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21:59

경상수지가 관심의 대상

이전 강의 #48에서 우리는 국제수지가 크게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와 준비자산증감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것은 경상수지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국제수지라고 말할 때에는 보통 경상수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경상수지는 재화나 서비스를 수출 또는 수입한 결과를 기록한 것입니다. 그런데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경상수지 흑자가 좋을까요? 아니면 수입이 수출보다 많은 경상수지 적자가 좋을까요? 너무 뻔한 질문인가요? 아니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생각하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지도 않은 채 "당연히 흑자가 좋다"고 답할 것입니다. 정말 그런지, 또 그렇다면 왜 그런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경상수지가 흑자이면

우리가 수출을 늘리면 우리 기업의 생산이 활발해지고 고용도 늘어나고 소득이 많아집니다. 반대로 수입이 많아지면 우리 기업 생산이 위축되고 고용과 소득이 둔화됩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경상수지 흑자가 우리 경제에 좋은 소식입니다. 흑자가 되면 수출을 통해 발생하는 고용과 소득의 증가가 수입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고용과 소득의 위축보다 크므로 결국 우리 경제의 고용과 소득이 늘어나게 됩니다.

또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우리 손에 외화가 남게 됩니다. 이 외화를 가지고 우리가 경제 성장을 위해 도입했던 외채를 갚을 수도 있고, 석유 같은 해외 원자재를 확보하거나 해외의 유망한 기업들에 대해서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도 확보할 수 있으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 외환보유액으로 보전할 수도 있습니다.

경상수지가 적자이면

이와 반대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우리나라의 고용과 소득이 위축됩니다. 또 수출보다 수입이 많으면 수입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서 외국으로부터 돈을 차입해야 하고 그만큼 외채와 이자 부담이 커집니다. 우리 경제는 1970년대와 1980년에 고도 성장을 했지만 경상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 외채가 크게 누적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우리의 외채 상환 능력을 의심한 외국이 우리에게 돈을 빌려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1997년의 외환 위기가 그 결과입니다.

적자보다는 흑자가 좋아

그렇다면 당연히 경상수지 적자보다는 흑자가 바람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경제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또 석유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또 재화를 생산하기 위한 기계도 많이 수입합니다. 이런 것들을 원만하게 수입해야 그것들을 활용해서 상품을 생산할 수 있고 수출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비할 수도 있게 됩니다.

이처럼 수출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나라일수록 경제의 안정과 소득 증가를 위해서 경상수지 흑자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외환 시장에서 환율 결정에 개입하기도 합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지면 물가 불안 우려

그렇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이 경상수지 흑자가 항상 좋기만 한 것만은 아닙니다. 몇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물가가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하고 물가하고 무슨 관계가 있냐고요? 경상수지가 흑자이면 우리나라가 벌어들인 외환이 많아집니다. 이 외환은 결국 우리나라 돈으로 교환되어 시중에 유통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국내에서 일상 거래를 할 때 달러와 유로를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시중에 돈의 공급이 증가하게 되면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세포들의 집합

겉으로는 상관 없어 보이는 것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경제가 어렵고 복잡하고 미묘하다고 말합니다. 한 가지 현상이 나타나면,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히고 다른 것에까지 파급효과가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우리 몸의 어느 한 곳에 상처가 나면 온 몸에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공부하는 데까지 지장을 초래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우리들이 경제를 잘 이해하려면, 그리고 정부나 경제 전문가들이 국가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런 파급효과들을 이해하고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의 모든 부문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모두 이해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세우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흑자만 추구하다 보면 무역 마찰

경상수지 흑자가 좋다고 해서 우리가 흑자만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뜻은 다른 나라의 경상수지가 적자라는 뜻이며, 우리나라의 웃음은 바로 교역 상대국의 울음을 의미합니다. 경상수지는 상대적인 것이어서 한 쪽에게 좋은 소식은 다른 쪽에게 나쁜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 대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대방 국가가 우리나라에 대해서 불만을 갖게 되고 우리 수출품에 대해서 제재를 가하려는 동기가 발생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수출을 늘리려는 동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로 상충되는 동기가 심화되면 두 나라 사이의 무역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 세계에서 많은 나라들이 서로 무역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적당한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가 바람직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외국과의 무역 마찰이 빈번해지면 어려움이 많아집니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할 때 결국 경상수지는 흑자가 바람직하지만 무분별한 흑자라기보다는 적당한 수준의 흑자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단기적인 눈앞의 이익만을 추가하여 자국의 경상수지 흑자 확대만을 최고의 목표로 하는 나라는 이웃 나라 친구들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를 위해 환율 정책을 이용할 수 있어

대부분의 국가가 적당한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추구하지만 실제로 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있는 국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경상수지는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각국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를 위하여 여러 정책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하나가 환율 정책입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이 증가하고 수입이 감소하여 경상수지가 개선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정책입니다. 즉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게 되면 정부는 환율 상승을 유도하여(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환율을 평가 절하하여) 경상수지를 개선시키려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환율이 상승한다고 해서 바로 그 다음 달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영어의 J자 모양 같아

여러 나라의 경험을 분석한 경제학자들은 환율이 상승하더라도 초기에는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효과가 매우 적거나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경상수지가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비로소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그래프로 그려봅시다. 가로축에 시간을 그리고 세로축에 경상수지를 그립니다. 초기에는 경상수지가 오히려 악화되므로 그림이 아래로 처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경상수지가 개선되므로 위로 올라갑니다. 이런 모습을 머리 속에 상상할 수 있나요? 여러분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보세요. 영어 알파벳의 어떤 글자와 비슷한 모습이 그려지나요? 네. 그렇습니다. 영어 알파벳의 J자 모양과 비슷합니다.

6개월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환율 상승 직후에 경상수지가 오히려 악화되고 시간이 지나서야 개선되는 현상을 J 커브 효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율 상승 이후에 약 6개월 정도까지는 경상수지가 악화되다가 그 이후 조금씩 회복되어 약 15개월이 지나면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뚜렷해진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환율 상승에 반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

J 커브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첫째, 환율이 오르면 수출 가격과 수입 가격이 자동적으로 변하지만 사람들이 그것에 반응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수출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외국이 수출 주문량을 늘리는 데에는 몇 달이 걸리며 그에 따른 수출 물량이 그 나라 시장에 도착하여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자극하기까지는 또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가격에 즉각 반영시키지 않기 때문

둘째, 환율이 오르더라도 이것이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자동차의 가격도 올라야 하지만, 수입 자동차를 판매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동차 판매 가격을 즉시 인상시키지 않습니다. 그랬다가는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고, 국내 자동차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판단 하에 기업은 당분간 자체적으로 가격 인상 압력을 흡수, 소화합니다. 그러다가 환율 상승이 지속되고 가격 인상 압력을 더 이상 자체적으로 흡수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기업은 수입 자동차 판매 가격을 인상합니다.

J 커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어

J 커브 효과라도 나타나서 환율 상승이 경상수지를 개선시킬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도 합니다. 물론 흔한 일은 아니지만 만약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면 정부로서는 정말 답답하고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 다음 주제: 돈이란 무엇인가?

^*^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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