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기자 2008. 4. 12. 23:00
영화 줄거리
지금 이순간,당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카터 체임버스(모건 프리먼)는 갑작스레 찾아온 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어느 날, 대학 신입생이던 시절 철학교수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버킷 리스트’를 만들라고 했던 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46년이 지나 모든 꿈을 접고 자동차 정...
나의 평가
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꽤 괜찮아요
영화 감상평

둘은 결국 죽는다. 지독한 암 덩어리와 싸우며 세상과 서서히 멀어져간다. 하지만 묘하게도, 영화는 슬프지 않다. 여든 살이 훌쩍 넘은 두 노인은 심각한 얘기로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더니, 금세 농을 주고받는다. 마침내 세상과 이별하는 그 순간마저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도 이런 식이다. "어차피 길어야 1년, 남은 세월 못 해본 거나 다 해보자"며 둘은 병원을 뛰쳐나간다. 그리곤 전 세계를 무대삼아 자유롭게 누빈다. 영화 제목('버킷리스트(Bucket list)'·감독 롭 라이너)도 '죽다'의 구어적 표현인 '양동이를 차다'(kick the bucket)에서 따왔다. 세상과의 이별도, 둘에겐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놀랍게도, 둘은 전혀 모르는 생판 '남'이다. 억만장자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은 암에 걸려 자기 병원에 입원한다. 그곳서 자동차 수리공인 카터 챔버스(모건 프리먼)를 처음 만난다. 에드워드는 평생 쓰고도 남을 엄청난 돈이 있지만, 가족이 없다. 아버지, 남편 걱정에 매일 찾아오는 카터와는 정반대다. 에드워드는 한 잔에 5만원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코피루왁'(kopi luwak)을 최고로 치지만, 카터는 150원하는 '벽다방'(자판기)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말한다. 겉으로만 봐도,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지만 매일 밤 어금니를 꽉 깨물며, 뼛속까지 스며드는 지독한 고통을 이겨내며 조금씩 마음을 연다. 담당 의사에게 "길어야 1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은 뒤에는, 둘은 비로소 '친구'가 된다. 말 그대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아픔을 느낀 것이다. 실제로도 두 사람은 37년생, 소띠 동갑내기다.


'장엄한 광경보기. 낯선 사람 도와주기' 등. 카터는 46년 전 대학생 때의 옛 기억을 더듬어 노란 메모장에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는다. 에드워드도 한몫 거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와 키스하기. 문신 새기기. 스카이다이빙.' 종이에 적은 것들은 앞으로 여정(旅程)의 길잡이가 된다.


장면이 넘어갈 때마다 "그 짧은 신(scene) 때문에 설마 저기까지 갈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정말 간다. 두 사람은 전용기를 타고 다니며 초호화 세계여행을 떠난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서 사냥을 하고, 피라미드, 타지마할, 홍콩을 거쳐, 급기야 히말라야까지 간다. 해외촬영 했다하면, 시쳇말로 "뽕을 뽑는" 우리와는 많이 비교된다.


이름만으로도 '티켓 파워'를 지닌 두 명 배우의 뛰어난 연기 덕에 다소 비현실적인 스토리가 실제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 산만한 배를 하고, 잠망경 안경을 쓴 채 텔레비전을 보는 잭 니콜슨은 '이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 없다.' 모건 프리먼 특유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귓가에 맴돈다. "인생에 즐거움을 찾아라(finda joy in your life)."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http://blog.daum.net/6565464/6268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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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2008. 4. 2. 01:18

 

영화 '추격자'가 관객 500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개봉 31일만에 400만을 돌파했고, 1일(개봉 47일째)까지 470만3910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영화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글을 보는 지금도 전국 332개 상영관에서 '절찬리 상영중'이다. 얼마 전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인 워너브라더스와 리메이크 판권 계약도 맺었다고 한다. 국민 10명 가운데 1명은 이 영화를 보게 되는 날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냉정하기로 소문난 국내 관객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은 힘은 어디에 있을까. 이제는 '스포일러'(영화의 줄거리나 주요 장면 등을 미리 알려 영화의 재미를 크게 떨어뜨리는 사람) 부담도 거의 없으니, 조곤조곤 따져보자.

 

◆ 독하지만, 매력적인 두 남자

 

'추격자'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뚜렷한 이유도, 동기도 없이 '그냥' 사람의 목숨을 쉽게 앗아가는 연쇄살인범 얘기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금세 하품이 나올 법도 한데, 123분 동안 팽팽한 긴장감은 계속된다. 한 네티즌을 이를 "패를 미리 다 보여주고도, 판을 갖고 노는 영화"라고 했다.

 

그 중심엔 단연 두 남자가 있다. '엄중호'(김윤석)와 '지영민'(하정우)이 그들이다.

 

 

전직 형사이자, 출장안마소(일명 '보도방') 사장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은 낮은 목소리로 내뱉는 욕지거리는 귀에 착착 감긴다. 저급하지만, 연륜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대사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어색함이란 눈곱만큼도 없이, 본래부터 '중호'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미진'(서영희)의 딸, 은지(김유정)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안쓰러운 마음에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인간적일 수가 없다.

 

영화 속 하정우는 늘 어깨를 구부정하게 하고 걸으며, 눈에 힘을 뺀 채 어색한 '썩소'를 날린다.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항상 대통령 딸의 곁을 지키던 귀여운 훈남 보디가드 모습은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손에 뾰족한 정(丁)과 망치를 쥐어주면, 별안간 섬뜩한 살인마로 돌변한다. 공포에 질려 손을 바들바들 떠는 '미진'에게 "가만히 있어. 잘못 맞으면 아파"라고 할 때는 치가 떨릴 정도다.

 

반대로 초등학생이 반성문을 쓰는 듯한 자세로 웅크려 앉아 진술서를 쓰고, 비닐째 초콜릿을 까먹을 때는 한없이 천진해 보인다. 두 남자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정반대의 극과 극을 너무나 자연스레, 수시로 오간다.

 

◆ 사실적 소재, 기막힌 타이밍

 

'추격자'는 지난 2003년부터 1년여 간 연쇄적으로 21명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 살인마' 유영철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납치한 여성들을 망치 등으로 잔혹하게 살해한 방법도 닮아있다. 그래서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특히 영화가 개봉할 시점에 맞춰 '이호성 사건',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 등 강력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영화 홍보사 입장에서 보면,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하정우는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했다.

 

 

"솔직히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사건이 터진거야?'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인터뷰 때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서 촬영했다'고 하면, 팬들로부터 메일이 쏟아집니다. '유영철 사건의 유가족들이 멀쩡히 살아있는데, 그 역할을 즐기다니'라고요. '정말 힘들었어요'라고 답해도 성의 없다는 반응이 나오죠."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심스럽게 말 못했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분명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베일에 가려진듯한 그의 행보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알리는데 한몫 톡톡히 했다.

 

◆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는 음산한 코드.

 

영민이 사는 곳이자, 주된 범행 장소인 동네 이름은 '망원동'(望遠洞). 한자어 '망'은 '망자'(亡者, 망할 '망'), '망인'(亡人) 등을 떠올리게 해 제법 스산한 느낌이 든다. 나홍진 감독은 "망원이라는 한자 이름에서 잊힌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어 골랐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한자는 바랄 '망'자에 멀 '원'자를 쓴다. 실제 촬영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이 아닌, 성북동, 북아현동, 약수동에서 이뤄졌다.

영민의 휴대전화 전화번호 뒷자리인 '4885'에서도 음지(陰地)의 느낌이 강하다. 관객들은 중호의 "야, 4885 너지?"하는 대사를 최고의 명대사로 꼽았다. 그만큼 '4885'라는 숫자가 풍기는 이미지는 강렬하다. 여담이지만, 놀랍게도 이 번호는 나홍진 감독의 옛날 집 전화번호다.

 

미진이 잔인하게 살해된 곳인 '개미슈퍼'도 한몫 거든다. 이름도 친숙할 뿐더러, 오르막길 귀퉁이에 있는 거, 동네 사람들과 너나들이 하는 아줌마 등 작은 것들이 교묘하게 잘 맞아떨어지며 사실감을 더했다. 보는 이들에게 연출된 장소가 아닌 실제 우리가 사는 동네를 떠올리게 한다.

 

나홍진 감독의 연출력도 빼놓을 수 없다. 미진을 죽일 때 망치로 피튀기는 장면. 음향효과. 고개를 절로 돌리게 만든다. "최고의 신인감독이다"라는 평을 들을 만하다.

 

다만, 사라진 여자를 위해 자기 목숨까지 걸며 찾아나서는 이가 과연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매몰찬 현실이 한없이 안타까워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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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2008. 2. 4. 19:46

 ▲ 영화 '잠수종과 나비'(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에서 언어치료사 역을 맡은 '마리-조시 크로즈'가 치료를 위해 직접 만든 알파벳을 적은 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레카픽쳐스

 

유명 잡지 편집장에게 '불현듯' 찾아온 불행

 

"우(u), 에쓰(s), 아(a), 에(e), 이(i), 엔(n)…" 의사 말을 놓칠새라, 그는 입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원하는 알파벳이 나오면, 커다란 왼쪽 눈을 힘겹게 한번 감았다 떴다. 의사는 그가 고른 알파벳이 맞는지 확인한 뒤 종이에 옮겨적는다. 원하는 알파벳이 아니면 두 번, 다른 말을 하고 싶으면 재빨리 윙크 수십 번 날렸다. 그는 그렇게 대화했다. 단지 왼쪽 눈 하나로 말이다.

 

장 도미니크 보비(매튜 아말릭·이하 장 도), 불혹을 갓 넘긴 그는 세계적인 프랑스 패션전문지 <엘르(elle)>의 편집장이다. 시쳇말로 명함 한 장 내밀면 모두가 껌뻑 죽었다. 부족하지 않을 정도 재산도 있다. 하지만 불행은 정말 '불현듯' 찾아온다.

 

장 도는 아들과 함께 새로 뽑은 컨버터블 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하다,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 병명은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 온 몸은 마비됐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게 됐다. 움직일 수 있는 거라곤, 왼쪽 눈 하나뿐. 생경한 이름만큼, 알려진 치료법도 없다. 마냥 좋아지기를 바라며, 재활치료를 하는 것밖에 없다.

 

누가 봐도 절망적인 상황,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희망을 발견한다. 어쩌면 그는 육중한 잠수종에 갇혀 물 속을 헤메다, '바닥의 힘'을 발견한 것은 아닐까. 아주 밑바닥까지 내려가본 자만 안다는 바로 그 힘을 말이다. 몸은 비록 굳어있지만, 정신은 이보다 더 자유로울 수 없다. 누에고치를 깨고 화려한 날개를 드러내 하늘을 나는 나비처럼 그의 영혼은 세상 모든 곳을 누빈다.

  

 

▲ 영화 '잠수종과 나비'(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의 한 장면. 거울 사이로 남자 주인공인 '장 도미니크 보비'(매튜 아말릭·이하 장 도) 모습이 보인다. 그는 영화에서 왼쪽 눈 하나로 미묘한 감정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 ㈜유레카픽쳐스  
 

바닥까지 내려가 본 자는 희망을 볼 수 있다


링거를 맞으면서도, 아내와 함께 싱싱한 굴요리를 먹는 상상을 한다. 아름다운 여자의 탐스러운 가슴과 허벅지를 보며,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한 마리 발정난 승냥이가 된다. 영화 제목처럼, 이보다 더 자유로울 순 없다. 그 모습만 보면, "저 사람, 저거 아픈 거 맞어" 싶다. 참 속없어 뵌다.

 
놀랍게도, 그는 영혼의 발자취를 글로 옮겨낸다. 20만 번 눈을 깜박이면서 말이다. 단어 하나 쓰는데만 3분, A4 반쪽을 채우려고 반나절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이는 출판사 여직원 '끌로드'가 있기에 가능했다. 천사처럼 아리따운 그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비 옆에서 손이 돼줬다.

 

1년 3개월 뒤, 그는 <잠수종과 나비(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라는 책을 출판한다. 진심은 통하는 법, 이 책은 수십개 언어로 번역됐고,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줄리앙 슈나벨 감독은 이 모든 얘기를, 철저히 장 도 눈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 초반, 어렵사리 눈을 뜨는 그의 설정에 맞게, 자주 카메라 초점을 일부러 흐린다.

 

시선 밖에 벗어나면, 그 누구라도 화면에서 볼 수 없다. 이 때문인지 배우들도 너무 잦게 얼굴을 가깝게 들이댄다. 초반 상황 보여주기에 보내는 시간도 상당히 길다.

 

이 모든 이야기가 실화

 

이때가 고비다. 허벅지 꼬집어가며 이 위기를 잘 넘기지 않으면, 자칫 '재미 없는 영화'가 될 수 있으니 주의. 게다가 안타깝게도 감동 코드는 영화가 다 끝났을 때 나온다. 아무리 미괄식이 '빵'하고 터지는 맛이 있다지만, 너무 미괄식이다. 그나마 '빵빵' 터지는 장 도의 걸출한 입담이 있기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마지막으로 놀라운 사실 하나 더. 이 모든 얘기는 실화다. 스토리가 사실에 바탕을 둬서 그랬을까. 영화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쯤 가슴 한 구석이 유독 뭉클해진다. 좌절할 때마다 남의 탓을 하며 툴툴거렸던 자신이 새삼 부끄러진다. 14일 국내 개봉(시네큐브 6일).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