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11:26

왕 선택 학생은 시장에 갈 때마다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상인들의 모습을 봅니다. 이런 상인들은 물건값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습니다. 값을 올릴 경우 옆 가게에게 손님을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와 반대로 물건을 파는 상인이 시장에 하나밖에 없다면, 상인의 입장에서 목이 터져라 외칠 필요가 없을 것이며 값을 올려 받아도 되고 서비스에 신경 쓸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상인이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독점이 좋고 경쟁이 싫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시장이 경쟁적이어야 경제 전체의 후생(welfare) 수준이 커집니다.

시장점유율 50% 이상이면 독점

시장에 공급자가 하나인 경우를 독점이라 함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전기나 가스 등이 독점 기업에 의해 공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시장에 동일한 물건을 파는 2개의 기업이 존재하는데, 그 가운데 규모가 큰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90%이며 나머지 규모가 작은 기업이 시장의 나머지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때 규모가 작은 기업은 시장에서 별다른 힘을 발휘하기 어려우며, 규모가 큰 기업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에 비해 규모가 큰 기업의 입장에서는 구태여 규모가 작은 기업의 눈치를 살필 필요 없이, 자기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영업에 큰 지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시장에 실질적으로 한 개의 기업만 존재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처럼 시장점유율이 큰 기업을 독점이라고 간주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SK텔레콤이나 현대자동차도 독점

왕 선택 학생이 갖고 있는 교과서에서는 독점이란 시장에 공급자가 하나인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이 정의는 시장에 공급자가 하나인 것처럼 행위할 수 있는 경우로 해석해야 합니다. 현실 경제에서는 비록 시장에 여러 개의 기업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다면, 이 기업은 독점 기업과 비슷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기업을 독점 기업으로 취급합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이동전화 시장의 SK텔레콤, 자동차 시장의 현대, 음료 시장의 롯데 등이 독점에 해당됩니다.

바람직스러운 독점, 자연 독점

독점 가운데 특별하게 고려할 만한 형태의 독점이 하나 있습니다. 생산량을 늘려갈수록 생산비가 하락하는 재화가 있다고 합시다. 즉, 많이 생산할수록 유리해지고, 생산비가 줄어듭니다. 이런 경우에는 구태여 여러 기업이 경쟁적으로 그것을 나누어 조금씩 생산하는 것보다 하나의 기업이 홀로 생산을 담당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합니다. 그렇다면 홀로 생산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이처럼 상품 생산의 특성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독점이 형성되는 것이 경제적으로 바람직한데, 이런 이유로 발생하는 독점을 자연 독점(natural monopoly)이라 합니다.

독점 기업은 적게 생산해서 비싸게 판매

독점 기업은 시장에서의 유일한 공급자이므로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생산량을 통제함으로써 시장에서 가격을 높게 유지시킵니다. 결국 독점 기업은 완전 경쟁 기업들에 비해 더 적은 양의 상품을 생산·공급하고, 이것을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합니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자들이 독점을 싫어하는 이유입니다.

과점 시장이란?

과점 시장은 소수의 공급자 또는 기업이 존재하는 시장입니다. 우리 나라의 가전제품이나 휘발유 시장 등이 과점시장입니다. 과점 시장에는 소수의 기업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가운데 한 기업이 가격을 변화시키면, 나머지 기업들은 커다란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각 기업은 항상 다른 경쟁 기업들의 의사결정과 반응을 살피면서 최선의 정책이나 전략을 취합니다.

과점 기업들의 싸움: 가격 경쟁과 비가격 경쟁

과점 기업들이 자신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에 따라 크게 가격 경쟁비가격 경쟁으로 구분합니다. 가격 경쟁은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말하고, 비가격 경쟁은 가격 이외의 수단을 이용하여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말합니다.

가격 경쟁은 싫어

과점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가격 경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기업 A가 가격을 인하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다른 기업들이 이에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면, 가격을 내린 기업 A는 자신의 상품을 많이 팔 수 있어,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기업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가만히 앉아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다른 기업들도 따라서 가격을 인하합니다. 결국 모든 기업들이 가격을 내린 꼴이 되고, 처음으로 가격을 내린 기업 A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실패하고 맙니다. 예를 들어 한 할인점이 가격을 내리면 다른 할인점들도 동일한 제품의 가격을 내리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보고 있습니다.

모든 기업들이 가격을 내리면 소비자들은 이득을 보게 되지만, 기업들은 이윤의 감소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경험한 과점 기업들은 한 기업이 가격을 인하하면 마지못해 가격을 따라 내리지만, 기본적으로 서로 가격을 내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즉 과점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가격 경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비가격 경쟁을 선호

대신 과점 기업들은 광고, 판매 서비스, 상품 차별화, 애프터서비스 등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비가격 경쟁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은 유명 모델을 사용해 엄청난 광고를 하거나 부가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합니다. 물론 이에 수반되는 비용은 상품 가격에 반영되어 대부분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소비자들이 그 대가를 치릅니다.

담합하려는 동기가 존재

이처럼 과점 기업들은 서로 다른 기업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피곤해집니다. 기업들은 이런 피곤함을 피할 수 없을까 하고 늘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누구나 편한 게 좋고, 좋은 게 좋은 것이니까요.

결국 과점 기업들은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담합(collusion)하고 싶어합니다. 기회만 되면 담합하려고 합니다. 만약 과점 기업들이 담합한다면 이들은 마치 하나의 독점 기업처럼 행동할 수 있습니다. 서로 뜻을 모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소비자의 후생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기업들의 담합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불법입니다.

미국의 독점 금지 노력

미국은 독점을 매우 싫어합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독점 자체를 싫어한다기 보다 독점 기업이 범하는 불법 행위를 싫어한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은 독점 기업들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강력한 법을 만들었습니다. 이들 법에 의해서 기업들의 위법 사실이 적발될 경우, 처벌이 장난이 아닙니다. 심할 경우 기업을 해산하거나 불법 활동 금지 명령을 내립니다. 실제로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제소된 적이 있습니다. 하마트면 분할될 뻔 했지만, 운이 좋게 분할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우리 나라도 독점 기업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받거나 과점 기업들이 담합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후생을 증진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기구는 공정거래위원회(http://www.ftc.go.kr)입니다.

 

*** 다음 주제: 생산요소를 늘리면 생산량이 늘어나는가?

^*^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