 기업이 애국 기업

한 경제연구소가 중고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해야 할 우선 순위로 '사회 기여'가 1위를 차지했고, '이윤 획득'은 '세금 납부'와 '고용 유지'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사회 기여'와 '세금 납부, 고용 유지, 이윤 획득'은 사실 별개가 아닙니다. 기업이 세금을 납부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결국 사회에 기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기업은 우리나라의 한 경제 주체로서 당연히 우리 사회에 기여해야 합니다.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바로 이윤을 많이 버는 것입니다. 기업은 어떻게 이윤을 많이 벌 수 있나요? 양질의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해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면 됩니다. 이런 기업은 이윤을 많이 벌 뿐 아니라, 소비자들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이윤이 있어야 고용 창출과 세금 납부가 가능

이윤을 많이 버는 기업은 고용을 확대합니다. 이윤을 많이 벌지 못하는 기업은 고용을 늘리려고 해도 늘릴 수가 없으며, 종업원들에게 임금을 더 주려고 해도 줄 수가 없습니다.

이윤을 많이 버는 기업은 세금도 많이 냅니다. 기업은 법인세를 납부함으로써 국가에 기여합니다. 법인세는 우리나라 전체 조세 수입에서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세금이 실업자 구제 비용으로 활용되며, 도로를 건설하는 데 쓰이며, 학교에 컴퓨터를 설치하는 데 사용됩니다.

기부나 자선 활동은 강요 대상이 아님

기업의 사명은 어디까지나 이윤을 버는 데 있습니다.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새로운 사업이나 설비에 투자하고, 끊임없이 고용을 창출하고, 종업원에게 임금을 나누어주고, 이윤에 부과되는 법인세를 납부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합니다.

물론 이러한 이윤 추구 행위 외에, 기업이 이윤 가운데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거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선 활동까지 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나는 자선냄비에 돈을 넣지 않으면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지 않으면서, 기업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우리의 생활이 여유로와지면서, 그리고 우리의 생각이 한층 성숙해지면서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도 점점 풍선처럼 부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성숙된 자본주의 정신이 우리 경제에 보다 깊숙이 침투하면, 기업의 자선 활동이나 기부도 자연스럽게 보다 활발해질 것입니다.

불공정 행위가 문제

우리나라에서 이윤을 많이 버는 기업들이 비난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불공정한 행위를 통해 이윤을 버는 기업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 기업들에게 차별 행위를 하거나, 소비자들에게 거짓 정보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로비를 하거나, 부당한 대가를 노리고 정경유착을 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통해 버는 이윤은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이런 불공정 행위는 근절되어야 합니다. 이런 기업들도 사라져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시장에 경쟁(competition)이 보장되고 강화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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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