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11:46

한계효용이란 추가적으로 얻는 만족

소비자가 재화를 하나 더 소비하면 추가로 만족을 더 얻습니다. 이때의 추가 만족을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이라 합니다. 가끔 한계효용과 총효용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계효용은 재화를 하나 더 소비할 때 그로부터 추가로 얻는 만족을 말합니다. 이에 비해 총효용은 지금까지 소비한 재화 전체로부터 얻는 효용 모두를 말합니다.

물론 한계효용과 총효용 사이에는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총효용은 한계효용을 모두 누적한 값입니다. (수학을 잘 아는 학생이라면 한계효용을 적분한 값이 총효용이 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총효용을 미분하면 한계효용이 됩니다.) 따라서 재화를 하나만 소비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한계효용과 총효용은 일치합니다.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

한계효용은 경제학자들이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엄청난 도움을 주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현상들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제시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입니다.

여러분은 물과 다이아몬드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까? 당연히 물이라고 대답하겠지요. 그러면 착한 여러분에게 산신령이 나타나 물 10리터와 다이아몬드 0.1캐럿 가운데 한 가지만 가지라고 하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선택하겠습니까? 이번에는 다이아몬드를 선택하겠지요. 여러분뿐 아니라 저도 동일한 선택을 할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과거의 경제학자들이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 또는 가치의 역설이라고 불렀습니다. 과거의 경제학자들은 왜 사람들이 이렇게 모순된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대로 찾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여러분같은 비경제학자들 가운데에도 이에 대한 해답을 이미 갖고 있는 사람이 많겠지만 과거에는 그 유명한 경제학자들조차도 이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했던 것입니다. 한계효용이란 개념과 그에 기초한 한계효용 이론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지금부터 한계효용을 가지고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을 설명해보겠습니다.

평상시의 생수 한 병과 사막에서의 생수 한 병

이제 앞의 질문을 다시 던지겠습니다. 왕 선택 학생은 1천원을 갖고 있습니다. 생수 한 병과 다이아몬드 0.1캐럿이 각각 1천원이라면 왕 선택 학생은 무엇을 사겠습니까? 당연히 다이아몬드를 사겠지요.

이제 상황이 바뀌어 왕 선택 학생이 오아시스도 없는 사막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며칠째 방황하다가 정말로 운이 좋게 가게를 만났는데 역시 생수 한 병과 다이아몬드를 각각 1천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왕 선택 학생은 1천원으로 무엇을 사겠습니까?

생각할 것도 없이 물을 살 것입니다. 아마 너무도 목이 말라 생수 한 병에 1만원이라 하더라도 기꺼이 물을 사려 할 것입니다. 왜 왕 선택 학생은 똑같은 물과 다이아몬드를 놓고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요? 그가 비합리적인 소비자이기 때문인가요?

가격은 한계효용에 대한 대가

이 예에는 많은 경제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지불하는 가격은 그 물건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한계효용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있어 '물'이라는 자원이 '다이아몬드'라는 자원보다 더 소중하고 더 필요하고 더 큰 가치를 지니긴 하지만, 그것은 물이나 다이아몬드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 반영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들은 물 한 병을 더 마실 때 얻는 만족, 즉 물 한 병의 한계효용(또는 한계편익)에 해당되는 만큼까지만 가격으로 지불하려 합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우리가 지불하는 가격은 물 한 병이 나에게 주는 한계효용에 대한 대가이지, 물이라는 소중한 자원에 대한 대가가 결코 아닙니다. 우리가 지불하는 버스요금은 목적지까지 편하게 가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한계효용에 대한 대가이지, 버스 그 자체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역시 한계의 원리가 적용

그리고 사람들은 물 한 병이 자신에게 주는 한계효용이 지불해야 하는 가격보다 작다고 생각하면 한계의 원리에 따라 그 물을 사지 않습니다. 반대로 물 한 병의 한계효용이 가격보다 크다고 생각하면 한계의 원리에 따라 물을 삽니다.

평상시에 사람들은 물 한 병이 자신에게 주는 한계효용보다는 다이아몬드 0.1캐럿이 자신에게 주는 한계효용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같은 가격이라면 다이아몬드를 선택합니다. 그렇지만 사막에서는 상황이 바뀝니다. 며칠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한 사람들에게 있어 물 한 병의 한계효용은 다이아몬드의 한계효용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물을 선택합니다.

그런 한계효용은 체감한다는 법칙

우리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물보다 사치재인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더 비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최대로 한계효용에 해당되는 만큼만 가격으로 지불하려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종합해 보면 결국 다이아몬드의 한계효용이 물의 한계효용보다 크다는 의미입니다.(물론 사막이 아닌 평상시의 경우에)

그렇다면 왜 다이아몬드의 한계효용이 물의 한계효용보다 클까요? 바로 희소성의 차이 때문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우리 주위에서 보기 드문 물건이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0.1캐럿이 사람들에게 주는 한계효용이 매우 큽니다. 이에 비해 물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서 물 한 병이 사람들에게 주는 한계효용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처럼 재화의 양이 많아짐에 따라 사람들이 얻는 한계효용이 줄어드는 현상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 합니다.

물은 우리 주위에 비교적 풍부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의해 사람들이 물로부터 얻는 한계효용은 매우 작습니다. 이에 비해 다이아몬드의 부존량은 매우 적기 때문에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의해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로부터 얻는 한계효용은 매우 큽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한계효용이 큰 다이아몬드에 대해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 합니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은 변하지 않는 진리

아무리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왕 선택 학생이라 할지라도 아이스크림을 1개, 2개, 3개 등 자꾸 먹는다면 한계효용이 점차 줄어듭니다. 즉 첫 번째 아이스크림으로부터 얻는 한계효용보다 두 번째 아이스크림으로부터 얻는 한계효용이 작고, 두 번째 아이스크림으로부터 얻는 한계효용보다 세 번째 아이스크림으로부터 얻는 한계효용은 더 작습니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 선택 학생이 아이스크림을 계속 먹다보면 도저히 더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아무리 공짜라 하더라도 먹기를 포기하는 때가 옵니다. 이때 그 마지막 아이스크림이 왕 선택 학생에게 주는 한계효용은 0이 됩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 하더라도 첫 번째로 볼 때 얻는 한계효용이 가장 크며, 그 영화를 두 번째 볼 때 얻는 한계비용은 첫 번째 영화의 한계효용에 미치지 못합니다. 소득이 없던 사람이 일을 해서 번 첫 100만원은 엄청난 한계효용을 가져다줍니다. 그렇지만 두 번째의 10만원은 첫 번째의 100만원보다 작은 한계효용을 가져다줍니다. 모두 한계효용이 체감하는 법칙이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공평한 부의 분배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정부는 부자로부터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이것을 이전이라고 부름)줍니다. 우리는 정부의 이런 정책에 대해 반대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요? 이러한 정책의 이면에도 역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숨어 있습니다.

만약 한계효용이 체감하지 않고 일정하다면 매월 천만 원을 버는 부자가 느끼는 마지막 1원의 한계효용이나 매월 10만 원밖에 벌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이 느끼는 마지막 1원의 한계효용은 같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부자로부터 1원의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에게 1원을 주더라도 두 사람의 효용의 합은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부자로부터 1원의 한계효용을 뺏어 가난한 사람에게 이전해준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한계효용이 체감하기 때문에 현실은 이와 다릅니다. 부자가 세금으로 내는 1원의 한계효용은 매우 작습니다. 이에 비해 가난한 사람이 받는 1원의 한계효용은 이보다 훨씬 큽니다. 따라서 부자로부터 1원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에게 이전해주면 두 사람이 얻는 효용의 합은 이런 정책을 사용하기 이전보다 증가합니다. 즉, 이러한 정책은 국민 전체의 효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것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때문입니다.

한계효용 균등의 법칙

한계효용 이론에서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뿐 아니라 또 하나의 중요한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이 여러 가지 물건을 구입할 때 각 물건에 대한 한계효용이 같도록 하는 것이 전체 효용을 가장 크게 한다는 발견으로서 이것을 한계효용 균등의 법칙이라 합니다.

사람들이 효용을 최대로 하는 행위는 뷔페식당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왕 선택 학생은 부모님과 함께 뷔페식당에 갔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실컷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왕 선택 학생은 뷔페식당을 매우 좋아합니다.

왕 선택 학생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갈비를 한 대, 두 대, 세 대 먹기 시작합니다. 첫째 갈비는 매우 맛있었고, 둘째 갈비는 그냥 맛있었고 ... 이처럼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왕 선택 학생이 갈비로부터 얻는 한계효용은 감소합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갈비의 한계효용이 닭다리의 한계효용보다 작아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갈비를 먹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왕 선택 학생 역시 갈비 먹는 것을 중단하고 닭다리를 먹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닭다리에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성립하고 닭다리의 한계효용이 새우의 한계효용보다 작아질 때 새우를 먹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각 음식으로부터 얻는 한계효용이 같아질 때까지 먹음으로써 뷔페식당 이용으로부터 얻는 효용을 가장 크게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한계효용 균등의 법칙입니다. 사람들이 뷔페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형태를 보면 모두 자신의 효용을 최대로 하기 위한 노력을 본능적으로 하고 있으며 한계효용 균등의 법칙을 암묵적으로 지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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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