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22:02

금리를 이용해 경제를 조절하는 통화정책

금리도 가격이기는 하지만 보통의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과는 달리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이전 강의 #51에서 강조했습니다. 이런 점을 잘 이용하면 각국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통해서 경제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이런 믿음을 가지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통하여 경제를 조절하려는 노력을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경기가 침체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시킵니다. 금리가 인하되면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경기가 과열 상태라고 한다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시켜 경기를 진정시키려 합니다.

한국은행은 콜금리에 관심

우리나라에 있는 금리의 종류만 수백 개도 더 됩니다. 예금금리 가운데에서도 보통예금 금리, 정기예금금리, 적금금리가 다 다르고 대출금리도 대출 조건이나 신용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여기에 각종 채권에 적용되는 금리들도 이루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러면 한국은행은 이들 금리 모두를 일일이 조절할까요? 아니면 이 많은 금리 가운데 어떤 금리를 조절할까요?

한국은행이 관심을 갖고 있는 핵심 금리는 콜(call)금리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콜이란 무엇일까요?

금융기관도 자금이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이 때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는데 이와 같은 금융기관 사이의 거래를 콜 거래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거래에서 적용되는 금리가 바로 콜금리입니다.

나머지 금리는 콜금리 변화에 연동

이제 한국은행이 경기 회복을 위하여 콜금리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합시다. 금리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도록 허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한국은행이 금융기관들에게 명령을 해서 "콜금리를 내려라!" 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한국은행은 시중에 자금을 공급함으로써(즉, 시중에 있는 채권을 사들임으로써) 시장에서 콜금리가 원하는 수준까지 내려가도록 유도합니다. 콜금리를 인상할 때에는 시중에 있는 자금을 일부 회수합니다.

그러면 나머지 금리들은 콜금리의 움직임에 연동해서 오르거나 내리거나 하는 것입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

지금까지 한국은행이 콜금리에 대한 정책을 결정한다고 말했는데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은행 안에 있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임기 4년인 금융통화위원 7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매월 두 차례(둘째 주 및 넷째 주 목요일) 정기 회의를 가지며 이 가운데 둘째 주 목요일에 그 달의 콜금리를 결정합니다.

명목 금리와 실질 금리

지금부터는 금리와 관련된 몇 가지 용어를 알아봅시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금리를 명목 금리 또는 명목 이자율이라고 하고 물가 상승을 고려한 금리를 실질 금리라고 한 바 있습니다. 즉, 다음의 관계가 성립합니다.

실질 금리 = 명목 금리 - 물가상승률

금융기관이 우리에게 제시하고 설명해주는 금리는 명목 금리입니다. 그렇지만 물가가 오르면 일 년이 지난 후에 우리가 받는 이자의 실질 구매력은 떨어집니다. 이런 것을 감안한 것이 실질 금리입니다.

금리가 마이너스라고?

왕선택 학생이 명목 금리가 4%인 정기예금에 100만 원을 예금했는데 물가가 5% 올랐다면 실질 금리는 -1%가 됩니다. 비록 왕선택 학생은 4만 원의 이자를 받았지만 물가가 5만 원어치나 올랐기 때문에 1년 후에 소비할 수 있는 양이 오히려 줄어듭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예금의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금리와 수익률

금리와 비슷한 개념으로 수익률이 있습니다. 수익률이라는 말은 채권과 관련해서 많이 쓰입니다. 왕선택 학생의 어머니께서 채권을 90만 원에 구입하고 1년 후에 이자 10만 원과 원금 90만 원을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합시다. 어머니는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10만 원의 이자, 즉 수익을 얻게 됩니다. 이 때 수익률은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

10만 원/90만 원 = 11.1%

다시 이야기하면 수익률은 투자한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모든 수익을 그 채권의 구입 가격으로 나누어 구한 이자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 채권수익률은 11.1%가 됩니다.

단리와 복리

이자를 계산하는 방법에 따라 단리복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단리를 생각해 봅시다. 단리는 원금에 대해서만 이자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왕선택 학생이 100만 원을 연 10%의 금리로 은행에 2년 동안 예금한다고 합시다. 이 경우에 단리로 계산하면 왕선택 학생은 20만 원의 이자를 받게 되므로 2년 후에 손에 쥐는 돈은 모두 120만 원이 됩니다.

이와 달리 복리는 원금뿐 아니라 이자에 대해서도 이자를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왕선택 학생이 동일한 금액을 2년 동안 예금한다고 합시다. 왕선택 학생의 통장에는 1년 후에 원금 100만 원에 이자 10만 원이 더해져서 110만 원이 기록됩니다.

이제 또 다시 1년이 지나면 110만원이 원금인 것으로 간주하여 여기에 다시 10%의 금리가 적용되는 것이 복리 계산법입니다. 110만원에 대한 이자는 '110만 원 × 0.1 = 11만 원'이므로 왕선택 학생은 2년 후에 모두 121만 원을 손에 쥐게 됩니다.

금리가 높을수록, 예금 기간이 길수록 복리의 위력은 대단해

이 예만을 놓고 보면 단리와 복리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아 보입니다. 겨우 1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예금하는 돈이 몇 억 원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니면 미래를 대비해서 예금을 수십 년 동안 꾸준히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단리와 복리의 차이는 갈수록 커집니다. 예를 들어 지금 10만원을 10%의 복리 이자율로 예금하고 그대로 놓아둔다면 이 돈이 50년 후에 얼마가 될까요? 한 푼도 예금을 추가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다는 뜻입니다. 100만 원? 200만 원?

정답은 1174만원입니다. 원금은 증가하지 않았지만 이자가 이자를 낳아 10만원이 무려 117배로 불어납니다. 따라서 우리가 예금하는 상품이 단리인지 복리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1원이 미래의 1원보다 가치가 커

이번에는 현재가치를 알아봅시다. 여러분은 지금의 100만 원과 1년 후의 100만 원 가운데 어느 것을 더 원합니까? 아마 모든 사람이 지금의 100만 원을 원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100만 원을 은행에 예금하면 1년 후에는 5%의 이자가 붙어 105만 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현재의 1원이 미래의 1원에 비해서 가치가 더 큽니다.

이번에는 1년 후의 105만 원은 현재의 얼마에 해당되는가, 즉 현재가치(present value)가 얼마인지를 알아봅시다. 미래의 금액을 현재가치로 바꾸려면 미래 금액을 '1+금리'로 나누면 됩니다. 이 경우에는 금리가 5%이므로 105만 원/(1+0.05)=100만 원이 현재가치입니다. 요약하면 현재의 100만 원은 1년 후의 105만 원과 가치가 같으며, 1년 후의 105만 원의 현재가치는 100만 원입니다.

조삼모사

현재가치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유명한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중국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狙)란 원숭이를 뜻합니다. 저공은 많은 원숭이를 기르고 있었는데 원숭이를 워낙 많이 기르다 보니 먹이를 구하는 일이 날로 어려워졌고 저공은 원숭이에게 나누어 줄 먹이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먹이를 줄이면 원숭이들이 자기를 싫어할 것 같아 그는 원숭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했습니다.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앞으로는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朝三暮四)'씩 줄 생각인데 어떠냐?"

이 제안을 들은 원숭이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 저공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朝四暮三)씩 주마." 그러자 원숭이들은 모두 기뻐했습니다.

아침의 4개를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

이것은 열자(列子)라는 사람이 쓴 『황제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두 경우에 모두 도토리 7개로 같은데 '지금'에 4개를 제안함으로써 상대방을 속이는 잔꾀나 또 이에 속는 어리석음을 열자라는 사람이 지적한 것입니다. 그래서 조삼모사는 '당장 눈앞의 차이만을 알고 그 결과가 같음을 모르는 상태'를 비유하거나, '간사한 잔꾀로 남을 속여 희롱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열자의 지적대로 '아침의 3개, 저녁의 4개'와 '아침의 4개, 저녁의 3개'가 같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히 조삼모사와 조사모삼은 같지 않습니다. 현재가치를 고려할 때 '아침의 3개'보다는 '아침의 4개'가 더 큰 가치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침의 4개, 저녁의 3개'를 선택한 원숭이들은 현명했으며, 현재가치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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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