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11:27

우리는 한계의 원리를 다룬 강의 #3에서 가격(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일치할 때 이윤이 극대화되므로, 기업은 이 상태가 유지되도록 생산량을 조정한다는 것을 배운 바 있습니다. (이 사실이 잘 기억나지 않거나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강의 #3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그런데 왕 선택 학생은 '기업이 생산량을 늘릴 때마다 이윤이 증가하지 않나?'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기업이 생산량을 늘릴 때마다 총매출액(또는 총수입)은 분명히 증가합니다. 그렇지만 생산량이 증가할 때마다 이윤이 반드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왜 그런지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

만약에 생산량이 늘어나도 한계비용이 변하지 않는다면

기업이 생산물을 한 단위 추가로 생산할 때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을 한계비용이라 합니다. 만약 생산량에 관계없이 물건의 가격이 만 원으로 고정되어 있고 한계비용도 8천 원에서 변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생산량을 늘릴수록 더 많은 이윤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런 현상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기업이 이윤을 최대화하는 길은 생산량을 무한히 늘리는 것이고, 기업의 이윤 역시 무한대로 커집니다. 그렇지만 이런 꿈같은 일이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합니다.

생산량이 증가하면 한계비용도 증가

그 이유는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한계비용도 따라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계비용이 증가하는 이유는 한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왕 선택 학생의 삼촌께서 경영하시는 장난감 회사는 한 달에 십만 개의 장난감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갑자기 장난감 주문이 증가했다고 합시다. 삼촌께서는 장난감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 회사는 노동자를 더 많이 활용함으로써, 즉 노동자들에게 야간 작업이나 주말 작업을 시킴으로써 생산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정규 임금보다 많은 시간외 근무 수당을 지불해야 하므로 장난감을 추가로 한 개 더 생산하는 한계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것을 달리 이야기하면 한계생산이 체감한다는 말

장난감 한 개를 추가로 생산하는 한계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은 생산비용의 측면에서 살펴본 것입니다. 이처럼 한계비용이 증가하는 현상을 생산성의 측면에서 달리 조명해보면, 장난감 한 개를 추가로 생산할 때 생산성이 하락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삼촌께서 보유하고 있는 공장의 시설이나 기계의 수를 고정시킨 채, 노동자의 투입만 증가시키면 노동의 한계생산이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 또는 수확 체감의 법칙이라 합니다.

한계생산이 체감한다는 말과 생산량이 감소한다는 말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한계생산이 체감하더라도, 전체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 생산량이 증가하는 폭이(규모가) 점차 체감한다는 것입니다.

논 천 평이 있는데 농부의 수를 자꾸 늘린다고 해서 쌀 생산량이 그에 정비례해서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농부 한 사람이 추가로 생산하는 쌀의 생산량'(즉 한계생산)은 점차 감소합니다. 왕 선택 학생이 세 시간 동안 공부를 한다고 할 때, 두 번째 시간에 얻는 학습 효과(한계생산)는 첫 번째 시간에 얻는 학습 효과보다 작으며, 또 세 번째 시간에 얻는 학습 효과는 두 번째 시간에 얻는 학습 효과보다 더 작습니다. 모두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이 발생하는 예들입니다.

한 가지 생산요소만 늘리는 경우에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이 성립

기업이 생산물(output)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산요소(input)를 사용해야 하는데, 경제학에서는 생산요소를 크게 노동(labor), 자본(capital), 자연자원(natural resources)의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 선생님이 '수업'이라는 교육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노동, 운동장이라는 자연자원, 그리고 칠판이나 컴퓨터같은 자본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은 여러 생산요소 가운데 한 가지 생산요소만 증가시킬 때 그 생산요소의 한계생산이 감소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즉 이때 나머지 생산요소들은 증가시키지 않은 채 고정되어 있는 상태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난감 공장의 규모나 기계의 수가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노동자의 수만 늘릴 경우 노동의 한계생산이 감소한다는 것이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입니다.

모든 생산 요소를 동시에 증가시키면: 규모의 경제 또는 규모의 불경제가 발생

기업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다면, 기업은 어쩔 수 없이 나머지 생산요소를 변경시키지 않는 채 한 가지 생산요소만을 조정하면서 생산량을 늘립니다. 그렇지만 기업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다면, 기업은 모든 생산요소를 다 조정하여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생산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기업이 모든 생산요소를 동시에 증가시키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왕 선택 삼촌의 장난감 회사는 야간 작업까지 했지만 밀려드는 주문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제 삼촌께서는 공장을 새로 하나 더 건설하기로 결정을 했고, 일 년 후에 드디어 기존의 공장과 같은 규모의 새 공장이 준공되었습니다. 다시 이야기해서 이 회사는 일 년 전에 비해 2배의 자본과 2배의 노동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장난감 회사가 일 년 전에 비해 모든 생산요소를 2배로 늘렸을 때 생산량은 얼마나 증가할까요? 물론 우리가 그 수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생산량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경우이며, 두 번째 가능성은 증가하기는 했지만 2배보다는 적게 증가하는 경우입니다.

첫 번째 경우처럼 모든 생산요소를 증가시켰을 때 생산량이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경우를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라 부릅니다. 이에 비해 두 번째 경우처럼 모든 생산요소를 증가시켰을 때 생산량이 그보다 작은 폭으로 증가하는 경우를 규모의 불경제(diseconomies of scale)라 부릅니다. 당연히 기업의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있는 경우에만 기업의 규모를 확대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규모의 불경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규모를 확대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는 예

독신 남녀가 각각 10평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합시다. 이들이 결혼하면 20평이 아니라 15평 정도의 아파트만 있으면 됩니다. 뿐만 아니라 전기, TV, 냉장고, 밥솥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므로, 일인당 생활비가 결혼 전보다 줄어들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규모의 경제입니다.

동네의 조그마한 구멍가게보다는 수퍼마켓이, 수퍼마켓보다는 대형 할인점이 유리한 것도 규모의 경제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는 이유

장난감 회사는 생산량이 작을 경우 원하는 정도의 분업을 할 수 없으며, 할 수 없이 한 노동자가 조립도 해야 하고 포장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최적의 분업 생산이나 자동화 조립 생산이 가능해지고, 따라서 생산성이 증가합니다. 또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원료나 부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게 되고, 대량 구매에 따라 구입 비용이 하락하는 것도 생산비용이 낮아지는(또는 생산성이 높아지는) 요인이 됩니다.

생산량을 무한대로 늘릴 수 없는 이유

그렇지만 규모의 경제를 보이고 있는 기업도 생산량을 계속 늘려가다 어느 한도를 넘어서면, 규모의 경제가 사라집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생산 규모를 무한대로 확장할수록 유리해지는 꿈과 같은 세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처럼 어느 기업이 초기에 생산 규모를 확대시키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만, 어느 선을 넘어서 생산량을 늘리면 생산비용이 다시 증가하는 규모의 불경제가 발생합니다. 이는 기업의 규모가 너무 커지면 각종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1+1=3이라고?

요새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들의 합병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기업이 합병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합병을 통해 두 기업의 장점을 서로 접목시켜 더욱 커다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때, 이를 시너지 효과 또는 상승 효과라 합니다. 은행과 증권회사가 합병을 하면서 서로의 점포를 공동 이용하거나 금융 자산 운영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이전보다 더 큰 이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흔히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3이 되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무엇이든지 하기 나름

그렇다고 기업이 합병하면 시너지 효과가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합병은 시너지 효과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일 뿐이며, 합병 후 한 덩어리가 된 기업이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두 기업이 합병한 후 서로 과거의 출신에 얽매여 끊임없이 분쟁에 휘말림으로써 시너지 효과는 커녕 합병하기 이전보다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 다음 주제: 여러 가지 기회비용: 매몰비용과 시간비용

^*^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