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11:45

수요를 결정하는 요인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결정하는 요인들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 재화의 가격도 수요에 영향을 미치며 사람들의 소득도 수요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외에도 관련 있는 다른 재화의 가격이나 날씨나 광고 등도 재화의 수요에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이들 요인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변하면 수요도 따라서 변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가격이 오르면 아이스크림 수요량이 줍니다. 소득이 증가하면 아이스크림 수요가 증가하며 날씨가 추워지면 아이스크림 수요가 감소합니다.

수요가 얼마나 변할까?

이러한 사실은 너무도 분명하여 여러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식 수준의 내용을 알게 된 다음에 사람들은 수요가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 또는 얼마나 감소할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자연스럽게 되었습니다. 즉, 가격이 상승하면 아이스크림 수요량이 감소하는 것은 알겠는데 과연 얼마나 감소할 것인지를 알고 싶어졌습니다. 또 소득이 증가하면 아이스크림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알겠는데 과연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를 알고 싶어졌습니다.

변화 정도를 측정하는 개념: 탄력성

이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수요의 탄력성(elasticity)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수요의 탄력성은 어떤 한 가지 요인이 변할 때 그로 인해 수요가 얼마나 변하는지를 측정하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그 값이 클수록 수요가 탄력적이라고 말합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여러 가지이며 이들 요인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변하면 수요가 변합니다. 따라서 수요의 결정 요인들 가운데 어떤 요인이 변해서 수요가 변하게 되었는지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수요의 탄력성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수요의 가격 탄력성, 수요의 소득 탄력성, 수요의 날씨 탄력성 ...

예를 들어 가격이 변해서 수요량이 변하는 경우를 이야기할 때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라고 부릅니다. 소득이 변해서 수요가 변하는 경우를 이야기할 때는 수요의 소득 탄력성이라고 합니다. 날씨가 변해서 수요가 변하는 경우를 이야기할 때는 수요의 날씨 탄력성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따라 다양한 이름의 탄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것이 수요의 가격 탄력성입니다. 이에 대해 좀더 자세히 생각해 봅시다.

재화에 따라 수요량의 변화 정도가 달라

백화점에서 옷을 50% 할인된 가격에 팔면 수요량이 증가하여 전에 한 벌을 사던 소비자들도 2벌 또는 3벌씩 사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지하철 요금이 50% 하락하면 하루에 한 번 지하철을 타던 사람들이 2번 또는 3번씩 지하철을 탈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가격이 하락할 때 수요량이 늘어나는 정도는 재화마다 다릅니다. 어떤 재화는 소비자들이 가격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수요량이 많이 늘어납니다. 어떤 재화는 소비자들이 가격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수요량이 많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가격이 상승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화마다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량의 감소 정도가 다릅니다.

수요가 탄력적인 재화와 수요가 비탄력적인 재화

가격이 똑같이 1% 하락했을 때 어떤 재화는 수요량이 많이 증가하고 어떤 재화는 수요량이 조금 증가합니다. 수요량이 많이 증가하는 재화를 수요가 탄력적인 재화라 부르며 수요량이 조금 증가하는 재화를 수요가 비탄력적인 재화라고 부릅니다. 앞의 예의 경우에는 옷이 수요가 탄력적인 재화이며 지하철은 수요가 비탄력적인 재화입니다.

가격을 내려야 하나 아니면 올려야 하나?

탄력성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며 경제학에서 응용되는 곳이 매우 많습니다. 일본에서 있었던 다음의 현상을 가지고 탄력성을 적용해 봅시다.

일본이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맥도날드는 햄버거 가격을 인하한 반면에 명품을 파는 가게들은 가격을 10% 정도 인상했다고 합니다. 왜 동일한 경기 상황 속에서 두 업체는 상반되는 가격 정책을 사용했을까요? 어느 업체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이고 어느 업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까요?

수요가 탄력적이라면 가격 인하 후 매출이 증가함

먼저 햄버거를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은 햄버거 가격을 인하했을 때 수요량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 생각합니까 아니면 적게 증가할 것이라 생각합니까? 네. 그렇습니다. 햄버거 수요는 가격에 비교적 탄력적이어서 가격이 인하될 경우 수요량이 많이 증가합니다.

그렇다면 맥도날드가 햄버거 가격을 인하한 결과 매출, 즉 '가격×수요량'은 증가했을까요 아니면 감소했을까요? 가격이 인하된 비율보다 수요량이 증가한 비율이 더 크기 때문에 매출은 가격 인하 전보다 가격을 인하한 후에 오히려 증가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맥도날드가 햄버거 가격을 인하한 이유입니다. 이처럼 수요가 가격에 탄력적인 재화의 경우에는 가격을 인하하면 기업의 매출이 증가합니다.

수요가 비탄력적일 때 가격 인하하면 매출이 감소함

만약 햄버거 수요가 가격에 비탄력적이라면 맥도날드의 매출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가격이 인하된 후 수요량이 증가하기는 하지만 조금만 증가하기 때문에 매출은 감소합니다.

일본의 명품 가게들이 이 경우에 해당됩니다. 명품들에 대한 수요는 가격에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가격을 인하하더라도 수요량이 별로 많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즉, 가격을 인하하더라도 매출이 감소하기 때문에 명품을 파는 가게들은 가격을 인하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수요가 가격에 비탄력적인 재화들은 가격을 인하하기보다는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됩니다.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수요량이 조금밖에 감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명품 가게들이 불황 속에서도 가격을 인상한 이유입니다.

농산품에 대한 수요는 가격에 비탄력적

날씨가 좋아 풍년이 들면 농부는 기뻐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농부가 기뻐하기는커녕 자신의 밭을 갈아엎는 농부의 사진을 신문에서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처럼 풍년이 농부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라 나쁜 소식이 될 수 있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도 농산물 수요가 가격에 비탄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배추 농사가 풍년이 되면 배추 공급이 증가하여 가격이 폭락합니다. 배추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이전보다 김치를 2배나 많이 먹지는 않기 때문에 배추 수요는 비탄력적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 농부가 배추를 팔아 벌 수 있는 매출은 오히려 감소하게 됩니다.

풍년이 나쁜 소식, 흉년이 좋은 소식

이러한 논리를 흉년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배추 농사가 흉년이면 공급이 감소하여 가격이 상승합니다. 배추 가격이 2배로 상승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김치 소비를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고 조금만 줄입니다. 역시 배추 수요는 가격에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흉년이 들면 배추 농가는 오히려 매출이 증가합니다.

농부에게 있어 풍년이 좋은 소식이 아니라 나쁜 소식일 수 있고, 오히려 흉년이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도 모두 다 농산물 수요가 비탄력적이라는 특성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수요의 탄력성이란 개념은 가격 변화로 인한 영향에 대해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외에도 탄력성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 몇 가지를 생각해 봅시다.

여행, 오락, 문화 관련 재화는 소득 탄력성이 높아

소득이 증가하면 재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만 수요가 증가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 정도를 측정하는 개념이 수요의 소득 탄력성입니다.

소득이 높아질 때 식료품 수요의 증가폭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즉 식료품 수요의 소득 탄력성은 작은 편입니다.

이에 비해 여행, 오락, 문화, 교육 등과 관련된 재화 및 서비스 수요는 소득에 탄력적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들 관련 산업이 향후 유망해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온도에 민감한 아이스크림 수요

아이스크림이나 청량음료의 수요는 날씨와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여름에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아이스크림이나 청량음료의 수요는 크게 증가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아이스크림 수요가 온도 변화에 매우 탄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먹고 그냥 가기 미안한 무료 시식 탄력성

백화점과 할인점의 식품 매장에는 무료 시식 코너가 있습니다. 한 백화점의 경우 빵집에서 팔리는 양의 1/3이 시식용으로 소비되며, 전류는 1/5 이상이 시식용으로 소비된다고 합니다. 이들은 왜 이렇게 많은 양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을까요?

시식으로 인해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입니다. 즉 수요의 시식 탄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이 백화점의 경험에 따르면 시식 코너를 운영하는 제품은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평균 7배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고 합니다. 일단 시식을 한 고객의 절반 이상은 먹고 그냥 가기 미안해서 또는 맛있어서 상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시식 코너를 운영하는 것이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다음 주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