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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2020. 1. 27. 10:04

2.평론멍게라는 미물의 작지 않은 생명력

이인영

 

손근호 시인의 멍게는 사소한 것 같은 일상과 멍게라는 작은 미물의 생명력을 연계하여 사소하지 않은 상상력으로 쓴 시이다. ‘멍게에 대한 상식을 제공한다멍게는 우렁쉥이라고도 한다얕은 바다에 암석해소조개 등에 붙어서 산다생명은 약 3-4년이다손근호 시인은 바다와 술을 좋아하는 사람같다넓은 바다 한가운데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멍게의 탄생과 생명력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멍게 


손근호 


1

멍게는 뿌리로 통해 자라는 풀이 아니라

뜨거운 빛에 광합성하며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

삼 년 동안 바위틈을 움켜잡아서 버티며 호흡하는 동물이다

다리가 달린 그것도빛살보다 얇은 수염뿌리 같은 마음으로

움켜쥐고 서 있는 삶

멍게를 다시 바라보면

뿌리로 그 틈새 사이에 자라난 것이 아니라

모래바닥에 떨어지면 세월의 조류에 나부껴

비빌 언덕도 없이 외로워질까 두려워

삼년을 매달려 있는 것이다

멍게는 삼 년 동안 한 자리에서 돌에 매달려 있다가

움켜잡은 수염뿌리가 힘이 없어 모래사구에 떨어졌을 때

바다 속 파도그 조류에 낙엽처럼 굴러다닌다

멍게의 삶이 --끄졌다

2

아침은 늘 새 아침이다

새벽녘을 반가움의 들뜬 해녀가

영감 두 다리로 거느적 거느적 뒷간 가는 안심 잡아두고

뛰어가야지 하며 바다를 일으킨다

하고 바다 속

매달려 있는 멍게들 중에 모래사장에 뒹구는 한 마리 멍게를 줍는다

오후가 되면 숨비소리 쉬던 해녀가 따온

삼 년 묵은지 같은 멍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바위에 앉아 멍게 한 접시

시인 되듯 읊는다

못난 사람 말하길 멍게 닮았다

멍게 비빔밥처럼 맛나다

잃었던 입맛 돌아온다라고들

3

멍게의 삼 년 삶이 외롭던 향이라서 진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멍게 한 접시에

바다 보며 소주 한잔을 걸치게 되는 이유도

살짝 그 삼 년의 외로운 향이

코끝에 발라져 희석하기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나마 남아 있기에 즐기는 찰나이다

아무도 멍게가 삼 년을 수염뿌리로

외로운 바위를 옮겨 쥐었다가 낙엽처럼 떨어져,

깊고 깊은 심해에 떨어져

모래 바닥혹은 사구에 떨어져 사라진다는 것을 모른다

멍게처럼해녀처럼우리처럼.

2008년 손근호 시인의 작품


-손근호 시인의 멍게전문,시집『 월미도 갈매기2013년 그림과책

 

술에 취하는 고달픈 인생에 미묘한 맛을 선사하는 멍게가 되어 힘든 삶 속의 힘을 보여준다생명이 3-4년인 멍게조차 살려고 아둥거린다인간은 사소한 듯한 일상 속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그것이 울퉁불퉁한 못생긴 멍게의 못난이 인생으로 묘사된다.

숨비 소리는 해녀가 잠수 후 수면에서 고단 숨을 휘파람처럼 쉬는 행동이다. “오후가 되면 숨비소리 쉬던 해녀가 따온삼 년 묵은지 같은 멍게/지나가는 사람들이 바위에 앉아 멍게 한 접시/시인 되듯 읊는다”. ‘숨비 소리는 고단한 삶을 휘파람으로 승화시켜 이겨내려는 해녀의 메아리 같다해녀의 인어 공주 같은 신비함과 강인한 여인내의 느낌이 울룩불룩한 멍게’ 이미지와 연관되어 새로운 바다를 연상시킨다. “깊고 깊은 심해에 떨어져모래 바닥혹은 사구에 떨어져 사라진다는 것을 모른다/멍게처럼해녀처럼우리처럼.” 사라지는 것을 모른다는 것과 끝과 죽음을 연상시켜 끝을 모르는 인생을 멍게의 떨어짐으로 이미지화하며 멍게의 시나리오를 끝낸다.

 

 

'멍게'라는 미물의 작가의 상상력을 잘 드러낸 작품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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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2020. 1. 27. 10:02

1.평론작지 않은 주머니의 행복

이인영

 

 

손근호 시인의 외벽청소부 김씨의 주머니는 서울 서대문 농협 14층 건물의 외벽 청소부를 모델로 쓴 시이다보기만해도 아찔하고 안쓰러움이 전해지는 외벽청소부의 김씨 주머니가 불룩하다고 표현한다주머니가 불룩해지기를 바라는 시인의 바람이 불룩한 주머니에 반어적으로 투영되어 의미의 확장을 만든다.

 

외벽청소부 김씨의 주머니


손근호


서울서대문농협건물은14층건물의아침이다회색빛대기오염이진하게옷을입혀놓아오늘은외벽청소부김씨아저씨

물걸레질이다아슬아슬목숨건곡예를하고김씨아저씨주머니에아내와아이들이름이대롱대롱매달려있다

산다는 건 아찔하다

그러나 행복한 아찔함은 있는가 보다

그래서 죽지 못해 사는 사람에게도

죽이지 못할 조그마한 행복이 있는가 보다

주머니에 들어갈 크기의

자그마한 행복으로 인해

이 세상엔 죽는 사람보다 산사람이 많은가 보다

보험아줌마가이번달에가지고갈보험금도김씨주머니에서불룩하다지난달에장마라벽타지못해연체되었던

전기세도불룩하다김씨주머니는외벽의높은농협만큼두툼한주머니다해가서대문의교차로에서넘어가고 있다.


손근호 시인의 2003년 작

-손근호의 외벽 청소부 김씨의 주머니」 전문 

 

처음과 마지막 연에 띄어쓰기가 없다조여오는 외벽 청소부의 삶을 띄어쓰기를 안함으로써 더한 긴장감을 만든다서사적 마무리로 마지막에는 마침표를 찍었다아슬한 인생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주머니에 들어갈 크기의/자그마한 행복으로 인해/이 세상엔 죽는 사람보다 산사람이 많은가 보다” 행복은 작으나 위험과 힘듬은 큰 인생 앞에서도 죽는 사람보다 산사람이 많은 것은 행복이 작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말하는 것이다행복의 주머니가 작지 않아서 김씨는 아내과 아이들은 다 담았던 것이다지나치기 쉬운 고달픈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에대한 연민으로 시는 또다른 서정을 만들었다.

 


소외자에 대한 시선이 잘 드러난 시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