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칠부능선 2022. 5. 13. 20:13

    오래 잡고 있었다. 쉬이 넘어가지 않는다. 아니 쉬이 넘길 수가 없다. 

    꼭꼭 씹어 먹어야 소화가 되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영양 많은 견과같이, 하루하루 양식으로 곱씹는다. 

    가까이 두고 자주 펼쳐 읽으며 나를 일깨울 것이다.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한 시대의 병은 사람의 '양식 변화'로 치료된다"고 말한 이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다. 그는 사람의 '사유'가 삶의 양식 변화를 일으킨다며 삶을 변화시켜야 진짜 철학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생각이 바뀌어야 삶이 달라진다. 하여 이 책에서는 동서양의 철학자, 그리고 경전과 고전문학 속에서 자신의 편견과 오류를 정정하고 바른 사유의 전환을 돕는 내 나름의 안구眼句를 뽑아보았다. 그러나 내 시야란 자신의 한계까지임을 밝힌다. 그동안 생의 기준이 되는 유용한 질문과 답으로써 우리의 몽매를 깨우친 삼현, 노자』, 장자』, 주역의 서를 특히 주목하여 나아가 인류의 스승들께 감사드린다. 

     <책을 펴내며> 중에서 

     

     

     

    *글의 분수

    '글에도 반드시 분수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자기 생각의 깊이에 알맞은 글을 써야만 어색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평생 수필만 쓰다가 '수필'이 된 사람, 매원 박연구 선생의 수필전집에 수록된 글이다. 2019년 11월 7일, 선생의 고향인 담양 조각공원 안에 문학비가 세워지고 제막식을 겸한 조촐한 행사가 있었다. 만추의 양광이 내리 쬐는 오후 3시, 곱게 물든 단풍이 주변을 에워싸고 하늘은 맑고 드높았다. 군에서 마련한 대금연주의 '소쇄원'은 창공을 휘돌아 굽이치는 대숲의 바람 속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시공을 초월한 자연의 한순간, 그 좌표 위에 함께한 자리, 20여 년 전, 강의 도중 선생의 음성이 들려왔다. "글에도 분수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넘지 않아야 ... " 꼭 나에게 하는 말씀 같았다. 자기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평가받기를 원하는 범인의 어리석음, 어쩌면 '글의 분수'란 삶의 분수와도 같은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 

    선생은 가난과 결핵으로 진학을 포기한 채 어느 관상가를 찾았다. "고스까이 밖에는 안 된다. 고스까이이기는 하나 군수 정도는 된다." 그날 이후로 선생은 '고스까이 정신'에 철저한 삶을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자신을 '수필의 심부름꾼'으로 자처하며 수필문학의 정착을 위해 힘쓴 결과 이 땅에 수필가라는 명패를 걸어놓을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해내었다. 

     (186 쪽)

     

     

    * 걷기와 침묵

     '걷기와 침묵은 나를 구원해주었다. 걷기와 침묵은 속도를 늦추어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게 해주었다. 침묵은 총체적이면서 독립적인 현상으로, 외적인 요소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한다. 나는 침묵 속에서 나 자신을 재발견한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존 프란시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워커에서 한 말이다. 표지에 '22년간의 도보여행, 17년간의 침묵여행'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212쪽)

     

     

     

    * 시련

     고통과 시련, 어느 것 하나 쓸모없는 것은 없었다. 가뭄과 폭우, 그것에 대한 도전과 극기가 여문 호두알를 만들었다. 나는 장엄한 오케스트라로 <환희>를 만날 때면 베토벤의 벽창호 같은 그의 참담한 고통을 떠올리며 누르기 벅찬 감동을 느낀다. 고통을 감내한 사람 좌복 밑에는 수북한 파지가 쌓이고 명저가 탄생하게 마련이었다. 사마천의 『사기』가 그렇고 정다산의 『목민심서』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유배지에서 쓰였다. 저 유명한 『주역』의 괘사도 문왕이 감옥에서 쓴 것이었다. 인생의 험난한 때를 어떻게 보냈는가? 더욱 근신할 것을 내 스스로에게 명한다.  (285쪽)

     

     

    * "마음을 기르는 데에는 욕심을 적게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적어지고 또 적어져서 적어질 것이 없는 데까지 이르면 마음이 비고 신령스러워진다"고 그는 과욕설에서 다시 언급한다. 그것이 바로 기심허명其心虛明이다. 토정 선생은 물욕을 경계하며 허심자명虛心自明 으로써 도학자답게 '일월과 더불어 그 밝음을 천지에 합할 수 있었'던 진정한 대인이었다. '허심자명'을 가슴에 담는다.  (310쪽)

     

     

     

     

     

                             출간소식 듣자마자 주문해서 샀는데... 보내오셨다. 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