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22:00

돈의 쓰임새

이란 무엇인가? 무척 쉬운 질문 같지만 막상 대답하려면 생각보다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여러분은 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에 답하기 전에 우리가 매일 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봅시다.

왕선택 학생의 어머니는 회사에서 일하시고 그 대가인 임금을 돈으로 받습니다. 왕선택 학생의 이모부는 사업을 하면서 무엇인가를 팔고 그 대가로 돈을 받습니다. 이렇게 어른들이 버신 돈을 가지고 우리는 필요로 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사는 데 쓰기도 하고 정부에게 세금으로 내기도 합니다.

돈은 욕망 충족을 위한 수단에 불과

이러한 거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돈 자체가 우리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돈을 원하고 돈을 좋아하는 것은 돈이 있어야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무엇인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돈은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합니다.

사실 이 세상에서 돈이 없더라도 경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정말 그런지를 보기 위해서 위의 경제 활동에서 돈이 없는 경우를 상상해 봅시다. 회사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는 임금으로 돈 대신 회사가 생산한 물건을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그 물건을 가지고 시장에 나가서 우리 가족이 필요로 하는 다른 물건과 물물교환(barter)하면 됩니다.

돈이 없으면 거래가 불편해요

그렇다면 왜 우리들은 지금 돈을 사용하고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위의 두 가지 상황, 즉 돈이 있는 경우와 돈이 없는 경우 가운데 어느 경우에 사람들이 거래를 더 편리하고 빨리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쪽인가요?

그렇습니다. 돈이 있는 전자의 경우입니다. 돈이 없는 후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거래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거래가 이루어지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회사에서 냉장고를 받아와서 필요한 쌀과 바꾸려면 시장에 나가서 쌀을 갖고 있으면서 냉장고가 필요한 농부를 만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건에 맞는 거래 상대방을 쉽게 만난다면 이는 말 그대로 우연의 일치이며 축복 받은 일입니다.

거래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돈

이처럼 돈을 사용하지 않는 물물교환은 비효율적입니다. 본업을 제쳐두고 거래 상대방을 만나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돈 또는 화폐(money)입니다. 보통사람들은 돈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지만 돈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화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는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돈이라는 말을 사용하겠습니다.

인류 3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가 돈

이런 이유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돈을 인류의 3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라고 표현합니다. 나머지 2가지 발명품은 불과 수레입니다. 여러분도 이 주장에 동의합니까? 우리는 돈이 있는 세상에서 태어났고 자라왔기 때문에 돈을 고마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돈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많이 있으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돈이 많은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많이 있을수록 좋은 것이 돈인데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데에 경제의 오묘함과 재미가 숨어 있습니다.

돈을 더 많이 만들면 안되겠니?

어떤 개그맨의 말처럼 "한국은행이 매일 24시간 기계를 가동하여 돈을 찍어내서 국민들에게 나누어주면 안 되겠니?" 이런 생각을 해보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 세상에 돈이 없어 고생하는 사람이 사라질 텐데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만화 같은 세상은 행복한 세상이 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말한 바 있듯이 돈은 거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도입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돈이 우리 경제에 마구 쏟아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는 얼마 되지 않는데 돈만 많아진다면 사람들은 주머니에 있는 돈을 가지고 한정된 재화나 서비스를 서로 사려고 다툼을 벌일 것입니다. 그 결과 가격이 폭등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돈의 가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돈도 다른 물건처럼 흔해지면 가치가 떨어집니다. 또 구태여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 필요도 없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돈을 마구 찍어낼 수 없습니다. 반대로 한국은행이 돈을 적게 찍어내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이 거래를 하고 싶어도 거래할 수 있는 돈이 부족하여 재화와 서비스 생산이 위축되고 기업 활동이 둔화됩니다.

국가 전체로 볼 때 돈은 많아도 탈, 적어도 탈

결론은 역시 '적당한' 수준의 돈이 시중에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시중에 있는 돈의 양을 측정하여 돈이 너무 적지 않은지, 또는 반대로 돈이 넘쳐나고 있는지는 않은지를 판단하여 그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시중에 있는 돈의 양, 즉 통화량을 어떻게 측정할까요? 이것은 수많은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은행에게도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닙니다. 아니, 한국은행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에게도 마찬가지 과제입니다. 하여간 한국은행은 시중에 있는 돈의 양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통화지표라는 것을 만들어놓았습니다.

어떤 것이 돈인가?

여기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시중에 있는 돈의 양을 측정하면 되는데, 과연 무엇이 돈이냐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일까요? 여러분이 갖고 있는 종이돈과 동전이 돈이지, 무슨 다른 돈이 또 있을까요?

경제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위에서도 계속 강조했듯이 돈은 거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도입된 수단이라고 했습니다. 돈이 하고 있는 이러한 역할을 교환의 매개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면 우리 일상 생활에서 교환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지폐와 주화는 당연히 돈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돈의 다가 아닙니다. 은행에 있는 보통예금을 생각해봅시다. 우리들은 필요한 경우 은행 예금을 아무 때나 찾아서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고 거래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비록 현금이 아니지만 은행의 보통예금 잔액은 언제라도 현금으로 전환되어 돈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은행에 있는 보통예금의 잔액도 돈이라고 통계에 포함시킵니다.

각종 예금도 현금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돈으로 간주

이런 식으로 생각해본다면 은행의 보통예금뿐 아니라 투자신탁회사나 상호저축은행에 맡겨놓은 예금도 마찬가지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돈으로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있는 여러 가지 금융상품 가운데 이처럼 교환의 매개체 역할을 비교적 원활하게 수행하는 금융상품은 모두 돈의 일부로 포함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금융기관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으며 또 금융제도가 변하면 금융상품의 성격도 조금씩 변하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마다 한국은행은 그것이 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한국은행은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하여 통화지표를 한 가지만으로 고집하는 대신에 다양한 통화지표를 개발·작성하고 있습니다.

히트 영화 후속편 같은 통화지표 M1, M2, M3, ...

현재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통화지표 이름은 M1, M2, M3입니다. 이런 식으로 보다 많은 금융상품을 포함할 때마다 돈을 뜻하는 M 뒤에 붙는 숫자가 높아지는 시리즈 형태로 통화지표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일인당 52만원씩 보유하고 있는 현금

이처럼 경제학에서는 현금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예금액까지 포함해서 돈이라고 하는데, 일반인들이 돈이라고 생각하는 현금의 비중은 그 가운데 새 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물론 민간 보유하고 있는 현금 20조원도 결코 작은 돈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가 3,830만 명이므로 15세 이상 인구 한 명이 평균 52만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러분은 지갑이나 집의 서랍에 현금 52만원을 보유하고 있나요? 그런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현금은 누구의 손에, 그리고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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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