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칠부능선 2022. 1. 13. 12:40

      지난 주에 친구 자임에게 받은 선물이다. 온열 양말과 함께. 

     

      500년 전에 살다간 성녀 데레사가 하느님을 만난, 그 환시와 신비 체험을 기록했다.

      읽으며 1년 전에 하늘 나라로 이사한 친구 미카엘라를 떠올렸다.

      수녀는 아니지만 수녀 같이 살 다 간 내 친구, 그에게도 이런 고뇌와 회의와 황홀이 오갔으리라.

      지금은 자비와 사랑의 나라에서 평안하리라 믿는다. 

      내가 올리는 기도는 그냥 감사, 감사만 하는 싱거운 기도다.  

     

     

     

    '19세에 가르멜 수도원에 입회하고 병고와 회의와 자기 질책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서서히 기도와 관상의 힘을 깨닫게 되었다. 교회로부터 기도 신학의 탁월한 권위자로 인정받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교회학자로 선포되었다. 또한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체험한 증거자이며 하느님을 만난 사랑의 신비가다. ... 우리 모두에게 기도 생활의 큰 귀감이자 훌륭한 스승이 된다. 성녀 데레사는 스페인 전역에 17개의 맨발 가르멜 수도원을 창립했다.'

     

     

    * 나는 매우 중대한 일들을 많이 겪으면서 경험을 통해 이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에게 조언할 자격이 있다면, 어떤 좋은 영감이 반복해서 떠오를 때 혹시 실패할까 봐 두려워서 그 좋은 영감을 실행에 옮기기를 포기하지 말라고 권하겠습니다. 그 일을 오로지 하느님만을 위해서 초연하게 해 나갈 때 실패할까 봐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40쪽) 

     

    * 우리가 아무 공로가 없는데도 이런 은총을 베푸시는 것입니다. 그러니 엄위하신 주님께 이 은총들에 대해서 감사합시다. 우리는 그런 은혜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 분을 사랑하려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확실한 것은, 만일 우리가 가난하다는 것을 늘 기억한다면 우리 자신이 더 부자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더욱 진보하며 더욱 진정한 겸손을 지니게 된다는 것입니다.  (101쪽)

     

    *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 안에서 덕과 좋은 자질을 발견하도록 노력하고, 우리 자신의 큰 죄들이 늘 눈앞을 가려서 다른 사람의 결점을 하나도 볼 수 없게 되도록 노력합시다. 이것을 당장 완벽하게 실천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런 노력은 우리가 한 가지 큰 덕을 지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즉, 우리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우리 자신보다 낫다고 여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하느님의 은총으로 우리는 진보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132쪽)

     

    * 내가 기억을 노예라고 말하는 이유는, 결국 기억은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다른 기능들을 자기에게 끌어당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다른 기능들은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기억이 자기들을 따라오게 만듭니다. 이따금 하느님께서는 기억이 다른 기능들과 함께 있고 싶어서 몹시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것을 보시고, 기억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니다. 그래서 엄위하신 주님께서는 다른 능력들을 불사른 거룩한 촛불 속에 기억도 타 버리도록 허락하십니다. 이 불 속에서 다른 기능들은 이미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처럼 큰 은총을 즐기면서 거의 초자연적 상태에 머물게 되는 것입니다. (176쪽)

     

    * 주님께서는 내가 쉼이 되는 것을 쉼이라 하고, 명예로운 것을 명예로 여기고, 즐거운 것을 즐거움이라 하고, 그와 반대되는 짓을 저지르지 않는 은총을 베푸시길 빕니다. 그래서 제가 모든 악마들을 멸시하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그들이 나를 두려워할 것입니다. (278쪽)

     

    * 저녁 기도 시간에, 어쩌면 하느님과 등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매우 슬퍼졌던 일이 생각납니다. 나는 하느님의 은총 안에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었고, 별로 그것을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죽고 싶었는데 그것은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확실하지 않은 생을 살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혹시라도 하느님을 거슬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잔혹한 죽음은 나에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고뇌에 짓눌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다시 행복해져서 눈물에 젖은 채, 이런 일을 허락하지 않기를 주님께 애걸했습니다. 그때 나는 스스로 위로하며, 내가 은총 안에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에 대한 그와 같이 열렬한 사랑과 엄위하신 주님께서 내 영혼에게 주신 이런 은혜와 감정은 대죄 상태에 있는 영혼 안에는 있을 수 없다는 말씀을 들었기때문입니다. (389쪽)

     

    * 이탈한 영혼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가장 큰 기쁨입니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더 잘 섬길 수 있는가를 배우는 것입니다. 고독은 그들의 기쁨이며, 누구를 만난다는 생각만 해도 괴로워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라 하더라도 그 만남이 천상 정배께 대한 사랑을 더 불붙게 해 주지 않는 한, 만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 가르멜 성모님의 규칙 (425쪽)

     

    * 나는 성체를 받아 모시고 미사에 참여했으나,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는 모릅니다. 나는 황홀경이 아주 잠시 동안만 계속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시계가 울렸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그 황홀경과 영광 속에서 두 시간이나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중에 나는 하늘에서 왔다고 생각되는 이 불, 하느님의 참사랑의 불을 경험한 것에 크게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겨우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때가 아니면 내가 아무리 그것을 얻고자 노력한다 해도, 그것을 얻으려고 몸이 가루가 되도록 애쓴다 해도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는 이 불의 불티 하나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472쪽)

     

    * 주님께서는 전능하시고 원하시는 것을 할 수 있으시니, 내가 매사에 당신 뜻을 행할 수 있게 해 주시옵소서. 주님께서는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여 여러 길로 그처럼 자주 지옥에서 끌어내시어 당신 곁으로 이끄신 이 영혼이 다시는 멸망하게 허락하지 마시옵소서. 아멘 .  (489 쪽)

     

     

     

    "저녁 기도 시간에, 어쩌면 하느님과 등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매우 슬퍼졌던 일이 생각납니다."
    저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너무 많은데 성녀께서도 그런 적이 있었다니 위로가 됩니다.
    저두요. 성당을 안 가니 이제 발바닥 신자도 아닌 저를 우짜면 좋아요. 그럼에도 '믿는 자'라고 굳세게 생각하고 있네요.
    좋은 책 잘 읽은 듯 감사해요
    몇년 전 테레사 수녀님 동상과 함께 사진 찍으며 감격했던 사진을 찾아봐야겠어요
    아, 그러셨군요. 반가운 사진 보러 갈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