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경제

한진수 2008. 5. 24. 22:12

쓰면 없어지는 천연자원

기업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여 소비자가 사용하고, 이를 통해서 경제가 성장하려면 주위에 있는 각종 자원을 사용하기 마련입니다. 조물주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생산에 필요한 생산요소 가운데 하나인 인적자원(노동, human resources)은 인간의 출생을 통해 계속 생겨납니다. 자본(capital)이라 불리는 물적자원(physical resources) 역시 기업의 투자를 통해 계속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천연자원(natural resources)에 있습니다. 천연자원은 지구상에 한정된 양만 존재하고 있으며 인간이 사용하면 대부분은 사라지고 재생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우리뿐 아니라 우리 후손들의 것이기도

세계 경제는 눈부신 속도로 성장·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천연자원의 소비량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인구가 많은 중국의 고성장으로 인해서 세계 천연자원 시장이 요동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다음 세대 또는 몇 세대 뒤에 우리 후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천연자원이 남아있을까요? 혹시 우리가 천연자원을 모두 소비해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이러한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조상들로부터 지구를 물려받았듯이, 이 지구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라 후손들의 것이기도 하니까요. 우리는 지구에 잠시 머물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후손의 성장까지 고려

우리의 성장이 천연자원의 고갈이나 과도한 환경 파괴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나온 개념이 지속 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 또는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입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발전)이란 미래 후손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재 우리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성장(발전)을 말합니다.

달리 표현한다면 미래의 경제 성장을 훼손하지 않도록 천연자원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현재의 경제 성장과 미래의 장기적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미래 후손들을 위해서 현재 우리들의 필요를 극도로 억제하고 제로(0) 성장을 유지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목표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들의 필요와 삶의 질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동시에 존중하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원 고갈이 문제

물론 천연자원 가운데에는 재생되는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무, 서식지, 토양, 물, 공기 등은 자연 속에서 계속 생산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연이 이들 천연자원을 재생하는 속도보다 인간이 소비하는 속도가 빠르다면 이 역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성장은 천연자원이 자연적으로 재생되는 정도까지만 사용하면서 성장을 하자는 취지입니다. 만약 이 속도를 위반하여 천연자원이 재생되는 속도보다 현재 우리들이 소비하는 속도가 빠르다면 자원은 고갈될 것이며 미래 후손들은 생존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아마존의 우림 파괴

이 문제와 관련해서 흔히 거론되는 예가 아마존 유역의 열대 우림의 파괴 문제입니다. 현재 세계 자원의 보고이며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의 우림이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나무를 생산할 필요도 있지만 이 지역을 보호할 필요도 있습니다.

두 목적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하지만, 브라질 경제의 어려움이 이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외채가 많으며 가난한 국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브라질의 입장에서는 우림의 파괴를 예방할 만한 능력이나 여력이 없어 보입니다.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최고 기업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은 기업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성장 일변도의 목표가 장기적으로 자원 고갈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반성으로부터 지속 가능한 성장 개념이 나온 것처럼, 기업이 단기적인 성과에만 매달려서는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반성으로부터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는 개념이 나왔습니다.

전통적으로 기업은 이윤을 최대로 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이러한 기업을 좋은 기업으로 인식했고 이와 같은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새로운 변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윤만 버는 기업이 최고 기업이라는 인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속 가능 경영에서도 이윤 추구가 핵심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물론 이윤이 중요합니다. 결국 주주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도 인식하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하는 것을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점만 강조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윤을 버는 일이고 주주들에게 좋은 성과를 가져다주는 것이 경제적 책임입니다. 환경에 대한 책임이나 사회에 대한 책임도 경제적 책임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즉, 지속 가능한 경영에 있어서도 핵심은 여전히 경제적 책임입니다.

이윤과 사회에 대한 책임의 조화가 필요

다만 경제적으로 이윤만을 추구하면서 환경에 대한 책임이나 사회에 대한 책임을 외면한 채 공장을 통해 오폐수나 공해물질을 몰래 배출한다거나 불공정거래를 일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기업은 단기적으로 이윤을 늘릴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지속성이 위험해지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는 잘 나가다가 인체에 해로운 재료로 음식을 만들거나 환경에 치명적인 물질을 배출하여 일시에 추락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된 기업들이 더러 있습니다. 모두 지속 가능 경영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미국:영국:한국 = 68:68:2

외국에서는 지속 가능 경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글로벌 스탠다드까지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또 스위스의 SAM이라는 회사와 미국의 다우존스(Dow Jones)사는 공동으로 다우존스 지속 가능성 지수(DJSI, 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라는 것을 작성하여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만 선정하여 만든 지수로서 1999년부터 작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수에 포함된다는 것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는 기업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지수에 포함된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과 영국입니다. 2006년 기준으로 각각 68개의 기업이 이 지수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이 일본으로 36개 기업이며, 프랑스가 18개 기업, 독일이 17개 기업 등입니다. 이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단 2개의 기업만이 이 지수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량 기업을 후손들에게 넘겨주어야

기업 경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닙니다. 마라톤보다도 더 길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거리를 달리는 경주입니다. 이에 비해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수명이 극히 짧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종종 눈앞의 단기 성과만을 추구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만듭니다. 전문경영인의 도덕적 해이는 이 현상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눈앞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미래의 장기 성장을 저해해서는 안 됩니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통해 우량 기업을 후손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진짜 현명한 기업가이자, 위대한 경영인입니다.

지속 가능한 가정 살림, 지속 가능한 나라 살림

지속 가능성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지속 가능한 경영에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살림, 지속 가능한 나라 살림도 요구됩니다.

눈앞의 만족과 쾌락만을 추구하다가 가게 빚을 자녀에게 남길 권리가 어른들에게 없습니다. 지금의 만족도 중요하지만 가정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나라 살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만족과 인기를 얻기 위해서 예산을 낭비하거나 선심성 정책만을 일삼는다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그 부담은 우리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우리나라의 살림에 대해서 지속 가능성을 측정한다면 과연 얼마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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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수와 함께 하는 경제이야기(http://plaza.ginue.ac.kr/~js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