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원정대]

이기자 2008. 2. 20. 01:41

(인천행비행기안=베를린영화제원정대) 을 감았다 떼니 앞이 캄캄하다. 어느새 비행기 안은 암흑천지다.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 불빛이 어둠을 가르고 있다. 가방에 든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켰다. 지금 이 순간, 이 느낌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현재시각 1시13분. 체코 프라하에서 출발한 지도 벌써 5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제 7시간 만 지나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그러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그렇게. 지난 6일 동안의 유럽 여행도 그렇게 끝난다.

 

'끝'이란 생각을 하니, 괜스레 마음이 적적하다. 불과 며칠 전으로 돌아가 보자. 12일 오후,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탔을 때는 누구보다 설�다. 유럽으로 떠나는 첫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레드카펫을 봤을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이름이 난 독일 맥주를 매일 마실 수 있어 행복했다. 그것도 매일, 적어도 하루에 세 번씩, 매번 다른 종류로. 하지만 한편으론 "가서 잘 해낼 수 있을까" 항상 마음이 무거웠다.

 

결과는? 사실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계획했던 대로 현장에서 재빨리 많은 소식을 전하지 못해 정말 안타깝다. 열악한 인터넷 환경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 조금 더 잠을 덜 자고 시간을 쪼갰더라면, 더 많은 소식을 전할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아줬으면 한다. 적어도 그 순간만이라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말이다.

 

여행, 떠날 때는 행복하지만, 끝자락에는 항상 지독한 외로움만 남는다. 누군가와 만나고 다시 헤어져야하기 때문이다. 6일 전, 인천공항에서 이들을 처음 만났다. 원래 가기로 했던 사람이 개인 사정상 빠지는 바람에, 난 뒤늦게 행운을 얻었다. 그때는 참 어색했는데, 제법 많이 친해졌다. '유노윤호', '타블로', '강동원', '게걸반장', '태클녀', '관음보살' 등. 서로 별명도 붙여주고 부르다보니, 어느새 정도 많이 들었다.

 

특히 유난히 난 별명도 많았다. '김대리', '노총각', '걸출남' 등. 뜨거운(?) 관심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모두에게 별명을 붙여주겠다고 했건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리고 미안하다.

 

옛말에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고 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다시 만난다는 것을 믿는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미 수차례 경험해본 일이 아닌가. 그래서 당장은 서운하지만, 슬프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원정대를 인솔하느라 고생한 다음(daum) 문주원 과장님, CGV 김일진 과장님, 한진관광 이창성 대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2008년 2월 17일 일요일 새벽 2시12분,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자! 이제 좋은 곳에 취업해서, 얼른 결혼하자!>

좋은데로 결혼 먼저하구 얼른 취업해 ㅎㅎㅎ
결혼 먼저 해줄 아가씨가 있을까요? 취업 안 해도? ㅠ.ㅠ
청첩장 꼭 주세요 ㅋ
당연하지. 훗훗-
왜 내이름이 맨 끝이야.!. 보고싶다.~ 걸출남^^
원래 주인공이 제일 마지막인 거 아시죠? ^^ 저도 모두들 그립네요. 참 사람 인연이란.

 
 
 

[베를린영화제원정대]

이기자 2008. 2. 19. 00:44

 <마우스로 한 번 만지면 커집니다>

 

(베를린=베를린영화제원정대) 자! 어쨌든, 우리 셋(별똥대)은 그렇게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혹시 기억이 날지 모르겠다. 오래전 '랜드로바'라는 신발 광고에 나왔던 노랜데, 가수 '봄여름가을겨울'이 이런 노래를 불렀다. "바람 부는 데로/ 햇살 닿는 데로/ 우리 함께 이 길을 떠나자/ 이 길을 떠나자~" 당시 느낌을 설명하자면 딱 그랬다. 마치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가, 배낭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떨렸지만, 이상하게 기분은 좋았다.

 

2시간 남짓 베를린 시내를 걸었다. 목요일 오후, 우리 같으면 열심히 일하느라 정신없을 텐데, 이곳 거리는 여유가 넘쳤다. 길거리에는 예술가들로 북적였다. 분필 같은 것으로 대충 바닥에 커다랗게 네모 표시를 해두고, 스케이트보드 묘기를 펼쳤다. 한쪽에선 그림 그리기가 한창이다. 길 건너편에선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 몇이 모여 각종 악기로 신명난 가락을 뽐냈다.

 

 

 

도시 한 복판에 우뚝 솟은 '빌헬름 황제 기념교회'(Kaiser Wilhelm-Gedaechtniskirche)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교회는 '부서진 성당'로 더 유명하다. 세계 2차 대전 때 새로운 것들이 판치는 속, 예스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건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잘 어울렸다.

 

 

오후 4시30분쯤, 일행과 다시 합류하기 위해 주(zoo)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잠깐 지하철 얘기를 해보자. 이곳 지하철은 거리에 따라 권역별(A,B,C)로 요금에 차이가 있다. 지하철 1회 승차권 기준으로 했을 때, ▲Berlin AB 2.10 유로(2940원) ▲Berlin BC 2.30 유로(3220원) ▲Berlin ABC 2.60 유로(3640원)다. 심하게 비싸다. 이곳서 제일 싼 Berlin AB가, 우리 같으면 적어도 3번은 더 타고 남을 돈이다. 가격이 비싼 탓에, 단체 할인이 있다. 말이 단체지, 기껏해야 5명 정도면 살 수 있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포츠담 광장'(postsdamer platz)을 가기 위해, 역 안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서 'Berlin AB'표를 끊었다. 어떻게 끊었냐고? 물론, 독일어로 돼 있었지만, 가이드가 헤어지기 여러 차례 친절하게 알려줘 그림을 외웠다. 모르면 역시, 그냥 외우는 게 최고다. 표는 역 입구에 있는 카드인식기에 찍으면 된다.

 

사실 안 찍어도 별 상관은 없어 보였다. 국내처럼 역 입구에 출입차단기 하나 없기 때문이다. 순간, 지하철 요금도 비싸고, 여행인데 한번쯤 그냥 하고 싶은 검은 유혹이 물밀듯 밀려왔다. 가이드에게 살짝 "안 찍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가끔 사복 입은 검사원들이 검사하는데, 걸리면 40유로(5만6000원) 벌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흠, 한 번 장난치기에는 다소 위험해보였다. 그것도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아쉽지만 별 수 있나. 그냥 급(急) 포기했다.

 

 <사진=베를린원정대 '타블로' 제공>

 

지하철은 생각보다 작았다. 내부도 좁았다. 서로 마주보고 다리를 뻗으면 서로 민망할 만큼 거리가 가깝다. 등치큰 사람들이 어쩌려고 이렇게 만들었는지. 색깔도 단순하다. 지하철을 보는 순간, "참 '독일사람스럽다'"는 느낌이 확 밀려든다. 역사 내부 공기도 별로다. 이곳 특유의 눅눅함과 탄 냄새가 진동했고, 워낙 탁해 처음엔 몇 초간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이 사람들, 교통비 많이 걷어서 뭐하는지. 뒤 좀 캐보면 무언가 쏟아져 나올 것도 같다. 뭐 평생 살 곳도 아닌데, "알게 뭐야".

 

20여 분 뒤, 지하철을 탄 '별똥대'는 포츠다머 플라츠(potsdamer platz)역에서 내렸다. 이곳저곳 둘러보며 천천히 역을 빠져나와, 가까운 곳에 있는 '시네맥스'(cinemaxx 7) 극장을 찾았다. 이름부터, 대형 멀티플렉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역시나 그랬다. 이날 둘러본 '우라니아'와는 달리, 매표소부터가 국내 극장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극장 안도 오히려 우리보다 더 좋았다. 이날 오전 이곳서 영화를 본 다른 원정대 말에 따르면, 극장 크기부터 20~30% 정도 더 컸다. 좌석 앞뒤 간격도 앉아서도 성인 1명이 넉넉하게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다. 의자 색깔이 모조리 빨간색이지만, 촌스럽지는 않다. 느낌도 "국내보다는 푹신했다"는 평이 많았다. 말을 종합해보면, 대(大)형이란 말이 붙을 법했다.

 

약속 시간 30분 전, 시간이 애매해 극장을 나와 근처 쇼핑몰에 들렀다. 새로 지었는지 크고, 깨끗했다. 음료수를 사러 지하 1층을 걷고 있던 중, 깜짝 놀랄만한 일이 생겼다. '설마, 설마, 설마.' 눈을 비벼 다시 앞을 살폈다. 다시 봐도 그였다. 홍상수 감독이 찍은 영화 '밤과 낮'의 남자 주인공, 배우 김영호였다. 외국에서 같은 나라 사람만 만나도 기쁘다던데, 게다가 혹시나 만나지 않을까 기대했던 그다. 우리가 누군가. 베를린영화제원정대가 아니겠는가. 잽싸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다소 피곤해보였지만, 그는 친절하게 짧은 인터뷰를 해줬다. 사진도 찍고, 원정대를 위해 사인도 남겼다.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따로 썼으니 별도 기사 참조.

 

 

오후 6시쯤, 소니(sony) 센터 앞으로 일행이 탄 버스가 도착했다. 한진관광 이창성 대리님이 마중을 나왔다. 불과 몇 시간 떨어졌는데도, 다들 어찌나 반갑던지. "우리 김영호 만났어요!" 버스에 타자마자 이내 '별똥대' 자랑은 시작됐다. "장하다!! 별똥대여~!"

 

sbi@daum.net

 
 
 

[베를린영화제원정대]

이기자 2008. 2. 18. 17:34

(베를린=베를린영화제원정대) 우라니아 극장은 생각보다 단출했다. 대형 멀티플렉스에 익숙해졌던 터라, 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매표소 4~5개 정도가 있다. 극장 외벽은 투명한 유리로 돼 있는데, 그 주위로 동그란 식탁 등이 놓여 있었다. 의자는 매표소 옆 귀퉁이에 있는 게 전부였다. 장소가 좁기 때문에, 주로 서서 휴식을 즐기게 해 놨다.

 

대신 그 맞은편에는 상당히 넓은 공간을 마련해놨다. 겉옷과 가방 등을 맡아두는 보관소였다. 국내 지하철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네모난 철제 상자가 아니다. 나무로 된 대형 옷걸이가 기다랗게 늘어서 있었다. 국내에서 비싼 레스토랑에 가면, 들어가자마자 직원이 외투를 가져다가 맡아주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직원 2~3명이 카운터에 서 있다가, 손님이 다가가면 친절하게 옷 등을 받아다가 그곳에 걸었다.

 

 

사실 겨울에 영화를 보러 가면 겉옷 때문에 신경이 쓰이긴 한다. 입고 있자니 덥고, 벗자니 들고 있기 귀찮다. 국내서도 이런 시스템을 들여와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당장 돈벌이에는 도움이 안 되겠지만, 극장도 어차피 서비스다. 자기가 대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면, 자주 찾게 마련이다. 아, 가장 중요한 게 남았다. 가격은? 물론 '공짜'(for free)다.

 

허름하다 쳐도 명색이 극장,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 이곳도 북적일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오전 11시40분쯤, 전에 상영된 영화(Lady Jane)가 끝나 2층에서 사람들이 물밀듯 쏟아졌다. 사실 우리 같으면 맡긴 옷 빨리 찾아가려고 서둘렀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는, 하나 같이 여유로웠다. 함께 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줄이 밀려 있으면, 조용히 뒤에 섰다. "빨리 달라"며 소리 지르는 사람 하나 없었다. 행동은 느리지만, 평화로워보였다.

 

 

이곳 극장 입구는 2층. 로비 끝에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입구가 나온다. 표를 보여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두근두근' 베를린에서 보는 첫 영화라 흥분됐다. 그런데, 이게 웬일? 스크린이 생각보다 작았다. 게다가 그 앞에는 생뚱맞게 '붉은 커튼'이 쳐 있었다. '무슨 쌍팔년 대도 아니고 말이야.'

 

 

'중간쯤이 괜찮겠다' 싶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통로 쪽에 앉은 여성에게 "Excuse me"라고 한 뒤 몸을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고맙게도(?) 이 여자, 다리를 쩍 벌려 길을 내줬다. 지하철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우리네 '쩍벌남'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지나가기 쉽지 않았다. 몸을 세로로 돌려, 다리 하나씩 옮긴 뒤에야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 극장도 그렇지만, 정말 앞뒤 간격 좀 조금만이라도 넓혔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뿐만 아니다. 앞 뒤 의자 사이 경사도 거의 없었다. 의자에 곧게 앉으면 앞머리가 스크린을 가려 영화를 못 볼 정도였다. 제대로 보려면 엉덩이를 반쯤 아래로 내리고,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여야 했다. '설마, 이런 자세로 봐야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옆을 둘러봤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비슷했다. 옆에 앉은 한 남자는 앞 사람이 신경 쓰였는지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아, 한 가지 빠뜨린 게 있다. 우라니아는 국내와 달리 정해진 자리가 없다. 쉽게 말해, 선착순(fist come, first served)이다. 좋은 자리에서 영화 보고 싶으면, 일찍 와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이곳은 좋은 자리라는 개념이 필요 없는 듯했다. 경사가 거의 없어, 어느 자리에 앉아도 머리가 걸린다. 그렇다고 제일 앞자리는 너무 가까워 어지럽다. 그냥 적당히, 자세 조절해가며 보면 비슷비슷하다.

 

 

극장 안 얘기를 좀 더 해보자. 국내와 비교했을 때, 스크린에서 좌석 끝까지, 왼쪽에서 오른쪽 끝까지 거리는 더 길었다. 눈대중으로 보면, 한 20~30% 정도 더 컸다. 그래서 스크린이 더 작아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쌩'(生) 일반인의 눈으로 본 것이니, 태클은 걸지 말아주길 바란다. 비상구는 스크린편 양쪽에 하나씩 있었으며, 뒤에는 들어온 입구 하나뿐이었다. 합해서 모두 3개. 낮 12시 정각, 영화는 시작됐다. 벽 쪽에 켜졌던 작은 불빛이 하나씩 꺼지면서, 안은 서서히 어두워졌다. 스크린에 드리워진 붉은 커튼도 서서히 걷혔다. 영화 얘기는 나중에 따로 떼서 할 테니, 여기까지만.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날 밤, '붉은 커튼'의 비밀은 밝혀졌다. 일행과 합류했을 때 현지 가이드에게 물으니, 본래 우라니아는 "연극, 이벤트 등을 하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베를리날레 팔라스트'(Berlinale palast)도 원래 뮤지컬하우스였다"고 했다. 다른 원정대원들에게 그동안 "촌스럽다"고 떠벌이고 다녔는데, 괜스레 미안해진다. '미안해, 우라니아야'

 

sbi@daum.net

 

<사진=우라니아 극장 매표소>

 

 <사진=우라니아 극장 밖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