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22:09

인류 역사는 효율성 제고의 역사

희소한 자원을 잘 활용해서 더 많이 또는 더 좋은 것을 얻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경제학입니다. 한 마디로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경제학의 핵심 내용입니다.

기나긴 인류 역사를 놓고 볼 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끊이지 않았으며, 그 결실에 힘입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생활 수준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모든 물건을 손으로 옮기던 시대와 수십 톤의 물건을 기계로 옮기는 지금의 효율성은 비교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마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여행하던 중세에 비해서 지금은 대서양을 몇 시간만에 횡단하는 제트기를 타고 여행하는 시대입니다.

소득이 느는 만큼 행복해졌나?

이와 같은 효율성 제고 노력 덕분에 세계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하였습니다. 우리가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이유는 더 나은 삶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총생산이 증가하면서 우리가 소비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의 양이 풍부해졌고 품질도 개선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경제 성장에 비례해서 사람들의 행복지수도 높아졌을까요? 여기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1970년 이후 우리나라 국민의 일인당 소득은 60배나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감도 60배나 커졌을까요? 아닐 것입니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거 50년 동안 실질 소득이 2배로 증가했는데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오히려 줄었다고 합니다. 2003년에 이루어진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 Survey)는 비교적 가난한 나라인 나이지리아, 멕시코, 베네주엘라 사람들이 제일 행복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전 강의 #20에서도 보았듯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인 방글라데시 국민들의 행복 지수가 1위라는 조사 보고서도 있습니다. 2위는 아제르바이잔, 3위는 나이지리아 국민들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소득이 높은 영국이 32위, 프랑스가 37위, 독일이 42위, 일본이 44위, 미국이 46위를 기록했습니다. 소득과 행복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가 봅니다.

돈이 행복감을 높여준다는 연구도 있어

이러한 연구들과는 달리 부자 나라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1995년에 이루어진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위스와 덴마크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고 미국이 6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에 러시아와 불가리아 사람들의 만족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연구는 미국 사람들을 소득에 따라 상, 중, 하로 나눈 후 각 집단별로 행복하지 않다고 응답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구한 결과 소득이 상에 속하는 사람들의 경우 7%, 소득이 중에 속하는 사람들의 경우 13%, 소득이 하에 속하는 사람들의 경우 19%였습니다. 소득이 많을수록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들의 비율이 작았습니다.

소득과 행복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아

이와 같이 연구 결과가 다소 엇갈리는 것은 행복이라는 것이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고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그리고 언제 조사했는지에 따라 행복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옵니다.

그렇지만 소득 증가가 항상 행복감을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사람들이 그토록 열망하는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들 가운데 몇 년 뒤에도 로또 당첨으로 행복해졌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고 합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부부가 이혼하고 화목했던 가정이 깨진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해

이러한 현상을 행복의 역설(paradox of happiness)이라고 부릅니다. 왜 행복의 역설 현상이 발생할까요? 부자들은 왜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할까요? 몇 가지 설명이 가능합니다.

첫째,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과거를 잘 잊어버리고 새로운 생활 수준에 쉽게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소득이 많아져 생활 환경이 개선되면 처음에는 엄청나게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넓은 아파트와 큰 자동차에 만족하지만 이러한 만족감은 금세 사라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의 집이 다시 비좁게 느껴지고 큰 자동차에 대해서 덤덤해질 뿐입니다.

20년 전만 해도 더운 물에 샤워를 하는 것은 엄청난 사치였고 24시간 동안 더운 물이 나오는 아파트도 드물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 이런 아파트에 대해서 고마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옆집이 우리보다 잘 살면 배가 아파

둘째, 사람들이 자신의 소득을 다른 사람의 소득과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절대적인 소득 수준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되는 상대적인 소득 수준입니다. "배가 고픈 것은 참아도 배가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다같이 가난한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나보다 다른 사람이 잘 사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비교가 자신의 소득이 높아지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기보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주위에는 항상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과의 비교는 스스로를 학대하는 어리석은 행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서양 사람들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해

상대 소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에게 남들이 연봉 2만 5천 달러를 받는 상황에서 자신은 5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남들이 연봉 20만 달러를 받는 상황에서 자신은 1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것인지를 질문해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여러분도 짐작하듯이 대부분 학생들의 선택은 첫 번째, 즉 5만 달러의 연봉이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다른가요?

비교하지 말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자신보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항상 있기 마련입니다. 부자들과의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자신을 스스로 처량하게 만들고 불행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부모님이 여러분의 성적을 다른 친구나 형제의 성적과 비교하는 게 제일 싫죠?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소득이나 부모님의 소득을 다른 사람이나 이웃집 소득과 비교하면서 신세 한탄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람쥐 쳇바퀴론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뿐 아니라 심리학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흔히 다람쥐 쳇바퀴(hedonic treadmill) 이론으로 이 현상을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소득이 많아지면 행복감을 느끼지만 머지 않아 그 수준에 적응하여 더 이상 소득이나 성공이 행복을 주지 않기 때문에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이론입니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며 계속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모습에 비유한 용어입니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은 보통 일 년 이내에 원래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새 직장을 얻은 사람은 첫 출근 때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지만 일 년이 지나면 그 행복은 사라지고, 출근의 고통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통사고로 신체 장애가 된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이전의 행복 수준으로 복귀하여 정상 생활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

이처럼 우리 인생의 목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행복은 일정한 상태에 머무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즉 지속적인 행복의 증가를 추구하는 것은 헛된 일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행복이란 돈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경제 성장을 위하여 열심히 연구하고 있지만, 그래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결과 사람들이 항상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발견은 경제학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심각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소득이 느는 만큼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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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