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11:17

시장 구조에 따른 4가지 종류의 시장

경쟁(competition)이란 용어는 경제학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대화에도 깊숙이 침투해 있어, 누구나 자주 사용하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경쟁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는 막연히 기업들끼리의 (시장점유율이나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나 다툼 등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경쟁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경제학에서는 시장 구조나 형태에 따라 시장이 ① 완전경쟁 시장, ② 독점 시장, ③ 과점 시장, ④ 독점적 경쟁 시장으로 구분됩니다. 시장을 이처럼 구분할 때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공급자가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지배력의 정도, 즉 시장지배력(market power)이며, 시장지배력의 정도는 일반적으로 그 시장에 존재하는 공급자의 수에 의해 결정됩니다.

4가지 시장의 구분

독점(monopoly) 시장에는 단 하나의 공급자만 있어, 공급자 사이에 경쟁이 전혀 없습니다. 이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완전경쟁(perfect competition) 시장에는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있으며, 이들 다수의 공급자가 모두 동질의 상품을 공급합니다. 이 양 극단의 중간 형태로, 소수의 공급자가 경쟁을 벌이는 시장이 과점(oligopoly) 시장입니다. 독점적경쟁(monopolistic competition) 시장은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완전경쟁 시장과 비슷하지만, 다수의 공급자가 약간씩 질이 다른 상품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완전경쟁 시장과 다릅니다.

시장지배력의 관점에서 본다면 독점 시장의 독점 기업은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과점 기업, 독점적경쟁 기업, 완전경쟁 기업으로 갈수록 한 개의 기업이 시장에 대해 갖는 지배력이 점차 약해지며, 완전경쟁 시장에서 한 개의 기업은 힘을 지니지 못합니다.

네 가지 시장 형태의 특징 비교

구 분

독점 시장

과점 시장

독점적경쟁 시장

완전경쟁 시장

기업의 수

하나

소수

많음

(아주) 많음

제품의 질

유일

같거나 다름

다름

같음

시장지배력
(가격설정력)

강함

상당

약간

없음

진입 장벽

없음

없음

 

이상의 4가지 시장 형태 가운데, 완전경쟁 시장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완전경쟁 시장에는 동질의 상품을 생산하는 다수의 공급자가 존재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건은 가장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조건일 뿐이며, 이 조건만으로 완전경쟁 시장이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이 조건 외에도 몇 가지 조건이 추가로 동시에 충족될 때 비로소 완전경쟁 시장이 형성됩니다. 우리는 이들 조건이 갖는 경제적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

첫째 조건은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장에 아주 많은 공급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가운데 한 공급자가 공급량을 줄이거나 늘리더라도 이는 시장 전체의 공급량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따라서 시장 가격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설령 어느 한 농부의 쌀 생산량이 2배로 증가하더라도 우리나라 쌀 가격은 하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에 수많은 농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동질의 상품

둘째 조건은 공급자가 공급하는 상품의 질이 동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조건이 충족된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구매하려는 상품의 공급자가 누구인지를 구태여 확인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모두 질이 같기 때문입니다. 대신 소비자는 어느 상품이 더 저렴한가만, 즉 상품의 가격만 고려하면 됩니다.

만약에 이 조건이 성립하지 않고, 공급자마다 조금씩 질이 다른 상품을 생산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는 어떤 소비자는 이천 쌀을 선호하고 어떤 소비자는 여주 쌀을 선호하게 되어 두 종류의 쌀이 별도의 시장을 형성하게 됩니다. 결국 다수의 쌀 공급자가 존재하더라도 쌀 시장이 여러 개로 분리되어 각 시장에서 공급자들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 나라 소비자들이 특정 산지나 브랜드의 쌀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수의 공급자가 존재하는 쌀 시장도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며, 따라서 쌀 시장도 완전경쟁 시장이 아닙니다.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

셋째 조건은 공급자의 시장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시장에서 공급자가 이윤을 벌고 있으면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새로 기업을 시작하여 그 시장에 재화를 공급할 수도 있어야 하고, 이와 반대로 손실을 보고 있으면 어느 기업이든지 공급을 중단하고 시장을 떠날 수 있어야 합니다.

완전한 정보

완전경쟁 시장 성립을 위한 마지막 조건은 모든 공급자와 수요자가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장에 있는 모든 경제 주체가 상품의 질이나 가격에 대해 완벽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공급자도 동질의 상품을 남보다 비싸게 팔 수 없으며 어느 소비자도 잘 몰라 같은 상품을 남보다 비싸게 사는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완전경쟁 시장은 경제학자들이 분석을 위해 만든 모델

현실에서 위와 같은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시장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런 예를 알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현실에 완전경쟁 시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유사한 시장만 존재할 뿐입니다. 앞으로도 이들 네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완전경쟁 시장이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완전경쟁 시장이 머나먼 꿈속의 이야기 같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이 완전경쟁 시장을 강조하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 이유는 완전경쟁 시장이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장이며, 분석을 위한 기본 틀이 되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현실에서는 이러한 모델이 성립하지 않더라도 경제학자들은 분석의 기본이 될 수 있는 하나의 모형을 설정해 놓고 현실의 시장이 현재 어느 상태에 있는지를 판단한다든지, 현실의 시장을 완전경쟁 시장에 수렴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수정해야 하는지 등을 분석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

경제학자들이 완전경쟁 시장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기 때문입니다. 완전경쟁 시장에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는지를 과학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식과 전문적인 경제 지식이 필요합니다. 다만 일반인들로서는 다음과 같은 상황만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완전경쟁 시장에서는 다수의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질 좋은 재화나 서비스를 값싸게 공급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이때 질이 동일한 재화를 다른 공급자보다 1원이라도 비싸게 공급한다거나, 같은 가격에 다른 공급자보다 질이 조금이라도 나쁜 재화를 공급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 기업은 경쟁에서 탈락하고 시장에서 퇴출되고 맙니다. 결국 완전경쟁 시장에서는 효율적인 생산이나 경영을 하는 기업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간단한 예를 통해, 우리는 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쟁은 혁신을 필요로 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자유롭게 결정된다." "시장에 있는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가 각각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며 활동하지만, 이것이 사회 전체의 경제적 후생을 증진시킨다." 이것들은 모두 완전경쟁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입니다.

경제 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업이라고 해서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 태어난 기업들이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하여, 기존의 기업들과 서로 경쟁하는 가운데 혁신(innovation)에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시장이 바로 완전경쟁 시장입니다. 이처럼 경쟁은 능력 없는 기업을 망하게 하고 능력 있는 새로운 기업의 탄생을 가능케 하는 '창조적 파괴'의 역할을 합니다.

완전경쟁 시장도 공평성까지 보장하지는 못해

경제학자들이 완전경쟁 시장을 이상적인 시장이라 보는 것은 효율성의 관점에서 그럴 뿐이지 공평성의 관점에서도 그렇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완전경쟁 시장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보장해 주지만, 가장 공평한 분배까지 보장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렇다고 독점 시장이나 과점 시장이 완전경쟁 시장보다 더 나은 분배 상태나 더 공평한 분배를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결국 완전경쟁 시장이 공평한 분배까지 자동적으로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모든 면에서 완전경쟁 시장보다 나은 다른 형태의 시장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완전경쟁 시장을 모델로 삼는 데에 문제가 없습니다.

 

*** 다음 주제: 독과점 기업의 반경쟁적 행위

^*^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