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영어

上善若水 2008. 6. 30. 04:18

아이의 영어는 TV에게 맡겨봐. (실험후기 2편)

 

제가 실험하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아이 혼자서, 부모의 도움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영어TV의 도움만 받아서 영어를 배우게 할 것인가 ... 입니다. 이제 아들놈이 영어 TV를 보게된 것도 몇달 됩니다. 그동안 옆에서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관찰한 결과는 이렇습니다.

 

(1) 아이들은 영어 울렁증 전혀 없습니다.

 

어른들이라면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방송(스카이라이프 플레이하우스 디즈니 채널)을 계속 볼 수 없겠지만, 아이들은 잘 못 알아들어도 전혀 거부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만 4살짜리 아이들에게 세상은 잘 못알아듣는 말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영어방송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거부감을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단지 만화 캐릭터들의 움직임이나 소리 같은 것들이 아이의 지적 수준에 맞춰서 제작되어 있어서 그게 마냥 좋은 것 같습니다. 일단 방송을 계속 보게 하는 것 자체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아마 영어 울렁증이 생기는 것은, "배워야 하는 의무감"을 알게 되는 만 5세부터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만4세인 아이에게는 그냥 영어가 놀이일 뿐입니다.

 

(2) 플레이하우스 디즈니채널은 매우 교육적인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 전체가 아동들을 위해 맞춰져 있고, 폭력성이나 선정성은 전혀 없습니다. 계속 틀어놔도 아이에게 미치는 나쁜 영향이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3) 플레이하우스 디즈니는 좀 과하게 빠릅니다.

 

원어민 아이들을 위한 채널이라서, 아동용이라 해도, 가차없이 빠릅니다. 아이가 그 방송을 보고 말을 배울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무리이다...싶을 정도로 빠릅니다. 기껏해서 아이가 잡아내는 말들은 아주 초보적인 간단간단한 문구들입니다. "come on", "no problem", "help me"... 이런거 몇개 주워 듣고 내뱉어 낼 줄 안다고 해서 영어를 하는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제 관심사 밖입니다.

 

과연 아이가 영어라는 언어의 핵심적인 기본 구조를 습득하느냐...인데... 아직까지는 영어라는 언어의 핵심구조를 익히는 데는 전혀 감도 못잡고 있으며, 앞으로 이런 식으로 무한대의 시간을 줘도 그걸 습득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결론으로 더 가까워 지고 있습니다.

 

그 원인을, "빠른 속도"와 "많은 양"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아주 소량의 핵심 내용을 "흠뻑 체득"하는 단계가 필요한데, 플레이하우스 디즈니는 말도 빠르고, 진행도 빠르고, 양도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느낌이 듭니다. 영어의 아주 기초적인 핵심을 모르는 아이에게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양이 아주아주 적어도 상관없으니까 (3분 이내의 분량), 발음이 깨끗하고 내용이 아주 단순하게 나오는 것을 한/두개 녹화를 해 뒀다가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을 시도해 봄직합니다. 쉬운 내용으로 3분정도의 분량을 한 100번 정도 반복해서 보여줄 생각으로 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영어를 가르치겠다는 생각이 아주아주 많다면, 그렇게 하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해당 내용은 부모 중에 한 사람이 소화해서 아이와 그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시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죠. 같이 녹화해 둔 것을 보면서, 다양한 질문과 대답을 만들어서 해 볼 수도 있구요... 흠... 그러자면, 부모 영어 실력이 좀 필요하겠네요.

 

(4) 영어 TV만 계속 틀어 주기도 쉽지 않더라구요.

 

영어 TV로 영어가르치는 데 성공한 사람은, 영어 학원에 보내는 비용 대신 영어방송TV가 먹는 전기료를 낸다고 할 정도로 장시간 틀어준다고 했었는데... 제 아들놈의 생활 패턴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어서 TV 시간이 조절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영어TV방송을 보게 되는 시간이, 제가 원래 계획했던 시간에 비해서 1/5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부분은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빚는 부분입니다. 순수하게 "영어에 대한 노출"만으로 영어를 배워야 하는 입장에서, 노출량이 1/5로 줄어드는 것은 효과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가정환경을 생각해 보면, 1/5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영어TV를 보는 시간이 2~3시간 정도라고 하네요. 제 와이프가... (흠... 와이프는 영어가르치는 데 전혀 관심없기 때문에, 낮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낮에 와이프랑 같이 있는 시간이, 일반적인 가정환경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무방비 상태라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제가 옆에 있을 때는 알게모르게 제가 아이의 영어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내는 아이가 "영어TV보고 싶어"라고 얘기할 때만 틀어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있을 때는 무조건 영어 TV틀어 놓는데...

 

(5) 영어TV 틀어 놓는다고 거기에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영어TV 틀어 놨으니, 그걸 집중해서 봐 주기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이겠지만, 아이는 거기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순전히 자기 놀이에 더 열중합니다. 그러다가 가끔씩 자기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나오면 잠깐 집중하고, 그것도 3~5분을 채 넘기지 못합니다. 그래도 다른 놀이 하고 있어서, 제가 다른 채널로 바꾸면, 또 화내는 것으로 봐서 자기가 집중하지 않아도 자기가 원하는 채널이 배경으로 깔리는 것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내심 영어를 잘 배우기를 바라는 나는 가끔씩 영어TV로 흥미를 유도해 보지만, 별로 효과는 없습니다. 그냥 틀어져 있기만 하고, 다른 장난감 가지고 노는데 더 정신이 팔려서 도대체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때가 훨씬 자주 있지만... 배경잡음이 가끔씩(아주 가끔씩) 어떤 표현의 학습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배우는 것은 어른 들은 불가능합니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까... 이렇게 느린 템포로 습득하는 것은, 만 4살 미만의 "시간이 무한대로 주어지는" 어린 아이들에게만 가능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학교가랴, 숙제하랴... 할 일이 많아지잖아요.

 

(6) 틀리게 배우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누군가가 교정해 주는 사람도 없이 저 혼자, 순전히 "소리만 듣고", 그것도 "무지 빠른 원어민 소리"만 듣고 흉내를 내다 보니, 특정 어구를 배우려고 하는데, 끊어 읽기가 안되어서 앞단어 뒷부분과 뒷단어 앞부분을 묶어서 명확하게 들리는 영역만 하나의 단어처럼 익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완전히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는 격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교정해 주지 않으면 영원히 아버지는 가방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제대로 가르치자면, 누군가 아이옆에서 말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고 관심있게 교정을 해 주는 것이 필수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그렇게 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제 와이프는 완벽한 방관자이구요.) 고가 원어민 유치원에 보내면 아마 그게 되겠지만, 돈없는 서민들이 그럴 수는 없잖아요.

 

쌍둥이를 원어민 학원에 보내는 부자(?) 친구가 있습니다. 그친구 왈, 애들이 역시 원어민 학원에 보내니까 뭔가 달라도 다르다면서 하는 말이 ... "우리는 사과 하면, '애플'하지만, 자기 아이는 '어내뻘' 한다는 겁니다.'  말배우는 게 발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제 아들놈은 '아뽀' 또는 '아뽈' 이럽니다. 제 아들놈이 앞에 '언'을 붙일 수 있을까요? 아마도 별도로 배우지 않는 한 절대로 못 붙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아들놈은 얼마나 영어를 배웠을까요?

 

제 추정에 수백단어/표현 정도 익힌 것 같습니다. one, two, three 는 이미 지났고, eleven, seventeen, hundred 이런 숫자들도 입에서 튀어 나오는 것이 관찰됩니다. 아주 기초적인 단어들을 '단어'수준에서 익히고 있습니다. 아주 자주 나타나는 어구표현들도 그게 어구인지, 단어인지 구분하지 않은 채로 익힌 것 같습니다. 'Mom, I'm home' 과 같은 표현도 아이 입장에서는 'apple'과 같은 수준으로 통째로 습득하는 것 같습니다.

 

'수백단어나...?'라고 의아해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정도 될 것 같습니다. 제 아들놈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우리말 단어는 이미 수천개를 훌쩍 뛰어 넘은 수준이고, 에스페란토 표현도 대략 2천개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백개의 표현을 습득하는 것은 그리 큰 것은 아닙니다. 이대로 그냥 뒀을 때, 아이는 과연 제대로 영어를 배울 수 있을까...가 의심스러울 정도이니까요...

 

영어유치원에 보내 놓고 아이가 몇단어 영어로 내뱉는 것을 보고 눈물겹게 감동하는 부모들, 많이 봤습니다만... 나중에 그 아이들을 보면 전혀 아니올시다로 판명나곤 합니다. 부모가 알고 있는 영어단어 몇개 내뱉는다고 해서 아이가 영어 배우는 거 전혀 아니니까, 호들갑 떨지 말아달라고 하겠습니다. 그 정도는 아이가 부모를 위한 립서비스 하는 겁니다.

 

제대로 된 영어습득이라면, 아이가 "문장형"으로 의사를 표현해야 비로소 인정해 줄 수 있는 것이죠.

 

(흠... 그러고 보니 아들놈이 문장형으로 뭔가 질문을 표현하는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정도야 서당개한테서도 나올 수 있는거 아니겠어...?라고 흘려 듣기는 했습니다만... 제 기준은, 일관성있게 반복적으로 특정 표현을 정확한 콘텍스트에서 구사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그 표현을 익혔다고 인정해 줄 수 있다입니다. 그냥 콘텍스트와 무관하게 내뱉는 것은 잡음이죠.)

 

거참, 아들한테 가르치지도 않으면서 바라는 건 너무 많다구요?

 

제 기준이 좀 과하죠. 가르치기는 영어TV만으로 최저가로 가르치지만, 기대하기는 대다수의 부모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기대하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가르치는 데에 쓸데 없는 노력을 들이는 반면, 기대치는 너무 낮다는 것입니다. 강남에서 원어민유치원에 보내는 친구놈이 '어내뻘(an apple)'한다고 해서 감동할 정도면... 할말 다 했습니다. 돈을 쏟아 부었으면 기대치가 그보다는 훨씬 높아야죠... '문장형으로 표현'하기 전까지는 말을 배운 게 아닙니다. 제발좀, 아이들 영어학원에 보내 놓고 몇단어 '버터 발음'으로 한다고 해서 감동먹지 마세요. 단어 몇개 버터발음으로 하는 것은 그냥 아이들이 마지못해 하는 립서비스에 불과합니다. 그보다는 더 나아가야죠. 아무리 짧은 표현이라도 '문장형'으로 하는 것을 기대해야죠.

 

제 아들놈이 과연 영어를 잘 배울 수 있을까요?

 

글쎄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단어/표현수는 상당히 많이 아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토막토막 '단어/표현'을 배워 가다 보면, 결국 '말'을 배우겠죠...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어 나열이 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들놈은 이제 한글을 막 배우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2~3학년 정도 되면(4~5년후) 스스로 책을 읽고 자가 습득할 수 을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순수한 토막표현만 그때까지 습득하면서 전혀 문장형으로 진도가 안나가더라도, 그때쯤 되면, 스스로 책보면서 말하는 법(문법)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문장형으로 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더라도, 전혀 조급한 마음이 없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대학원때까지 "진짜로 진짜로 영어를 잘하고 싶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정말정말 많이/심하게 많이 공부도 해 봤구요... 하지만 적절한 환경(영어TV, 비디오)이 없어서 영어를 제대로 배우는데 실패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같은 세상에 과거에 제가 원했던 그런 절실함을 가진다면,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배우는 것은 거의 "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걱정이 안됩니다.

 

어쨌든, 아들놈이 저보다 영어를 못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영어 잘하는 부모를 만났거나, 고가의 영어학원 때문은 절대 아닙니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기만 하면, 혼자서도 너무나도 쉽고 다양하게 방법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놈이 저 스스로 하기 나름이란 뜻입니다.

 

--上善若水, 200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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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저도 영어 만화영화로 시도해볼라고 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계속적으로 발달기 올려주세요. 수고하세요
    해 보세요. 꽤 효과가 있을 겁니다. 다만... 아이들은 느리고 또렷하고 쉬운 것을 먼저 익힐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보내주신 마지를 두번인가 보더니 시간에 따른 인사법을 확실히 기억해내더군요
    좀 시시하긴한데 ㅋㅋ 재미는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그전엔 뭐가 뭔지 헷갈리더니..
    조금씩 천천히 그러다보면 아이가 하고싶어할때가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