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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2019. 7. 10. 21:18

데뷔작 빙산氷山의 내적인 춤 외 2

 

 

김 보 영

 

 

 

너른 바다의 푸른 수면 위로 떠오른

새하얀 얼음산에는 오직 바다에만 피는

마법의 야생화가 산다네

그 꽃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머리부터 뿌리까지

차갑고도 투명한 얼음꽃

늘 굳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참회慙悔

스러운 눈물만을 뚝뚝 떨구며 살지

소곤소곤비밀스럽게 너와 단둘이만

나누고 싶은 대화가 있다

저 꽁꽁 언 말없는 빙산이 다 녹기 전에

그리고 겨울의 매서운 아픔을 간직한

저 영롱한 얼음꽃이 다 지기 전에

우린 소멸해가는 저 커다란 얼음 덩어리의

최후의 발악만을 같이 지켜보자

포코 아 포코,

조용한 밀물처럼 서서히 펼쳐질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고상한

정적에 꽁꽁 싸여 진행될 그 몸짓은 그냥

빙산氷山의 내적인 춤이라

규정 지으면 좋겠다.

 

두번째 당선작


실존의 성향性向

 

 

 

낙조落照에 슬퍼하지 말 것이며 다른 어떤 것에도 괴로워 마라다만저물어가는 따뜻한 색감의 햇빛에 오늘의 사랑과 내일에 대한 기대와 내 삶의 의미만을 실어 보내라

 

뜨지 말래도 지는 해는 내일 또 뜬다아침에 뜨는 해는 새로운 희망이고 우리는 앞날에 대한 바람과 기대를 늘 곁에 두고 사니 행복하다

 

이 세상에서 숨 쉬는 생명체 치고 내면에 슬픔이 깃들지 않은 살아있는 생물은 단 하나도 없으리니… 우리는 어쩌면 이러한 서글픔과 외롭게 투쟁하기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하늘을 보시시 나는 저 새도 알고 보면 한낮 태양 아래 자신의 머리 위에 동그란 눈물방울을 이고 다니고흙 위에 제멋대로 피어난 버석거리는 저 들풀도 매일 밤 제 눈물 줄기에 가슴을 흥건하게 적신다

 

실존적 존재는 항상 자기 옆구리에 안타깝고 슬픈 마음을 애틋하게 끼고 사는데그건 그 대상이 삶에 있어서 모든 의식의 주체자이기 때문에 그렇다.


세번째 당선작


하얀 베개

 

 

 

세상 모든 것들이

새까만 보자기에 싸여지고

푸른 별 무리들 들판에 스러진

은밀한 밤이 찾아오면

온갖 잡다한 생각에 젖어

한 덩이 묵직한 상념想念

엎치락뒤치락 실랑이하던 나는

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순결한 느낌의

폭신폭신한 하얀 베개 위에

내 머리를 가만히 누이고서

힘겨운 이 세상 거짓말처럼 벗어나

새처럼 비행기처럼

머나먼 미지의 여행을 떠난다

 

현실과 허구가

과감히 교차하고

시공을 마구 넘나드는

뒤죽박죽 상태의

꿈이라 불리우는 세계의 침입자가 되어

베개 위에 나의 과거로부터

미래의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쏟아내고 있노라면

새털구름을 닮은 하얀 베개는

그저 묵묵히 내가 토해내는

수많은 모순 속 사연들

자유롭게 흘러가라

아무런 불평 한마디 않고

잘도 받아주면서

새벽부터 동틀 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누워있다.


심사평

<시 심사평>

 

 

김보영 빙산氷山의 내적인 춤」 외 2

 

 

월간 시사문단』 2019년 2월호 시 부문 신인상에 김보영의 빙산氷山의 내적인 춤」 「실존의 성향性向」 「하얀 베개」 세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첫 번째 당선작 빙산氷山의 내적인 춤을 보자면 김보영 시인은 유유자적 형태의 창작법을 구성하여 시의 연과 행을 자유롭게 했으며시적 의도가 오랜 습작으로 시인의 자유로운 퇴고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첫 번째 작품에서는 연과 행을 하나의 연으로 묶은 점과 실존의 성향性向에서는 5연으로 나누었고 하얀 베개」 작품은 2연으로 나누었다이런 작품들의 연과 행을 자유롭게 창작의 기법으로 썼다는 것은 시에서 독자의 시각을 의도적으로 시인이 창작한 것으로 보아야 하겠다시적의 의미에서 빙산氷山의 내적인 춤에서는 빙산을 시의 소재로 삼고그 빙산의 외형과 움직임에 대해서 시적 화자는 빙산의 움직임을 춤으로 묘사하였다빙산은 일반적으로 얼음덩이에 지나지 않지만 시인의 눈에서는 내적인 춤춤이라고 시로 승화시켰다두 번째세 번째 작품도 시의 소재와 시적 화자가 관조적인 시각으로 의미의 비유를 잘해 놓은 점은 점수를 높이 주고 싶은 심사위원으로서 의견이다.

당선을 감축드리며 멀지 않은 날 큰 시인이 되리라 믿는다.

 



심사위원 김후란 박효석 홍윤기 김용언 조성연 손근호 마경덕 황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