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11:37

시장의 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수많은 상품들을 거래하고 있는 시장을 보면, 신기하다 못해 신비스럽기조차 합니다. 도대체 저 많은 사람들과 물건들이 어떻게 커다란 혼란과 문제없이 원만하게 거래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정부가 일일이 거래에 간섭해서 이 상인에게는 티셔츠를 1만 원에 팔고, 저 상인에게는 순대를 3천 원에 팔고, 이 소비자보고는 흰색 운동화를 2만 원에 사라는 식으로 지시한다고 해서, 우리 주변 아니 전세계에 있는 헤아릴 수조차 없는 수많은 시장이 그토록 잘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마 수퍼 컴퓨터를 동원한다고 해도 모든 소비자와 상인(공급자)의 거래를 원만하게 지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사 모자도 이 일을 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그러한 일을 시장은 매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놀라운 시장의 힘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 가격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그 옛날 시장에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아담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용어로 표현했던 이 힘은 사실 가격(price)을 의미합니다. 시장에서 작용하는 가격은 수요와 공급, 또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맺어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시장 가격에 의한 교환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가격이 항상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보장하는가?

이처럼 가격이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보장하는 이상적인 형태의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에서는 가격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보장하지 못하는 현상이나 시장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시장실패(market failure)라고 합니다.

시장이 실패하는 예들

첫째, 시장이 완전경쟁이 아니라 독과점의 특성을 가질 때 시장이 실패합니다. 독과점 시장에서는 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균형된 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독과점 생산자(공급자)의 우월적 힘에 의해 결정됩니다. 독과점 생산자는 가능하면 적은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높은 가격을 부르기 때문에, 소비자가 피해를 볼 뿐 아니라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됩니다.

둘째, 가로등, 국방, 치안 등과 같은 재화를 공공재(public goods)라 하는데, 공공재는 민간 기업이 공급하기 어려운 성질을 가집니다. 따라서 공공재는 시장 원리에 의해 민간기업에게 생산을 맡길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강의 #13을 통해 할 예정입니다.

셋째, 외부성(externalities) 또는 외부효과(external effects)도 시장실패를 초래하는 요인이 됩니다. 지금부터 외부효과에 대해 좀더 자세히 생각해 봅시다.

외부효과

지하철은 승객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 열차를 달리는데 심각한 소음 공해를 유발합니다. 왕 선택 학생의 아버지께서 다니시는 공장은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굴뚝을 통해 악취를 배출할 수 있습니다. 왕 선택 학생의 아버지께서는 자가용을 몰고 출근하면서 길거리에 매연을 배출합니다. 이러한 예들에서처럼 어느 한 경제 주체의 행동이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다른 경제 주체에게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외부효과라 합니다.

외부효과와 시장실패

이러한 외부효과는 시장 원리의 작동을 방해합니다. 그 이유는 한 경제 주체가 다른 경제 주체에게 미치는 영향이 시장 또는 가격을 통해 적절하게 보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지하철 공사나 공장은 소음이나 악취를 발생시키지만 이로 인해 주민이 받는 피해를 보상해주지 않으려 합니다. 엄청난 비용이 추가로 초래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를 반길 리 없습니다. 또 왕 선택 학생의 아버지도 자가용을 운전하면서 도로 주위의 행인들에게 피해 보상을 해주지 않습니다.

외부효과에는 외부경제와 외부불경제의 두 가지가 있어

위의 외부효과 예들은 한 경제 주체의 행위가 다른 경제 주체에게 주는 영향이 나쁜 경우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경제 주체에게 주는 영향이 나쁜 경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왕 선택 학생의 할아버지께서는 틈만 나면 집 앞을 청소하십니다. 이로 인해 이웃 주민들은 깨끗한 길거리를 마음껏 걸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깨끗한 길에서 놀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 경제 주체의 행위가 다른 경제 주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역시 다른 경제 주체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외부효과에 속합니다.

이처럼 외부효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다른 경제 주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이러한 외부효과를 외부불경제라 부릅니다. 다른 하나는 다른 경제 주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이러한 외부효과를 외부경제라 부릅니다.

시장실패가 정부 개입의 근거를 제공

요인이 무엇이 되었든 시장실패 현상이 발생하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합니다. 이때 시장실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곤 합니다. 이것이 정부의 역할 가운데 하나입니다. 외부효과의 경우를 가지고, 정부가 어떻게 시장에 개입하여 자원의 배분을 효율적으로 만드는지 생각해 봅시다.

외부불경제와 정부의 개입: 세금

기업은 공해 물질을 배출하여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자발적으로 그에 대한 보상을 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때 정부가 개입합니다. 정부에게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기업에게 적절한 피해 보상을 하도록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공해배출세 또는 환경오염세같은 세금을 도입하여 기업에게 부과하면, 기업의 생산비용은 그만큼 증가합니다. 따라서 기업은 생산비용이 비싸진 재화의 생산을 줄이게 되고, 그만큼 배출되는 공해의 양도 줄어듭니다. 물론 정부가 공해배출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기업이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화 생산을 중단하는 일 역시 사회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 재화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업은 적절한 수준까지 생산을 줄인다는 의미입니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는 술로 인해서 자신의 건강만 해치는 것이 아닙니다. 음주운전으로 다른 운전자의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립니다. 뿐만 아니라 간이나 암과 관련된 질병이 증가해 의료시설의 추가 투자가 필요해지고, 진료비가 증가해 건강보험의 재정을 악화시킵니다. 이처럼 애주가는 외부불경제를 초래합니다.

그러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술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알콜 수치가 높은 술에 대해서는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러면 수요의 법칙에 따라서 술 소비가 감소할 것입니다.

외부불경제 vs. 외부경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외부불경제도 문제이지만, 경제학적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이득을 주는 외부경제도 문제입니다. 외부불경제의 경우에는 한 경제 주체가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피해를 고려하지 않아 너무 과도하게 소비하거나 과도하게 생산하는 것이 문제이며,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이름의 세금을 부과합니다.

외부경제의 문제와 외부경제에 대한 해결책도 이와 마찬가지 논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외부경제의 경우에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이득을 고려하지 않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보다 오히려 적게 소비하거나 적게 생산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는 보조금을 주어, 그 행동을 더욱 장려하고 소비나 생산을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으로 늘리도록 유도합니다.

외부경제와 정부의 개입: 보조금

공부를 잘하는 왕 선택 학생은 본인에게도 좋지만, 사회 발전이나 국가 경제에도 기여를 합니다. 즉,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외부경제를 초래합니다. 이런 왕 선택 학생에게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게 하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더 많이 미치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급되는 보조금이 바로 장학금입니다.

정부도 실패할 수 있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시장실패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이 경우 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에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시장실패를 완벽하게 치유하고 있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부도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실패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무리한 개입이나 적절하지 못한 대응으로 인해 시장실패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경제학자들은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라 부르고 있습니다.

정부 개입은 시장 기능 회복에 초점을 두어야

이처럼 정부도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시장 대 정부의 논쟁입니다. 시장이 실패하고, 정부도 실패하고. 그렇다면 어떤 쪽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 것인가가 논쟁의 핵심입니다. 정부도 실패하는 마당에 시장에 그대로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시장을 믿지 못하겠으며, 정부가 그래도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으니,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자도 있습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 논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끝이 날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하고 복잡한 논쟁입니다.

 

*** 다음 주제: 공공재

^*^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