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참여

上善若水 2016. 3. 29. 22:43

초딩 6학년 학부모로서 좌절을 느낀다.


와이프가 인근 다른 동네로 내년에 이사갈 거라며, 전세계약을 했다고 통보해왔다. 밝고 환하고 전망좋고 쾌적한 우리 집을 놔두고, 교통도 불편하고 좁은 집으로 전세를 내고 가겠단다. 중학교 학군이 이유다. 학군상 허용되는 중학교가 하나 밖에 없는데, 해당 중학교가 평판이 나쁘다고...


3학년때부터 아들놈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이사 가서, 6학년인 지금은 1/4 정도 학생수가 줄었고, 학급 수도 더 줄어 있는 상태다. 6학년 말이 되면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 평판 나쁜 중학교에 가야 할 판이라면서, 아내가 이사를 단행하겠단다.


경제적 여건이 좋은 1/4 정도의 가정이 빠져 나갔으니, 상대적으로 열악하거나 '학교 교육에 관심없는 부모의 아이들'만 해당 학교에 간다는 것이 와이프의 이유다. 그런 학교에 우리 애를 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회사 생활만 하는 나는 잘 몰랐는데, 사실 이 동네의 널리 퍼진 공감대 같은 게 있었나 보다.


살기에는 천하없이 좋은 이 동네를 중학교 학군이 나쁘다는 이유로 이사 나간다는 게 황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화가나기도 한다.

중학교만 볼 게 아니라, 그에 따른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생각하면, 지금 움직이는 게 맞단다.


대관절 어찌 된 건가? 나름 좌파스러운 와이프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고 저런 행동을 했을 때는, 사회가 진짜로 미처 돌아가는 것이다.


사실 바꿔 생각해보면, 그 1/4의 '이기적인 도망자'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그들 모두 평판이 나쁘다는 그 중학교로 가게 될 것이고, 그 중학교는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욕심이 많은 이기적인 학부모들' 등쌀에 못이겨, 당연히 좋아지게 되지 않았을까? 평판이 나쁘다는 그 중학교 탓이 아니고, 실은 '이기적인 도망자'들 탓이 더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경제적 득실을 따져도, 이사가는 것이 눌러 앉는 것에 비해서 결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용을 훨씬 줄여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왜 돈을 써 가면서 그래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우리 아파트에서 이사 나가 강남으로 가서, 결국 서울대 보내는 데까지 성공했다는 사람도 가까이에 있는데, 난 그게 뻘짓으로 보이지 성공 스토리로 보이지 않는다. 그 아이는 그냥 눌러 앉아 있었어도 서울대 가고야 말 아이였을 테니까...


이제 아들에게 뭐라고 가르쳐야 하나? 너 친구들은 열등한 그 똥통 중학교로 가게 될 것인데, 너는 부모 덕에 거기 가지 않게 되서 천만 다행인 줄 알아라...라고 말해야 하나? 이제 너희 친구들과 너는 다른 클래스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나중에 좋은 대학에 가게 되면, 그것도 부모덕인 줄 알아라고 말할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지가 잘나서 좋은 대학가야지, 못났으면 대학도 가면 안되는 것이고... 그런 것이지, 원.


이제 난 자신이 없다. 아들에게 이 다음에 커서 "모두에게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는 훌륭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평준화 개념을 완전히 갈아 엎은 특목고니 자사고니 하는 것들을 만들어 경제적 서열에 따라서 사회를 재구성 해 놔야만 속이 편한 놈들이 도대체 어떤 썩을 놈들이냐? 그런 썩을 놈들의 장단에 맞춰 나마저 휩쓸리다니...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게 이리 힘들어서야...


--上善若水, 2016-03-29.


이제 소위 똥통 학생과 부모들이 의기투합해 안똥통보다 더 나은 학교를 만들 수 밖에...
그래야 하는데... 아이의 교육을 대부분 엄마가 결정하니...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