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22:09

지난 강의 #57에서 경기를 진단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징후나 바로미터를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처 언급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이번 강의에서도 경기를 진단할 수 있는 체감 지표들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자주 인용되는 지표들이라 우리의 경우와 관계가 다소 떨어지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으며 보통 사람들의 경기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표들입니다.

뉴욕 타임즈에 실린 경기 관련 징후

먼저 뉴욕 타임즈가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들의 말을 인용하여 제시한 여섯 가지 징후들입니다.

1. 폴 크루그먼 MIT 대학교 교수

폴 크루그먼 교수는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서 경기를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텔레비전 광고가 진지해지면 호황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징조라는 것입니다.

경기 호황기에는 흥청망청 소비를 유도하는 자극적 내용이 텔레비전 광고의 주종을 이룹니다. 소득이 늘어나 주머니가 두둑해진 소비자가 언제나 지갑을 열 태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지면 자극적인 내용의 광고나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가 먹혀들지 않습니다. 대신 논리적으로 소비자들을 설득하려 하며, 그 결과 내용이 차분해지고 진지해집니다. 이처럼 광고가 경제 현실을 잘 반영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2. 로렌스 쿠드로 CNBC 경제해설가

불황기가 되면 집수리 예약이 쉬워진다고 쿠드로는 말했습니다. 경기가 좋아져 수입이 늘면 중산층은 가구를 구입하고 집을 꾸미는데 많은 돈을 지출합니다. 그러므로 호황기에는 집수리를 하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지면 중산층은 불요불급한 집수리를 자제하고 관련 지출을 줄입니다. 따라서 집수리를 부탁했을 때 관련 업자로부터 며칠 안으로 가능하다는 응답이 있으면 경기가 나쁘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집수리할 때 이와 매우 유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3.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 대학교 교수

맥도널드 구인 공고가 감소하면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징후라고 고든 교수는 말했습니다. 미국인의 소비 척도를 가장 빨리 알아볼 수 있는 곳이 맥도널드인데, 이곳의 채용 공고가 감소하면 실업자들이 많아져 쉽게 직원을 구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경기가 후퇴하고 있다는 징조라는 것입니다.

4. 로버트 프랭크 코넬 대학교 교수

프랭크 교수는 소비자들이 소형 자동차를 찾는 비중을 통해 불황을 가늠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대형 차종과 레저용 차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지만, 불황기에는 소비자가 기름 값이라도 절약해야 하기 때문에 연비가 높은 소형 승용차를 선호하게 되며 이에 따라 소형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한다는 겁니다.

5. 클레어 젬펠 로버트 베어드 투자회사 수석연구원

투자회사의 직원답게 그는 주식시장에서 징후를 찾았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내재가치를 꼼꼼히 따지면서 투자하지 않고 무작정 사고 보자는 투자 심리가 강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주식시장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꼼꼼히 살펴보고 따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6. 메레디스 백비 '미국 연례 경제보고서' 저자

백비는 스타벅스의 커피 맛과 경기를 연결시켰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강의 #57에서 언급했으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12개 피부경기지표

이번에는 세계 최대의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이 복잡하고 전문적인 통계나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도 일반인들이 경기 변동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지표라고 소개한 12가지 피부경기지표를 살펴보겠습니다.

1. 일요일자 신문의 두께

경기가 호황일 때는 기업의 광고비 지출이 늘어납니다. 이에 따라 일요일 신문의 두께가 두툼해집니다. 한 전문가는 신문 광고의 40%는 경기에 따라 신축적으로 조절되는 기업들의 가변성 홍보 예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경기가 꺾이는 조짐이 포착되면 기업이 광고 물량을 줄이기 때문에 신문 광고가 부쩍 줄어든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일요일에 신문이 발행되지 않지만 미국의 신문은 일요일자의 지면이 가장 많고 광고 간지도 가장 많습니다. 가판에서 신문을 구입할 때 일요일 신문의 가격이 평일 신문 가격보다 몇 배 비쌉니다.

2. 자동차 광고 문구

자동차 회사들은 호경기일 때 쾌적한 승차감과 같은 사치스럽고 귀족스러운 내용의 문구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져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는 판단이 서면 할인 판매나 낮은 금리의 할부금융 등을 강조하는 광고에 치중합니다.

3.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위상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우리나라 한국은행 총재에 해당되는 사람으로서 미국 중앙은행의 책임자입니다. 경기가 호황을 누리고 있으면 그는 만인의 우상이 됩니다. 그의 통화정책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지면 그의 인기도 그만큼 떨어지며, 그에 대한 불평과 비판이 많아집니다.

4. 화물열차의 행렬

화물열차의 차량 숫자가 경기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화물열차는 기업이 생산한 물건들을 싫어 운송하므로 철도 건널목을 지나가는 화물 열차의 차량수가 예전보다 많아졌다면 경기가 그만큼 좋아졌다는 의미이며, 반대로 차량수가 감소했다면 경기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비슷한 의미에서 구태여 화물열차의 차량 숫자를 세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는 길거리나 고속도로를 통행하는 화물트럭들의 숫자를 세는 게 현명할 것입니다.

5. 주택시장 매매 동향

주택 매매 실적을 통해서 경기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매물로 나온 주택이 웬만하면 당일로 곧바로 팔려나갑니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면 여간해서 팔리지 않습니다.

6. 달러화 위력

경기가 호경기일 때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미국에 유입되고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합니다. 반대로 경기가 불경기일 때는 투자자금이 미국에서 해외로 유출되고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합니다. 동시에 유로, 엔, 스위스 프랑화 등의 가치가 상승합니다.

7. 장단기 금리 역전

여러분은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 가운데 어느 금리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런데 경기가 나쁠 때는 장기 자금에 대한 수요가 둔화되어 장기 금리가 내려가고 오히려 단기 금리를 밑돌기도 합니다. 이처럼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금리 역전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8. 목수 등 잡역부 수요

경기가 나빠지면 집이 웬만큼 헐거나 부실해져도 수리를 잘 하지 않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목수나 집수리 관련 기술자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면 빨리 방문합니다.

9. 범죄율

실업률과 범죄율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있습니다. 즉, 실업률이 높아지면 범죄율도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실업률과 경기 역시 밀접하게 움직이므로 경기가 둔화되면 범죄율이 높아지고, 경기가 좋아지면 범죄율이 낮아집니다.

10. 신기술제품 소비

신기술을 지닌 첨단 제품에 대한 소비는 소비자들의 지갑이 두툼할 때 활발합니다. 경기가 좋지 않다면 굳이 신기술 제품을 구매하려 하지 않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제품을 계속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신기술 제품에 대한 수요는 경기에 매우 민감합니다.

11. 출산율

호경기 때는 소득이 많아져 금전적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많은 아이를 낳으려 하고, 출산율이 높아집니다.

12. 주식투자 비율

경기가 좋아지면 주가가 올라 사람들이 주식 투자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뿐만 아니라 소득도 많아지기 때문에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 여력도 많아집니다. 따라서 경기 호황일 때 가계의 주식투자 비율이 상승하고, 경기가 불황이면 주식투자 비율이 하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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