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11:40

바로 이전 강의 #12에서 시장실패를 초래하는 몇 가지 요인들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고, 그 요인 가운데 하나가 공공재(public good)라고 했습니다. 공공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에, 공공재 시장은 실패합니다. 여기서 시장이 실패한다는 의미는 공공재 생산을 민간기업에게 맡기면, 민간기업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양만큼 공공재를 생산하지 못하거나 아예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왜 민간기업은 공공재를 생산하지 못할까요? 우리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재화는 사유재(private good)인데, 이런 사유재와는 달리 공공재에는 두 가지 독특한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공공재의 첫 번째 특성: 비경합적

사유재는 어떤 한 사람이 소비량을 늘리면 남아 있는 양이 줄어듭니다. 또는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듭니다. 그렇지만 공공재는 한 사람이 소비해도 다른 사람에게 남아 있는 소비 가능한 양에 변함이 없다는 특성을 지닙니다.

국방이라는 공공재를 예로 들어 이 성질을 생각해 봅시다. 왕 선택 학생과 가족은 매일 국방 서비스라는 공공재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아기들이 태어났다고 합시다. 이들 아기들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국방 서비스를 소비하기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왕 선택 학생과 가족의 국방 서비스 소비량이 감소할까요? 아닐 것입니다. 아기들이 추가로 태어나더라도 왕 선택 학생과 가족은 아무 문제 없이 국방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비경합적(non-rival)이라고 부릅니다.

사유재는 경합적

이에 비해 사유재는 어떤가요? 다른 사람이 해리포터 책을 구입해 소비하면, 내가 소비할 수 있는 해리포터 책의 양이 감소합니다. 따라서 해리포터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 먼저 차지하려는 욕구가 생기며, 이런 의미에서 사유재는 경합적(rival)이라는 특성을 지닙니다.

사유재의 경우에는 나와 네가 재화를 놓고 서로 차지하려는 라이벌 관계에 놓이며, 시장이라는 장소에서 가격이라고 하는 도구를 통해 적절히 소비자에게 할당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공공재는 일단 공급되면 나와 네가 모두 함께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합 관계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나와 네가 소비에 있어 라이벌이 아닙니다.

공공재의 두 번째 특성: 비배제적

공공재가 지니는 두 번째 특성은 어떤 사람이 소비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공공재를 소비하지 못하도록 막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다시 국방을 예로 들어 이 성질을 이해하도록 합시다. 만약 정부가 국방 서비스를 소비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그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새로운 정책을 채택했다고 합시다. 이때 왕 선택 학생이 이러한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국방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합시다. 이제 정부가 왕 선택 학생이 국방 서비스를 소비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어떤 처벌을 가하더라도, 설령 감옥에 가두더라도, 왕 선택 학생은 여전히 국방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비배제적(non-exclusive) 또는 비배타적이라고 부릅니다.

사유재는 배제적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유재는 경합적이며 배제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공공재는 비경합적이며 비배제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이 두 가지 성질을 모두 지니는 재화를 공공재라 합니다.

비배제적인 특성 때문에 무임승차 동기 발생

정부가 국민들에게 공공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요구한다고 합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성실하기 때문에 대부분 대가를 지불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공공재를 소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제학 책에서 알게 된 사람이 대가를 지불하지 않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도 동일하게 공공재를 소비합니다. 바로 비배제성 때문입니다.

이제 시간이 흐르면서 대가를 지불했던 사람들은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나도 내지 않을 거야" 하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일부는 실제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이런 식으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채 어떤 재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현상을 무임승차자 문제(free rider problem)라 부르고, 그런 사람들을 무임승차자라 합니다. 무임승차자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물론 비배제적인 성질 때문입니다.

정부가 생산해서 공공재인가? 공공재이기 때문에 정부가 생산하는가?

무임승차자 문제가 발생하는 재화를(즉, 공공재를) 민간기업에게 생산하도록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은 그 재화를 소비하지만, 대가는 지불하려 하지 않습니다. 결국 민간기업은 그 재화의 생산비를 조달하지 못해 파산하고 맙니다. 이는 민간기업이 기본적으로 비배제적인 특성을 지니는 재화를 생산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이 재화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생산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공공재 생산에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비배제적인 성질을 지니는 공공재를 직접 생산해서 공급합니다.

정부는 조세 수입을 가지고 공공재를 생산할 수 있어

"왕 선택 학생에게 새로운 의문이 한 가지 생깁니다. 정부는 무슨 재주로 공공재 생산비용을 충당하는 것일까?" 네, 그렇습니다. 정부 역시 공공재 생산에 필요한 비용을 직접 국민으로부터 조달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정부에게는 세금이라는 강력한 무기와 수단이 있습니다.

민간기업이 생산하는 공공재

이와는 달리 공공재이지만 민간기업이 생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송은 비경합적이고 비배제적이므로 공공재입니다. 그렇지만 방송을 생산하고 있는 민간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들 기업은 비배제적인 방송을 생산할 수 있을까요? 광고 수입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공재는 얼마만큼 그리고 어떻게 공급되어야 하는가?

경합적이지도 않고 배제할 수도 없다는 공공재의 특성으로 인해, 공공재는 시장을 통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불가능해지고 가격 기능도 원만하게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도 없고 시장도 없기 때문에, 정부가 공공재를 얼마나 생산해서 어떻게 공급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공공재의 경우에도 한계의 원리가 적용

우선 얼마만큼의 공공재가 공급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가를 생각해봅시다. 민간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같아지는 선까지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이미 배운 바 있습니다(강의 #3; 한계의 원리). 공공재 생산량 결정에도 예외 없이 이 한계의 원리가 적용됩니다.

정부는 사회의 후생(welfare)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공공재의 한계편익이 한계비용과 같아질 때의 공급량을 선택하면 됩니다. 공공재의 한계편익이 무엇일까요? 공공재가 공급되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공공재를 소비하면서, 나름대로의 한계편익을 얻습니다. 따라서 공공재로 인해 국민이 얻는 한계편익은 이들 개인의 한계편익을 모두 더하면 됩니다.

 

*** 다음 주제: 공유재산의 비극

^*^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