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22:01

돈이 있어도 직접 빌려주기 어려워

왕선택 학생의 어머니는 적금이 만기가 되어 상당한 양의 돈을 갖고 계십니다. 그렇지만 어디 당장 쓸 곳이 없어 이 돈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고 계십니다.

문득 몇 년 전의 일이 떠오릅니다. 왕선택 학생의 외할머니께서 갑자기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돈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어디에서 돈을 꿔야 할지, 또 누가 돈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어 하마터면 큰 일을 치를 뻔했었습니다.

이처럼 여유 자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싶지만, 누가 돈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또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어도 좋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신용 상태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생해서 모은 돈을 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방에게 빌려주었다가 원금을 돌려 받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큰 일입니다.

따라서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이 직접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위험하기도 할 뿐 아니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한 마디로 비효율적 행위입니다.

자금을 중개해주는 곳, 금융기관

금융기관은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여유 자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에게 빌려 줄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고, 금융기관을 찾으면 됩니다. 금융기관은 이런 사람들의 돈을 조금씩 조금씩 모아둡니다.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닐 필요 없이 금융기관을 방문합니다. 그곳에는 돈이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기관은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신청을 받아 신용 상태를 심사한 후 돈을 빌려줍니다. 금융기관은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하므로 우리들보다 실수를 할 확률이 훨씬 적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직접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월등히 안전합니다.

결국 금융기관은 자금 수요자자금 공급자를 연결시켜주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금리는 돈을 빌린 데에 대한 대가

돈을 빌린 사람은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에 원금 외에 이자(interest)까지 갚아야 합니다. 이 때 이자금액을 원금으로 나눈 비율을 이자율(interest rate) 또는 금리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예금한 사람이 받는 이자는 무엇인가요? 금융기관이 자금 수요자에게 대출해주는 자금은 원래 금융기관의 돈이 아니라 예금자들이 금융기관에게 맡긴 돈입니다. 금융기관이 예금자들에게서 돈을 빌린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가인 이자를 주는 것이 바로 예금이자 입니다.

금리는 자금의 가격

금리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왜 금리가 수시로 달라질까요? 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딱 "이거다" 하고 말하기는 약간 곤란합니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기본 원리만 알고 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금리는 '자금의 가격'이라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으면 됩니다. 금리는 자금의 가격!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은 무엇에 의해 결정되나요?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같은 이치입니다. 금리는 자금의 가격이므로, 금리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자금 공급이 풍부해지면 금리 하락

다른 여건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자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금리는 어떻게 될까요? 그렇습니다. 당연히 상승합니다. 반대로 자금 수요가 감소하면 금리가 하락합니다.

이번에는 공급 요인을 생각해 봅시다. 수요는 변하지 않았는데, 시중에 여유 자금이 많아져서 자금 공급이 증가하면, 즉 자금 사정이 좋아지면 금리는 하락합니다. 이와 반대로 자금 공급이 감소하여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 금리는 상승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증감함에 따라 그 가격인 금리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합니다. 물건 가격의 변동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게 될 것입니다.

금리와 가계의 저축, 소비, 대출

금리는 경제 주체나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며, 모든 경제 주체들이 관심을 많이 갖습니다.

먼저 금리가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봅시다. 금리가 오르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길 경우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계는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입니다. 또 주택 구입 등을 위해서 자금을 대출 받으려는 가계의 입장에서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대출을 꺼립니다.

금리와 기업

금리 하면 바로 떠오르는 곳이 기업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투자를 실행하기 위해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습니다. 이 때 금리에 따라 대출 여부나 대출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에 기업은 금리 동향에 민감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대출 비용이 증가한 것이므로 특별한 여건이 아니라면 기업은 투자를 망설이게 됩니다.

또 금리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원가의 한 구성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제품의 원가에 상승 압력이 발생하므로 가격을 인상하려 하거나 이윤의 축소를 받아들입니다.

금리와 물가

금리는 물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금리 인상은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제품 가격 인상 요인이 되고 물가를 압박하게 됩니다. 이 영향만을 놓고 본다면 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을 초래합니다.

그런데 다른 영향도 있습니다. 금리가 상승하면 저축이 증가하고 소비가 감소하므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하여 물가를 안정시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금리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상반된 두 개의 영향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큰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한 마디로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금리와 국내 자금 흐름

금리는 국내 자금의 흐름도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는 여유 자금이 있다고 합시다. 이들 자금의 소유자들은 수익률이 높은 투자 대상을 찾아서 자금을 수시로 옮기기 마련입니다.

자금의 투자 대상으로 은행 예금, 주식, 부동산이 있다고 합시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이나 부동산에 있던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이동합니다. 이와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은행에 있던 예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서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합니다. 그 결과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오릅니다. 이처럼 투자자들은 어느 한 곳의 수익률이 높아진다고 예상하면 다른 곳에서 자금을 빼서 그 곳으로 이동시킵니다. 이것을 보고 돈은 수익률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고 표현합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반대입니다.

금리와 국제 자금 흐름

이와 같은 돈의 흐름은 국가 사이에서도 발견됩니다. 자본시장 자유화로 인해서 오늘날의 세계 경제에서는 국제 자금이 금리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의 금리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금리가 오르면 외국의 자금이 고금리를 쫓아 우리나라로 유입됩니다.

국가 사이의 금리 차이가 존재

그렇다면 국가 사이에 왜 금리의 차가 존재할까요? 금리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했으므로 각 나라의 금리 차이는 그 나라에서의 자금 사정의 차이를 반영합니다. 각 나라에서의 자금 사정의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요인을 생각해 봅시다.

투자 수익률이 높으면 자금 수요가 많아져

첫째, 기업의 활동입니다. 기업은 빌린 자금으로 투자를 했을 때 예상하는 수익률이 금리보다 높다는 판단이 설 경우에 자금을 빌립니다. 만약 투자 수익률이 금리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투자를 포기합니다.

그런데 기업의 투자 수익률은 그 나라의 경제 여건에 의해서 영향을 받습니다. 경제 성장률이 높거나 경기가 호황인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투자 수익률도 높습니다. 그러면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하려 하고 당연히 자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금리도 높아집니다.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당장 소비를 많이 하고 저축을 덜 해

둘째, 가계의 선호입니다. 어떤 사람은 미래를 대비하여 현재의 소비를 줄이는 고통을 기꺼이 참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은 미래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지금 소비하는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이처럼 사람마다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가지는 가치가 다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시간 선호(time preference)라는 용어를 가지고 설명합니다. 먼 미래보다는 현재나 가까운 미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여 소비를 많이 하고 저축을 적게 하는 사람을 시간 선호가 높다고 표현합니다. 이와 달리 미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여 저축을 많이 하는 사람을 시간 선호가 낮다고 표현합니다.

따라서 시간 선호가 높은 국민들이 많은 나라일수록 소비를 많이 하고 저축을 적게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금 공급이 풍부하지 못하고 금리가 높아집니다.

국가간 자금 이동이 완전히 자유롭다면 금리 차이는 사라져

만약 국가 사이에 자금이 완전히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면 국가 사이의 금리 차이는 사라질 것입니다. 금리가 낮은 나라의 자금이 금리가 높은 나라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며, 금리가 높은 나라에서는 자금이 유입되었기 때문에 금리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두 나라의 금리가 같아질 때 더 이상 자금은 이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국가 사이에 금리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자금 이동이 완전하게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환율이 변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불확실한 요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다음 주제: 금리 올려! 금리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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