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칠부능선 2022. 1. 17. 14:06

     페북에서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자가 작가다"라는 소신이라며 매일 긴 글을 올리는 양선규 님의 책이다. 

    매일 쓴 페북 글을 모은 책 6권과 수많은 저서가 있다. 

     재독, 삼독을 해야 진정한 가치를 발견한다는 말에 걸렸다. 그래서 최대한 천천히 읽었다. 읽다보니 반복, 강조하는 부분이 많아 재독의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쨌거나 나처럼 청탁이 아니면 안쓰는, 최소한을 쓰는 사람에게 경종이다. 댕~~ 

     

     

    * "아는 것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적어도 이 책 안에서는 그렇다. 좀 더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아는 것만큼 쓴다"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아는 것'은 인식의 영역이다. 그러나 글을 쓰다 보면 항상 무의식의 요구(강요)에 직면한다. 다른 말로, "글이 글을 부른다"라는 것을 실감한다. (53쪽)

     

    맞다, 책이 책을 부른다. 늘 생각했던 거다. 

     

    * 첫째, 스승의 역할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앎은 전수받는 것이 아니라 터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스승의 덕목은 오히려 무지이다. 

     둘째, 모든 인간들은 지능에 있어서 평등하다. 교육이 가능하려면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모두가 지능에 있어서 평등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셋째, 무엇을 터득하는 데에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가지 방식 및 절차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무지한 사람들의 방법은 '우연의 방법'이다. 결국 그것이 '보편적 가르침'의 방법이다. 

      - 박기순 <지적불평등? 브르디외, 당신이 틀렸어> 교수신문 512호

    (77쪽)

     

     졸지에 나도 글쓰기 강의를 하고 보니 저 말이 딱 와 닿는다. 스승의 덕목이 무지, 평등.. 맞다.

    내가 배우는 게 더 많다.

     

    * "글쓰기는 항상 모험인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모험이 아닌 글쓰기는 진정한 글쓰기라 할 수 없다. 미지를 향한 설렘이 없다면 평생 어떻게 글쓰기를 할 수 있겠는가?"  (106쪽)

     

    힘이 난다. 그래 모험 속으로. 

     

    * 안회의 역할은 공자의 가르침을 '황금의 언어'로 만드는 것이었다. 안회가 있음으로 해서 공자의 말은 지상에서 실현 가능한 가르침이 될 수 있었다. 하나의 이상적 주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구속하는 규범적 언명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199쪽)

     

    스승을 부끄럽게 하는 제자, 안회는 너무 일찍 떠났다. 

     

    *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읽은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읽을 것이냐'이기 때문이다.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된다. 책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책은 저절로 따라온다.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루마니아 출신 독일 작가 헤르타 뮐러는 유년 시절의 독서 체험을 묻는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은 가난한 농부였고, 책은 집에 없었다." 소를 키우던 아버지는 "소들은 제가 다 알아서 큰다. 책이 왜 필요하냐?"라고 말하는 이였다. 하지만 소녀 헤르타는 공허와 결핍을 느꼈고, "멈춰버린 채 고립되어 있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작가 나이 열다섯 살 때, 독재자 차우세스쿠가 막 대통령에 취임한 시점이었다. 그는 "독서는 내게 정치적 독재와 개인적 고립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털어놨다.  - 어수웅, 조선일보 기자, 양선규 <감언이설> 재인용   (288쪽)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밖에 안 읽었지만 그 이름만으로 가슴이 서늘하다.

     

    *주자학의 대가였던 송나라의 대학자 정이천 (1033~1107)은 인생이 3가지 큰 불행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고 한다. 

     첫째, 어린 시절에 과거에 급제하여 출세하는 것.

     둘째, 권세 좋은 부모 형제를 만나는 것.

     셋째, 뛰어난 재주와 문장력을 가지는 것.

     ... 무엇이든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특히 어려서 넘치면 주워담을 수가 없다.  (370쪽)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역설로 읽지 않을까 ?

     

    * 나이 든 자의 자기 확장은 포기와 사랑으로 요약한다. 헛된 신분상승과 소유에 대한 욕망, 잃어버린 기회에 대한 박탈감, 자신과 불화했던 환경들에 대한 원망을 모두 접어야 한다. 그런 것들을 포기하지 못한 자는 끝내 좁고 척박한 불행의  영토를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외롭게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된다. 그렇게 쓸쓸히 혼자 죽는다. 그래서 첫째가 포기다. 그다음 실천 요목은 사랑이다. 모든 죽어가는 것은 기본이고 그동안 내 주변에 있던 모든 사건과 사물들에 대한 동병상련도 절실하게 마음에 담아두어야 한다. (385쪽)

     

    어느 새, 나이 든 자가 되고 보니 눈이 번쩍 떠지며 가차없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심정적으로는 나이 든 자가 아니지만 보편성을 무시할 수가 없으므로. ㅠㅠ

     

    * 자신의 전부를 한번 걸어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내지 못하는 향내를 낸다. 그들이 쓰는 글에서도 쉽게 맡지 못할 향기가 난다. - 그라디바  (434쪽)

     

    전부 걸고도 내 글에 향내가 안 날까 조바심하지는 않으련다. 무취도 향내다. 

     

    * 예시문을 읽고 사랑에 빠지는 일보다 더한 마술도 없다는 소감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그 자신도 남을 감동시킬 수 있는 글을 반드시 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누구나 처음 마술을 배울 때는 다 서툰 법이다. 눈보다 더 빠른 손을 가질 수 있는 날까지 부단히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연습만이 대가를 만든다.  (440쪽) 

     

    그래서 나는 '천년 학생'을 자처한다.

     

     

     

     

    저도 읽어봐야겠습니다.
    네~~풍성해요.
    <수필미학>에 광고도 나왔네요. ^^
    창밖에 듬뿍 쌓인 흰눈처럼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네~~ 저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