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22:06

위대한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과 강추 영화 모던 타임즈

영화배우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을 알고 있나요? 원래 이름은 찰스(Charles) 채플린이지만 우리에게는 찰리 채플린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진 20세기 전반의 세계 최고의 영화배우 가운데 한 명입니다.

그가 주연하고 만든 영화 가운데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1936)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20세기를 빛낸 최고의 영화 가운데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유명합니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꼭 한번 보기를 권합니다. 강추!

기계의 일부에 불과한 근로자

물론 지금 영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경제 이야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모던 타임즈는 무성영화이자 흑백영화이지만 돌비 시스템으로 우리의 귀를 쩡쩡하게 자극하는 오늘날의 많은 영화들보다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하고 있으며, 화려한 천연색(technicolor) 영화보다 더 풍부한 감성과 색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공장의 근로자 역할을 맡은 그는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서 쉼 없이 밀려오는 물건들의 나사를 조이는 단순한 작업을 끝없이 반복합니다. 제목이 시사하고 있듯이 현대의 인간은 거대한 생산설비의 일부가 되고 만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 일을 얼마나 많이 반복했으면 심지어 쉬는 시간에도 나사를 조이는 동작을 멈추지 못하고 반복하는데, 이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씁쓸한 웃음이라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만듭니다.

포드, 컨베이어 벨트, 자동화

찰리 채플린을 이처럼 비극적으로 만든 컨베이어 벨트 또는 무빙 라인(moving line)은 언제 이 세상에 도입되었을까요? 컨베이어 벨트는 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컨베이어 벨트를 생산 공정에 최초로 도입한 사람은 포드 자동차 회사의 창업자인 헨리 포드(Henry Ford)입니다. 미국을 오늘날 자동차의 나라로 만들고 본인은 '자동차 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장본인입니다. 우리가 요새 자주 사용하고 있는 자동화(automation)라는 말도 포드 자동차 회사가 처음 사용하였습니다. 포드와 컨베이어 벨트와 자동차! 이는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상류계급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

오늘날 자동차가 없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끔찍할까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며칠이 걸릴까요? 아니 자동차 없이 집에서 학교나 학원에 매일 가려면 얼마나 힘들까요?

이처럼 자동차는 우리들의 삶을 편하게 해주었고 세계 경제 발전에 이루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여했지만 자동차 도입 초기에는 일부 부자들의 사치품에 불과했습니다. 마차가 대중화되자 상류계층 사람들은 대중이 이용할 수 없는 다른 수단으로서 자동차에 의존하게 되었고, 당시 보통사람들은 자동차 갖는 일을 꿈도 꿀 수 없었다고 합니다.

분업에 다시 주목

포드는 자동차를 널리 보급해 많이 팔기 위해서는 대중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으며, 이를 위해서는 대량생산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그는 두 가지를 선택했습니다.

첫째가 분업입니다. 물론 분업은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아담 스미스가 그보다 140년 전에 『국부론』이라는 유명한 책에서 이미 상세하게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포드는 아담 스미스의 주장처럼 근로자에게 한 가지 작업만 반복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근로자는 걷지 마!

둘째는 컨베이어 벨트라 불리는 조립생산 라인(assembly line)의 도입입니다. 이는 1913년의 일이었습니다. 포드는 근로자가 자동차로 다가가서 일하는 대신에 자동차를 근로자에게 가져오는 생산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그가 생각했던 "근로자는 1초 이상 걷지 않는다" 그리고 "결코 몸을 구부리지 않는다"는 두 가지 원칙을 충족시키는 순간입니다.

분업과 대량생산 방식을 결합한 결과 포드 자동차의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모델 T' 라고 불리는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630분에서 93분으로 단축시켜 7배 가까운 생산성 증가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자동차가 대중화되어

대량생산은 공급의 증가를 의미하며, 이는 가격 하락을 의미합니다. 한 대 가격이 825달러였던 모델 T는 대량생산 이후 290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이에 힘입어 세계 자동차 생산량의 50%를 모델 T가 차지했고, 1927년에 단종될 때까지 1,500만 대나 팔렸다고 합니다. 이 기록은 1970년대에 독일의 국민차 폭스바겐의 '비틀'에 의해서 깨지기까지 최대 생산량으로 유지되었습니다.

자동차 가격이 하락하자 자동차가 더 이상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었습니다. 보통 사람들도 자동차를 살 수 있게 되었고 자동차의 대량소비 시대가 열렸습니다. 미국에서는 5명에 한 대 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포드의 기대가 실현된 것입니다.

주택과 도로 건설이 활발해져

자동차의 보급은 인류에게 커다란 변혁을 초래했습니다. 주거 환경이 열악하지만 직장과 가깝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심에서 거주했던 근로자들이 자동차를 보유하면서 더 이상 도심에 거주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교외로 이사가면서 도시가 확대되고 신도시 개발이 촉진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주택 건설이 활발해졌고 도심과 교외를 연결하는 도로 건설도 속속 이루어졌습니다.

끝없는 변화를 시도한 포드

포드의 역할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항상 똑같은 방식이 유지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 때문에 훌륭한 기업들이 명성을 잃는다"라고 말하거나 "인생은 한 곳에 안정되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여행이다"라고 말하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도입했습니다.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가 시도한 또 다른 변화는 임금의 인상이었습니다. 다른 기업들이 지급하는 일당의 2배 수준으로 포드 자동차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그를 보고 "미쳤다"고 비웃었지만, 그는 "근로자들이 자동차를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주어야 결국 내 자동차가 많이 팔린다"는 믿음을 가졌고 "근로자가 시간과 정력을 바쳐 일하기를 원한다면 돈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임금을 주어야 한다"는 신조를 밀어붙였습니다.

고임금은 높은 생산성을 유도

포드는 자신의 믿음을 실천했고 실제로 임금 지급 이상의 수입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임금을 많이 주어야 근로자들이 일을 잘 그리고 열심히 하여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포드의 생각은 현대 경제학에서도 효율 임금 이론(efficiency wage theory)이라는 이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라는 기업이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들보다 많은 임금을 준다고 합시다. 능력 있는 근로자일수록 A 기업에 입사하기를 원할 것입니다. 또 A 기업에 입사한 근로자는 그 기업에 남아있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결국 A 기업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다른 기업들의 생산성보다 높아집니다. 그 결과 A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집니다. 흔히 하는 말로 윈-윈(win-win) 전략입니다.

주5일 근로

또 포드는 1926년에 주5일 근무제를 시작함으로써 또 하나의 새로운 혁명을 도입했습니다. 사람들이 여가 시간을 많이 갖게 되면 토요일에 놀러 가거나 쇼핑을 다니거나 외식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를 더 많이 원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1927년에 그의 자동차는 더욱 날개돋친 듯 팔렸습니다.

기계가 핵심, 근로자는 보조

이번에는 자동화의 그늘 측면을 봅시다. 조립라인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을 오늘날 포드주의 또는 포디즘(Fordism)이라고 부릅니다. 포드주의의 기본 목표는 대량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생산비용을 절약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의 숙련도는 핵심이 아닙니다. 엄청난 고가 장비들이 핵심이며, 근로자들은 이 핵심 장비가 원활하게 가동되도록 지원하는 보조적인 존재로 전락하였습니다. 수많은 근로자들이 컨베이어 벨트의 일부로서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기계적 존재가 된 것입니다.

배워야 할 기업가정신

지금까지 보았듯이 포드가 현대 경제에 기여한 엄청난 변화 가운데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며 부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또 그는 노동조합을 싫어하고 인종차별 활동을 했다는 부정적 이미지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역할을 모두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부정적인 영향들은 그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에 의해서 또는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 나타났을 것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보다 한 발 앞서서 실행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그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철저한 기업가정신과 근면함입니다. 또 꿈을 꾸고 꿈을 이루기 위해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몸으로 실천한 지도자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꿈을 꾸고 있나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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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