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11:41

순수하지 못한 공공재

바로 이전 강의 #13에서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는 재화를 공공재라 하며, 이에 비해 경합성과 배제성을 지니고 있는 재화를 사유재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 가운데 한 가지 특성만 지니고 있는 재화들이 있습니다. 즉 원래는 공공재였지만, 인구가 많아지면서 또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두 가지 가운데 한 가지 특성을 잃어버리는 재화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비경합성이 사라지고 경합성을 지니게 되는 재화의 예가 흔합니다.

경합성이 발생하는 공공재에 대해서는 정부 규제가 일반적

정부는 공공재에 경합성이 발생할 때 어떻게 할까요? 시내도로는 비배제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 시장에 개입해 세금을 거두고 예산 편성을 통해 도로를 건설합니다. 그렇지만 시내도로가 혼잡해져서 비경합성이 사라지고 경합적으로 되는 경우에, 도로 건설에 개입했던 정부는 다시 추가로 개입하여 시내도로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합니다.

행정 규제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정부가 시행했던 차량 10부제나 월드컵 기간 동안의 홀짝제가 그 예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방법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이보다는 통행료를 징수하는 방법이 보다 경제적입니다. 통행료를 내기 싫은 운전자들은 자발적으로 자가용 운행을 자제하기 마련입니다. 사람들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경제 원리와 수요의 법칙이라는 경제 원리에 충실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경제학자들이 선호하는 정책 수단입니다.

정부가 공급할 가치가 있는 사유재

교육은 어떤 재화인가요? 교육은 기본적으로 사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들을 소비하지 못하도록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제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기존의 소비자들의 소비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합적인 성질도 지닙니다. 즉, 교육은 사유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교육이 사유재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정부가 모든 교육을 시장에 맡긴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가난한 사람들은 교육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없으므로,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은 이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동기를 가지지 않습니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은 교육 서비스를 소비할 수 없게 되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삶의 수준을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정부는 의무교육이나 국공립학교 운영 등을 통해 공적으로 교육을 공급합니다. 이처럼 사유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재화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생산을 담당하고 공급하는 재화를 가치재(merit goods)라고 합니다. 교육 서비스나 의료 서비스처럼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는 이러한 재화를 일정 수준 직접 공급합니다.

사적으로 공급하는 공공재

교육과는 달리, 이번에는 공공재이지만 민간기업이 생산하는 것도 있습니다. 국방과 마찬가지로 치안도 공공재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정부가 치안의 생산과 공급을 전적으로 담당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최근에 이런 고정 관념도 깨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급하는 치안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설방범업체에 대한 수요가 생겼습니다. 이들 사설방범업체가 호황을 누리고 있을 정도로 지금은 민간기업이 국가와 함께 치안을 공급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사유재산 vs. 공유재산

공공재와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고, 공유재산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우리 주위에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사유재산입니다. 즉 물건에 대한 사유재산권이 형성되어 있어, 그 물건의 주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물건의 주인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로 하기 위해 물건을 최대한 아끼고 효율적으로 사용합니다. 이러한 개인의 사리추구 행위를 통해 시장에서 물건이나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배분됩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사유재산권이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공유재산이 그것입니다. 공기, 강, 뒷산의 목초, 바다의 생선 등이 공유재산의 예입니다.

공유재산이 겪는 비극

사유재산과는 달리 공유재산은 쉽게 낭비되거나 더럽혀집니다. 이 세상의 공기나 동강의 강물은 쉽게 오염됩니다. 산에 있는 푸른 잔디도 쉽게 황폐화되어 버립니다. 공유재산이 이런 고초를 겪는 업보를 갖고 있는 이유는 바로 사유재산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공유재산에는 사유재산권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공유재산은 주인이 없는 무주공산이기 때문에 먼저 차지하는 것이 임자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런 생각을 갖고 공유재산을 마구 사용합니다. 공유재산을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유재산은 어떨까요? 사람들은 자기 소유의 물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아끼고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자기 것을 아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자기 것이 아닌 공유재산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아끼려는 동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물론 경제학자들이 공유재산을 아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정부가 공유재산은 우리 모두의 것이니 아낍시다는 캠페인을 벌이면, 모두들 이에 동의합니다. 맞아 하고 맞장구를 칩니다. 그렇지만 자기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공유재산을 소비하지 않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버리고 공유재산을 마구 사용하기 시작하면, 원칙을 지키는 자기만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것을 참을 수 있는 성인군자는 많지 않습니다.

이처럼 사유재산권이 없어 공유재산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과도하게 사용되는 현상을 공유재산의 비극이라고 부릅니다.

바다의 생선도 잡는 사람이 임자

바다에 있는 고래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래는 사유재산권이 없기 때문에, 아무나 잡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그리고 너도나도 고래를 마구 잡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명백합니다. 여러분의 예상대로 고래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지리산의 반달곰은 공유재산

정부는 멸종 위기에 있는 반달곰을 살리고 보존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육했던 반달곰을 지리산에 풀어주고 야생에서의 생존을 도와주기 위해 추적장치를 달아놓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반달곰은 산 속에서 살아야 행복합니다.

동물원에 있는 반달곰은 사유재산이지만, 산 속에 있는 반달곰은 공유재산이 됩니다. 공유재산이 되는 순간, 이 반달곰을 노리는 불법 사냥꾼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동물원에서는 오래 살 수 있었던 반달곰이 자연 상태에서는 목숨을 잃게 됩니다. 누구를 탓해야 할까요?

공유재산에 사유재산권을 부여할 수 있다면...

이처럼 공유재산이 남용되고 쉽게 훼손되는 현상과 그 원인이 명백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문제는 공유재산의 비극에 대한 해결책입니다. 공유재산의 비극이 발생하는 원인이 사유재산권의 부재 때문이라면, 근본 대책은 간단합니다. 사유재산권을 부여하면 됩니다.

사람들이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강에 폐수를 배출하는 것이라면, 한강물에 사유재산권을 부여하면 됩니다. 만약 한강에 개인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어 일정 부분의 한강물이 우리 것이라고 한다면, 한강물을 깨끗하게 보전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깨끗해진 강물의 혜택을 우리 집이 고스란히 받기 때문에, 비록 힘들더라도 기꺼이 이런 노력을 할 만한 가치를 지닙니다. 주말마다 깨끗한 한강에 가서 자기 강물을 마음껏 누리는 장면을 머리 속에 그리면서 말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한강물에 사유재산권을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물을 오염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의 동기가 부족해지고, 다른 사람이 몰래 강물에 폐수를 방출할 때 이를 적발하고 방지하려는 노력도 소홀히 합니다. "어차피 내 것이 아닌데 뭘" 하면서 애써 외면합니다.

정부 보호 노력에는 한계

공유재산 가운데 사유재산권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사유재산권을 부여해 공유재산의 비극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공유재산은 사유재산권을 부여하기 힘들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공유재산은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우리 모두의 것

우리 모두가 공유재산을 아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공유재산은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내가 먼저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이보다는 공유재산은 우리 모두의 것이므로, 내가 먼저 아끼겠다는 생각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서로 상대방을 믿을 수 있다면, 공유재산의 비극은 사라지고 공유재산이 환하게 웃는 날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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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