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 윤의섭-시와 수필

시 그리고 수필을 쓰는 것은 나를 즐겁게 합니다.

미산 시집 제2집 물매화 원고 1~59 (2013~2017)/필

댓글 0

미산시집

2019. 7. 19.

미산 시집 제2집 물매화 원고 1~59  (2013~2017)/필

 

1. 눈꽃이여 빛나라

2. 작은 소리부터 들어라

3. 뛰어라 준마야

3. 신춘 방우 新春訪友

4. 신춘 산행

5. 고난의 영혼

6. 난초의 멋

7. 비정규직

8. 유빙 流氷의 눈물

9. 두루미야 부탁해

10. 바보 우정

11. 달밤의 추억

12. 애국 愛國

13. 밤에만 오는 하느님

14. 개구리 문답

15. 춘경 문답 春耕問答

16. 첫눈을 기다리는 마음

17. 강산이 백의 白衣를 입다

18. 세한연무 歲寒煙霧

19. 고독을 찾아가는 산책 길

20' 허허심 虛虛心

21. 청마 靑馬

22. 설송도 雪松圖

23. 빙매 氷梅

24. 잔설의 계절

25. 매화꽃 붉게 피면

26. 겸허의 미학

27. 개나리

28. 봄날

29. 봄을 찾아가는 기차여행

30. 신록이 피는 강산

31. 매화 피는 봄

32. 박새의 외출

33. 울고 있는 진달래

34. 유정 유수 有情流水

35. 청명에 나무 심고

36. 슬픈 목련의 삽화

37. 봄꽃의 위기

38. 유정열차

39. 수원 가는 길

40. 강화 가는 길

41. 어버이께 이어받은 본마음

42. 괴로움을 없애고 즐거움을 베풀다

43. 수리가 날개 펼친 아름다운 산

44. 현충일 묵상

45. 감자꽃

46. 봄눈

47. 봄이 오면

48. 활짝핀 꽃이 말한다

49. 철쭉 군락

50. 열정의 계절

51. 고석정 孤石亭

52. 여주강

53. 천년의 울음

54. 풍만의 계절

55. 피서지

56. 여백을 넓히는 여름의 끝자락

57. 동면에서 깬 개구리

58. 정거장의 추억

59. 신록산책

 

................................................................

 

 1.눈 꽃이여 빛나라/미산 윤의섭

 

 한점 티 없는 수정 같은 백설이

온 누리를 덮었네

여명을 헤친 이 아침에

탄생의 터짐

동해를 치고 떠오르는 신태양

 

그대는 내 사랑 태양은 나의 것

백두대간의 꿈틀거림

소나무의 울림소리

동면의 숨소리

찬란한 꿈의 빛은 내 가슴에서 터지네

 

희고 작은 눈꽃의 알맹이들이여

회색빛을 거부하여라

아기의 혈맥으로

녹아들어 가듯이

이 강산 생명의 자양분이 되어라.

 

2. 작은 소리부터 들어라

 

눈이 덮인 산길을 들어가니

푸른 솔이 반기듯 맞아주고

 

흰 눈을 쓴 계곡의 조약돌은

숨어 흐르는 물소리와 속삭인다

 

마음이 아직 고프지 않음일까

나목의 울음이 들리지 않고

 

작은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가지 사이 뱁새가 살짝살짝 날아오른다.

 

3. 뛰어라 준마야

 

허리가 날씬하고

갈기가 아름다운

준마여

 

잘록한 발목

높은 굽

땅을 박차는 힘찬 기세로

 

질주 도약 역동의

큰 공을 세워라

 

3. 신춘 방우 新春訪友

 

오솔길 개울 건너 언덕 넘을 때

산까치 제 먼저 재넘어 날아가네

 

발걸음이 더딘 것은 벗의 미소 그림이고

마음이 고픈 것은 벗의 옥음 탐닉 일까

 

탁자에 마주 앉은 우정의 눈길은

따끈하게 달여진 다향이 이어주네

 

풍류와 시름은 묻지도 못 한 체로

그대의 격려에 얼굴만 뜨겁네.

 

4. 신춘 산행

 

정기 푸른 솔은 비탈에 있고

하얀 눈이 개울 물을 덮었네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나목은

백옥 같은 눈이 내려 목욕하였네

 

산새에 물어보지 않아도

나무의 향기로 결백을 아네

 

맑은 바람 스치는 설산에서

눈가루를 한 모금씩 마시며 가네.

 

5. 고난의 영혼

 

위령제도 없는 수백만의 망령이

비 오는 날이면 훌쩍훌쩍 운다고 합니다

바람 찬 휴전선의 초병에게 물으니 

화석같이 굳어 있어 대답이 없습니다

 

해묵어 말라버린 피와 뼛가루가 

묻히고 패이며 험해진 산줄기만 보입니다

뿌옇게 떠 있는 저 민둥산에는

옥수수 뿌리만 뒹굴고 있습니다

 

풀포기 도 말라버린 황폐한 땅에서

고난의 짐을 진 어린 영혼이

헐벗고 배고픔에 울고 있습니다

 

저주받을 인간의 교육 탓입니다

그들은 지구에서 사라 젔습니다

이념의 고집은 버려야 합니다

생명에 굴레를 씌우는 짓은

누구도 해서는 안 됩니다

 

일제 36년 수난을 알고 있습니다

분단의 아픔은 그보다 더할 수 없습니다

이제 만나서

이팝에 쇠고깃국 함께 먹읍시다.

 

 

6. 난초의 멋

 

난초 잎은 가늘고 길며

끊어질 듯 가냘프고

휘어질지언정 꺾어지지 않는 성정에

외로움을 넘어

 

허허로움마저 느낍니다

 

꼿꼿한 대롱에

아기 품듯 꽃잎이

홍옥 빛 얼굴로

다소곳이 머리 숙여

은은한 향기를 풍깁니다.

 

 

지조와 절의는 잎이 말하고  

절제된 고독은 대롱과 꽃이요

인내와 겸양은 뿌리에 있습니다. 

  

7. 비정규직

 

너는 누구냐?

비정규직이라고

한 솥의 밥 먹고 같은 일 하는데 

비정규직이라니

그 이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네

 

정규직은 철밥통이고

비정규직은 오줌통이냐?

한글 배우기 한두 달이면 깨치는데

15년이 지나도 비정규직이라니

 

너는 누구냐?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 그 이름

참 뜻의 이름 찾아

수습 修習의 예쁜 이름 골라지어라.

 

...............................................................................

사색 한 모금

고용의 유연성을 높여 경쟁력을 갖춘다는 명분 아래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고용을 악용하는 우리 산업문화가 참으로 불쾌하다.

더구나 현재 800만여 명이 비정규직으로 종사하며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자본시장의 상식으로는 기술과 숙련된 조직을 만들어

사업을 함에 숙련자와 미숙한 수습 자를 일정한 수준으로 구성하여 비용의

 경쟁력과 후계가 끊어지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는 것이 기본인데,

비용을 줄이는 데만 악용하는 불선 不善한 고용주의 잔꾀가 비극을 불렀다고 본다.

동반성장 정책을 한다는데 차별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을

바꾸기를 기대한다.

 

8. 유빙 流氷의 눈물

 

안개 덮인 서해안

임진강 하구의 저 유빙 流氷은

어찌하여 굉음을 토하며

주춤주춤 하느냐

  

얼음 조각들이

파도에 술렁이며

교활한 울림에

허우적허우적 울부짖는다

 

유빙의 눈물이 바다를 시새우면

그물 꽃게 통발 꽃게

서해 5도 어부들

풍어 꿈 깨질까 잠 못 이루네. 

 

 ................................................................................................

사색 한 모금

 

북핵 지하 핵실험의 소용돌이 뉴스에서 불안을 느끼는 서해 5도 해상경계선

임진강 예성강 하구에 떠 있는 유빙을 보며 마음이 착잡하다. 올봄의 꽃게

잡이는 평화로울 것인지, 풍어의 꿈을 꾸는 어부의 마음이 불안하다.

 

9. 두루미야 부탁해


어둠이 깃든 들녘

새들도 서둘러

잠자리를 찾아들 때


재두루미 하늘 높이

눈 내린 들을 지나
북녘으로 이어진

강을 따라 날아가네

 

개마고원 하늘을

느릿느릿 지나다가

얼음장 굶주림에

신음이 들리거든

 

자유와 안식의 날갯짓 

허공에 그려지게

휘영휘영 날거라.

 



 


 


 


 


 


 


 


10. 바보 우정


 


마음을 열어 진심을 들어내는


본심을 알고 나니


신뢰의 우정이 커가는 것을


알게 되었네


 


아름다운 우정


응당 하늘에나 있어야 할


아름다운 우정인데


인간이 몇이나 만날 수 있을까


 


넘어지고 울고 싶은


바보 마음을


알아주는 참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소박한 마음으로


다시 생각하여도


내 마음속


문제의 해답이 그 안에 있네.


 


.............................................................................................


사색 한 모금


우정은 사회성 동물인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최선의 관계인데, 교육과 현장에서 그리고,


사회 각계에서 경쟁 조장의 과열로 말리암아 청소년 성격 형성에 있어 적보다 우정은


뒤로 밀려나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와 물질 우선주의로 앞을 가린 사회 각계의 등과 登


科에 우정을 채점에 포함하는 것을 별로 볼 수 없다. 밀한 도시화로 숨 막히는 좁은 공


간에서 우정 결핍과 스스로 통제하는 자제력이 약화하여 자아 결핍의 치유를 제한받아


독고 獨孤와 자살로 내몰리는 사회 파괴의 현상이 일고 있다. 우정의 아름다움을 부흥시킬


사회구조를 찾아 내야 하지 않을까?


 



11. 달밤의 추억


 


오곡밥 나물 먹고


귀 밝기 술 한잔에


부럼을 깨문다는 정월 대보름날


 


흥 놀이 불놀이


대보름 달을 보며 소원 비는


풍속놀이 추억이 아련하고


 


고속도로에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만


반짝이며 스쳐 가네


 


등불을 끄고


자리에 누우니


창가에 달빛이 기웃거리고


 


밤바람에 차가운


강물 소리만


고요를 깨트리네.


   

12. 애국 愛國



 


스스로 우뚝 세운


이 강산 옥토에


내 마음 아로새겨 꽃 피운 나라



 


백두대간 줄기 따라


금수 감산 이루고


독도 마라도 바다 둘러 푸른 나라


 


피를 흘렸으며


땀으로 키워온


내 나라 내가 지킨 대한민국 만세


 


자존 自尊 자강 自强 공존 共存의


삼일 독립 정신은


내 사랑 나라사랑 대한민국 만세


  





13. 밤에만 오는 하느님


 


절벽 위에는 누가 살길래


벼랑에 떨어진 천사는 울기만 하나



 


배가 고파 울고


추워서 울고 병들어 울고


누구엔가 들키면 잡힐까 울고


천사의 울음은 하늘만 아네


 


풀뿌리 캐 먹은 배는 등에 붇고


남루한 옷은 몸에 붇지 못하니


제멋대로 늘어졌네


죽음의 바로 직전 숨소리만 탁해 있네


 


폐허가 된 황토 산하에


옥수수 뿌리만 뒹굴고


도둑질을 하려 해도


쌀독이 비어 있어


시래기 다발만 훔쳐간다네


 


굶어 눈이 멀어 훔쳐 먹은 죄


백 배로 천 배로 묶어놓고


고문과 학대 굴레 속에 눈물도 말라


중노동 흉노동 수용소 일과 죽음도 피해 가네


 



모진 학대 피하려고 내 나라 뒤로하고


두만강 여울의 물 반 어름 반


허우적허우적 어린것은 칭얼대니


초병에 들킬라 입을 막아 헤엄치네


 


울며 떠난 기억이 아물거릴 때


중국이냐 몽골이냐 헤매고 숨어 살며


공안이 잡아 넘긴다는 소문에


끔찍한 고문 상처 떠올리며 울기만 하네


밤마다 구원의 꿈 허사로다 꿈이로다


 


운이 좋아 구원의 손길 인연 닿으면


베트남이냐 라오스냐 남방 만 리 탈북 루트


눈 속 얼음벽 사막 밀림 대륙의 험로


생사의 경계를 넘고 넘어


또다시 다른 나라 옮겨야 하는 신세


지친 몸 마른 눈물 훌쩍훌쩍 울고 있네



 



진실은 가슴속에 묻어두고


가면의 억지웃음으로


거짓 인생으로 방황하네


두고 온 혈육에 울고


이국에 뿌린 인연에 우는데


밤에만 오는 하느님은 말이 없네


 


너는 누구냐


꽃제비냐 탈북자냐 난민이냐


제3 국 미아라고 버리려 하나


무엇이라고 이름 지어 살려야 하나


밤에만 오는 하느님은 말이 없네.


 





14. 개구리 문답



 



돌 틈의 잔설아


어린싹이 트는 소리를 


듣고 있느냐



 



눈 녹아 흐르는


개울 물소리야


도롱뇽의 알을 보았느냐



 



개구리 우는 봄날


나뭇가지 새움 치는


바람결이 물어본다



 



갈매기 날개 꿈의


강물은 깊고


기러기 가물가물 하늘은 머네.


 





15. 춘경 문답 春耕問答


  


흙냄새 뭉클뭉클


쟁기 밥이 뒤집히는


밭갈이 농부에게


나그네가 물어본다



 



여보시요 농부님


올해는 무슨 씨앗 심으려 하오



 




꿀이 나는 옥토에 풍년을 누렸는데


FTA 파고에 폐농할 근심 일어



울기만 할 수 없어


개량 씨앗이나 심어 볼까 하오



 




아낙이 샛 참으로 막걸리 내와


주거니 받거니


한 사발씩 들이키니


한숨 돌린 암소가 되새김하네. 









 


 


16. 첫눈을 기다리는 마음


 


금수산 능강구곡


그곳에 있다는


운폭 雲瀑이 보이느냐


 


눈을 만들다가


이루지 못한 이무기구름이


실수하여 내리쏟는 운폭이더냐


 


겨울의 새 옷이 될 첫눈이


오늘일까 내일일까


기다려진다.


 


17. 강산이 백의 白衣를 입다


 


홍익인간의 유구한 혼의 魂衣인가


민족의 색 흰 비단으로 짠 강산의 겨울옷


때 묻지 않은 맨살을 흰 눈이 감싸고 있다


 


결백의 성정이 흰 무늬로 아롱지고


바위산은 부드럽고 수풀은 싱싱하게


눈가루를 뿌리고 세한 歲寒을 기다린다


 


솔 푸름의 기개는 눈 속에 빛나고


나목의 강골 强骨은 대지를 꽉 물고


강산의 주인으로 당당하구나.


 


18. 세한연무 歲寒煙霧


 


작은 일을 앞에 두고 머뭇거리던


어리석은 방황이 물안개처럼 떠오르고


 


그렇다고 큰일 앞에서


열정을 내지 못한 것도 부끄럽구나


 


눈앞에 새로 나타나는 신사조를


읽지 않으려는 고집이 굽을 당기니


 


주름이 늘어가는 여윈 몸에


장수하는 마음을 다듬을 줄 모르네


 


물안개 속에 희미하게 솟는


붕어 물방울을


오리가 뒤쫓는다.


 


............................................................................................................................. 


시작노트


2013년 세모를 맞으며 올해 같은 격동의 뉴스를 많이 접해본 해는 근래 60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


그동안 꾸준히 진행한 압축 성장으로 급팽창한 경제성장은 빈부격차의 아픔이 들어났고,


 저 출산 고령화에 따른 사회변혁은 처음 맞는 역사적 소명으로 다가왔으며,


북한의 낙후로 핵 무장화 등 그들의 취약성을 비호하려는 쇄국으로 말미암아 남북대결의 이념


분열이 심화하여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여 혼돈스러움을 느끼며 한손의 안보와 한손의 생업에


애쓴 한해가 되었다. 새해에는 안개가 걸리는 투명한 세상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19. 허허심 虛虛心


 


마음을 비운다


 비운다


나목이 잎을 떨어내듯


모두 비운다


 


티끌만 한 잡념도


쓰레기통에 쓸어 넣고


이기 利己의 돌덩이도


기중기로 들어낸다


 


나목의 숲에


흰 눈이 덮이듯


마음의 알몸에


하얀 옷을 입는다.


 


20. 청마 靑馬


 


박력이 뛰어난 신의 전령


강인함과 생동감이 두드러진 상상의 청마 靑馬


올해에는 어디로 달리려느냐?


 


부산-서울 고속철도 1시간대에 달리듯


서울-평양-베이징 3시간대에 주파하는


대륙 길을 열려느냐?


서울-나진-시베리아 횡단 길을 내려느냐?


 


천마를 타고 온 기마민족


금방울 은방울 말안장에 달고


시베리아 담비 길을 또다시 달리고


대륙의 비단 길을 달려가고 싶구나.


 


21. 설송雪松圖


 


눈부신 흰옷으로 성장한 설봉들


창공을 뚫을 듯이


기개를 뽐내는 중에


 


혹독한 추위에 푸름의 윤색을


더욱 힘차게 뻗어냄은


솔 뿐일세


 


곡과 각이 분명한


줄기의 모습은


정의와 용기의 의연한 기상이고


 


척박한 돌 틈에 뿌리내림은


탐욕을 미워하는


은자의 심상일세


 


 


22. 빙매 氷梅


 


어름 속에 숨어 있던 매화 등걸


꽃봉오리를 붉게 내미는 모습이


소복을 입은 가인의 자태를 보는듯하네


 


소심 素心의 가슴을 두근거리며


고난과 인내를 유리 속에 반죽해 놓은 듯


고결함의 향기를 풍기며 울고 있네


 


북녘의 혹독한 삭풍의 겨울


얼음의 가혹함이 균열로 황폐해진 산하


해빙의 온풍을 증언할 얼음 속의 매화여.


 


 : 雪鶴氷梅라는 글은 신선(羽人)이 주관한다고 하는


      대자연을 노래한 고문(梅鶴堂記)이 전해지고 있음.


 


23. 잔설의 계절


 


봄이 오는 듯 순한 날씨에


잔설 틈에서 생명의 요정이 솟아오른다


 


백두대간 동쪽에는 폭설이 짓궂어


지붕을 무너트리고 인명을 앗아가네


 


금강산 이산가족 만남의 설렘도 잠시이고


기약 없는 헤어짐을 강요하는 우수광대여


 


60년 눈물 흘린 꼬부랑 할매의 지팡이


또다시 헤어지는 반역의 이산 연극


 


숯같이 검어진 움푹 팬 가슴팍을


누구에게 보일까


잔설아 녹기 전에 너는 보아두거라.


 


24. 매화꽃 붉게 피면


 


비로봉의 빙암 氷岩이 녹을 무렵


잔설이 흩어지는 바람이 불고


 


금강산 신계사에 양지 뜰에는


매화꽃이 봉울 봉울 얼굴 붉히네


 


남녘의 스님들이 올해도 올까


기다림만 궁금하고 소식 없이 없네


 


60년 이산 혈육의 한 서린 만남은 


온정각 안에서만 메아리치네.


 


25. 겸허의 미학


 


낮은 곳에서 사물을 보면


그 뿌리까지 살필 수 있어


전체를 보는데 부족함을 채워주고


 


열정과 극기에도 흔들림이 적으니


겸허의 낮은 자리는 성공하는 데 있어


훔쳐서라도 쓰는 도구이다


 


와 예 그리고 영혼이 신기에 도달하는


경쟁의 꼭대기에 가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 겸허의 미학이다.


 


26. 개나리


 


개나리 개나리


고궁의 담장 넘어


노랑노랑 피었네


 


지나가는 나그네


봄꽃에 취하여


걸음걸음 쉬어가네


 


너와 함께 꽃잎 따던


추억의 개나리


무상한 세월에 주름만 깊어지네  


 


개나리꽃 요염함은


기다림의 환생


어여쁜 눈물이 가득 피었네.


 


28. 봄날


 


냉기를 벗지 못한 바람이


이 밤을 춥게 하네


 


봄빛 찬란하게 꽃들이 필 때


꽃 대궐 공원은 불같이 타고


 


하얀 배꽃 신방에 냉해가 들어


과수원 농부의 가슴은 숯 같이 타네


 


봄빛을 밝히는 화려한 꽃들이


저마다 향기 뿜어 봄 춤을 추고


 


청춘의 사랑은 달콤하지만


이별과 실패는 매운 향일세.


 


29. 봄을 찾아가는 기차여행


 


 


부드러운 육질의 흙냄새가 풍기는


이 강산 여기저기 꽃피는 소식


차창에 얼렁얼렁 스치며 지나가네


 


새 물 푸른 앞강은 출렁거리고


강변의 버들가지 물을 차며 치렁치렁


보리밭 푸른 싹이 한 뼘이나 자랐네


 


경전선 기차 연변 풍광이 좋고


느릿하게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나그네의 마음은 봄기운에 설레네.


 


30. 신록이 피는 강산


 


아지랑이 어른어른


신록의 이 강산에


 


노랑 밭의 유채꽃은 확 펴지고


솔숲 사이 진달래 불 타는 듯 피었네  


 


버드나무 둥지의 까치 한 쌍이


새끼 먹이 입에 물고 교차하여 날아드네


 


겨울을 벗어 던진 나뭇가지에


연둣빛 파릇파릇 새잎이 나네


 


들에는 푸른 싹이 향기를 풀고


온산에 새잎이 눈부시게 솟아나네


 


하늘의 화공이 수채화를 그리는 듯


촉촉하게 젖은 채로 이 강산을 칠해가네.



 


 

31. 매화 피는 봄


 


매화야


 


너는 어찌하여


양춘 陽春 훈풍 마다하고


찬 서리 눈 속에서 향기를 피우느냐



 


빙벽의 삭풍도 놀라는


핵 폭의 공포가 뒹구는 어름 속에서


꺾이지 않겠다는 곧은 의지 보이네



 


매화야 매화야


너는 어찌하여 폭정도 견디며


공포도 견디느냐



 


고난이 아무리 심하여도


천 년을 두고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너의 기상 장하구나.


 




32. 박새의 외출


 


박새는 아주 작은 새이지만


가시덤불에 찬바람이 불던


추억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깃털이 연약하여 멀리 날지 못하지만


아주 작은 깃털 사이로 


봄볕이 스며들어 예뻐집니다


 


사랑의 몸짓은 찬란하고 맑으며


울음소리 공명은 풍경 風磬과 어울리니


박새여 너는 큰 새입니다.


 



33. 울고 있는 진달래


 


올해에도 분홍치마 물들여 입고


소나무 아래에서  피는 진달래


 


약산의 잔설 소식 그리워


산새 우는 소리에 눈물짓는 진달래


 


여린 꽃잎이 촉촉한 것은


고운님 추억의 슬픔이더냐


 


약산에 진달래꽃  어여쁠 때면


우는 듯 웃는 듯 이슬 영롱하였는데


 


그곳 그 자리에 그때와 같이


아름다운 자태 그대로이냐


 


어찌하여 긴 세월 먹구름 덮여


폭풍우 바람소리 그칠 날이 없느냐.


 




34. 유정 유수 有情流水


 


숨어 있던 아침 바람이


계류에 물을 따라


솔솔 내려올 때


물가에 걸터앉아


흐르는 물 바라보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유수 流水에 물으니


무어라 말을 할 듯



사랑의 선율이


돌 틈에서 속삭이네


 


물 씻김이 매끄러운


돌 틈에 흐르는 물


수정 같은 맑은 빛



고운 임 반기는 듯


여울 소리 아롱지네.


 


35. 청명에 나무 심고


 


하늘이 맑아 새로워지니


흙 속의 새 생명 움이 트고


나뭇가지 봄 싹이 맺히는데


 


심을 때는 조심스레 심지만


키울 때는 버려진 나무처럼


스스로 자라게 기다린다네


 



나무는 천성을 따라 키우고


그 성질을 알아주면 


좋은 재목으로 키울 수 있다네.


 





36. 슬픈 목련의 삽화



 



잔인한 미의 흰 꽃이 피는 것은


하늘이 맑아 오기 때문인가



 



혹독한 삭풍에 상처 난 비명을


삽화로 그리다가 실패한 것인가



 



허풍선을 터트리는 꽃송이


시새움 부풀음의 조롱 嘲弄인가



 



요염하리만큼 묘한 흰 꽃이여


찬란을 덮어쓴 꽃의 백미 白眉인가



 



향기 어디에 감추었나 나비가 의심하니


꽃 지기 전에 사랑의 교태를 부리거라.


 





37. 봄꽃의 위기


 


개나리가 피었네 눈부시게 피었네


노란 꽃이 송송이 주렁주렁 늘였네


 


진달래가 피었네 울긋불긋 피었네


소나무가 내려보니 부끄러워 붉히네


 


매화 꽃잎 흩날리는 낙화 우 뿌린 후에


사랑스러운 솜털 매실 씨방에 맺히는데


 


요귀의 꽃샘바람은 초목을 울리고


귀신의 뇌성은 먹구름을 흔들어 대네.


 






38. 유정열차


 


응봉산 진달래꽃 울긋불굿 필 때면


내 사랑 동행하는 유정열차 떠난다


 


개나리 주렁주렁 황금 주렴 이루고


수양버들 치렁치렁 차창을 희롱하네


 


강촌 푸른 물에 그림자 일렁일렁


주변의 미봉 美峰들이 물속에서 다투고


 


강변의 꽃나무들 손님이 조아할까?


저마다 시새워 뽐내기 치장하네


 


춘천 가는 길에 김유정역에 내려


금병산에 둘러싸인 실레마을 구경하네.


 


 


 

















 


39. 수원 가는 길



 


불 바위 관악 산록


진달래 피는 남태령 넘어



 


선비의 소맷자락 적셨다는


금정 우물에서 목을 축이고



 


지지대 고개 넘는 길가에


노송이 마중하네



 


팔달 문루에 펄럭이는 깃발이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정조의 효 잔치 어머니께 베풀던


화령전의 추녀는 단청만 빛이 나네



 


용지의 아름다운 방화수류정


북수 화홍문은 옥류를 토해내고



 


화산의 건융릉 불효의 눈물 흔적


하늘도 무심한 듯 오늘도 유유 幽幽하네.


 


 


40. 강화 가는 길



 


한강 하류 습지의 철새들 나는


강변로의 버들 향기


차창 안으로 불어주네



 


손돌목의 세찬 물결은


육지와 섬을 갈라놓고


외적 피한 행궁 터와 돈대 요새가 즐비하네



 


신록의 섬 제철 만난 바다에


꽃게 숭어 밴댕이 횟집이 술렁이고


 


소쩍새 우는 마니산 오솔길은


산책객이 고요히 사색을 즐기네


 


희미한 갯벌 건너 개풍 開豊을 보며


분쟁의 치유를 염원해 본다.


 




 


41. 어버이께 이어받은 본마음-素心



 



착하고 아름다운 본마음은


어버이 은혜로 이어받은 것이니



 



자식이 들려주는 소리 중에


절로 즐겁게 하는 소리는


글 읽는 소리일세



 



책 속에서 스승에게서


성현을 만나고 영웅을 만나고


멋진 인생을 만나는 것은 기쁜 일


 변화하는 것은 즐거운 일일세



 



그러나


변화가 아무리 좋더라도


타고난 본마음은 남겨 두어야 하네.


 


42. 괴로움을 없애고 즐거움을 베풀다


 


천 년을 쌓아온 공덕이


전국 명찰에 전해지는 것은


서민의 괴로움을 없애고 즐거움을 베푸는


불 제자들의 위업이고


 


수많은 외침과 정변으로


수난을 당하면서도


멸망하지 않고 이 땅의 주인으로


그 뿌리가 되도록 각성시켜준 공덕이 있네


 


이제 새천년을 향하여


다민족 사유의 다양성 세계화에


당당히 참여하는 큰 나라 이룩함에


귀한 정신으로 길이 이어 가기를...


 


 43. 수리가 날개 펼친 아름다운 산


 


 


태을 슬기 관모봉이 날개를 펴고


병풍같이 둘러친 아름다운 산



 



정재륜 숙정공주 터주 가리 당숲과


고색창연 수리사는 심신 닦는 성지일세



 



500년 노송은 사계절 푸르고


가로수 느티나무 여름 녹음 울창하네



 



영재를 잉태하는 수리산 정기


세계의 빙상영웅 김연아를 길러 내고



 



산본의 주택가에 맑은 정기 흐르는


아름다운 영산 수리산이 우뚝하네.


 



44. 현충일 묵상


 


착하고 인자 총명한 겨레에게


악귀의 저주가


강산을 후비고 지나가


수백만 인의 희생을 빚은


잊을 수 없는 6.25 동란


 


공산주의 소멸한 지금



누구를 위한 싸움이었는지




저승에 있는


일성 스탈린 모 毛에


물어보아도 대답이 없네


 


비가 오는 날이면


구천에 떠도는 원혼이


훌쩍훌쩍 운다는


잃어버린 유해 遺骸들을 어찌 헐고


현충원에 일부나마 모신 신위 神位 앞에


묵상에 잠기네.


 





45. 감자꽃


 


6월이 되면


가시 달린 보리 꽃 황금 파도 일렁이고


알 감자가 탐스럽게 흙 속에 영글었네



 



6월이 되면


모내기 보리타작 콩심기 연이으니


농가 부부 바쁘고 바빠 쉴 틈이 없네



 



6월이 되면


보리밥 풋고추 된장 찍어 먹고


앵두 살구 새콤달콤 햇과일 맛을 내네 



 



6월이 되면


악마의 유혹이 눈을 가린 대포 소리 들었고


땅을 가르고 피 흘린 아픈 흉터가 남아있네



 



6월이 되면


세세년년 대풍으로 오곡 추수 남는 곡식


주린 이웃 배 채워 줄 기아 원조 생각하네.


 


46. 봄눈


 




봄이 오는 것을 시새움 하듯


바람에 흩날리는 봄눈이 온다


 


바람이 먼저인 듯 눈발이 먼저인 듯


저마다 다투듯 눈앞이 어지럽다


 


버들가지 물이 올라 냇물을 내려보고


물속의 버들붕어 조약돌에 숨어드네


 


냇물 여울 소리 봄이 오는 듯 노래하고


눈발은 하염없이 냇물에 떨어지네.



 




47. 봄이 오면


 


춘설이 분분하여 오솔길을 가리니


봄을 찾던 나그네 발길이 불편하다


 


계류의 옥수는 돌을 씻기 시작하고


미리 나온 개구리는 눈망울을 껌벅이네


 


춘 희 春 嬉의 상상을 고대하는 마음


북풍이 어지러워 올뚱말뚱하여라.


 


48. 활짝핀 꽃이 말한다


 


꽃이 요염하다고 말하는 향기에 묻는다


너는 아느냐


진한 향기를 빚느라고 겸허를 다 빼버렸다


 


그래도 나는 손님이 나를 찾도록


깨끗한 몸뚱이에 촉촉한 꿀이 빚어야


향기 밭이 풍성해진다네


 


허무 허무의 인생아


너의 향기 밭은 어디 있느냐


겸허의 수행이 모자라 상기 아니 이뤘느냐.


 


49. 철쭉 군락


 


백두대간의 찬란한 영물이여!


철쭉 군락이 5월에 붉게 피니


지리산 바래봉 잔설 향기 취하네


 


삼천세 주목 군락 소백 산등에 서리고


태백산 제단에 향을 피우는 제관들


단군의 얼을 불러 나라를 부탁하네


 


금강산 산등에 등 굽은 낙락장송


남쪽 소식 귀 기울인 지 얼마인고?


산사 풍경소리 허무의 메아리여!


 


백두산 천지 검은 운무 걷어 내고


백두대간 서식처 호랑이 깃드는 꿈


이루려 하는 대망의 산줄기여!


 



50. 열정의 계절


 


신록의 싱그러움 훈풍을 품에 안고


숲 속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울음소리


 


지조의 나무 열매 매실이 향기 내고


추녀 깃든 참새 새끼 어미 따라 우네


 


번식의 계절이여 열정의 오월이여


세월은 여전한데 인생길 무상하네.


 




 




51. 고석정 孤石亭


 


현무 용암천이 굽이굽이 흐르네


한탄강 기암괴석 꺽정이 숨었다는


고석정의 풍광이 신록으로  덮여있네


 


한반도 중심이라는 철원 땅에는


궁예의 영쇠榮衰 흔적 천 년 전의 일이더니


휴전선 철조망이 60년을 울고 있네


 


 능선 넘어 금강산 가는 길은


푸른 평야에 옥구슬이 구르듯 아름다운데


아지랑이 아른아른 허공으로 차있네


 


52. 여주강


 


신륵사 앞 절리에서 바라다보니


남한강 물줄기가 반원으로 구비도네


여흥 땅 명승지 곳곳에 자리 잡아


인걸들의 발자취 많기도 하네


 


나라 잃은 황후의 한 서린 사연


민초의 글을 준 세종의 업적


가는 곳마다 명승이요 길지라네


여주 쌀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네


 


물길이 깊어지니 유람선 따라


강호의 탐방객이 끊이질 않고


잔잔한 파도에 시원한 물 냄새


피곤한 도시인의 마음을 씻네.


 


53. 천년의 울음


 


쇠둘레(鐵圓)란 옛 이름은 아는 이 없고


금단의 땅속에는 궁예 고성 숨어있네


 


피안에 이른다는 도피안사 아쉽고


왕건에 쫓긴 궁예는 명성산에서 울었네


 


김종오 9사단의 열두 번 교차 점령 큰 공이여


삼천 희생으로 일만 중공군을 격멸하였네


 


백마고지 전투에서 철원을 잃고


김일성이 고지에서 분해 울었네


 


전망대에서 바라본 휴전선 풍경


낙타봉 평강고원 손끝에 닿을 듯 하네


 


비무장지대 늪지에 두루미 울고


월정리 역의 녹슨 기차 백골이 운다.


  


 54. 풍만의 계절


 


보릿고개에 풀뿌리 삶아 먹고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살구나무에서


누런 살구를 몰래 따 먹고 얼굴 붉혔지


 


천수답에 물을 퍼대는 고역이 아니라면


뒷산에라도 올라가서


계곡에 익은 산딸기를 따 먹으련만


 


고난의 농사에 허리가 굽고


빈약해진 몸뚱이는 철을 만나도


회복하지 못한 채로 풍만의 계절을 꿈꾸었지.


 


 55. 피서지


 


매미 우는 나무 아래


멍석 바위가 누워 있다


 


뒷산의 숲에서 온


나들이 바람이


멍석자리를 할 듯이 지나간다


 


앞들의 논벼는 이삭을 잉태하여


둔한 몸짓으로 바람을 맞는다


 


더위를 피하는 번거로움 없이도


마을의 터전에는 한가로움에 차 있다.


 


56. 여백을 넓히는 여름의 끝자락


 


녹음으로 가득 채운 숲의 정령


작은 바람 불 때 마다 돌 틈에 이끼 끼고


 


맑은 물이 고이는 푸른 물가에


텅 비운 허공을 수평으로 떠안았네


 


독서의 삼매경을 정자 바닥에 깔고


매미와 합창하는 여백의 풍경


 


입속에서 흥얼흥얼 낭독의 유희


책장에 부드러움을 손끝에 부친다.


 


57. 동면에서 깬 개구리


 


솔숲 밑의 잔설이


녹아내리는 물소리가


귀를 씻을 듯 맑은데


 


동면에서 놀라 깬 개구리는


계류의 돌 틈에서


누구를 기다리나


 


탐욕에 오염된 


탁류를  만나면


임 찾아 나선 몸 휩쓸리지 않을까


 


58. 정거장의 추억


 


무엇인가 보따리를 들고


기차에서 내린 시골 정거장


타향에서 겪은 애환의 보따리


고향냄새에 가슴이 설레네


 


시골에 없는 좋은 옷 사서 입고


몸치장을 한 것이 속으로 걸리지만


성공과 실패담 차내의 풍경 떠올리며


역경의 간난신고 다시 생각하네.


 


59. 신록 산책


 


풀잎에 매친 이슬


아침햇살에 빛나고


햇까치 데리고


둥지를 나오네


 


햇물을 채운 앞논에


모내는 풍경


아카시아 꽃향기가


마을길을 덮었네


 


어슬렁어슬렁  발걸음이


산길로 접어드니


신록은 차양 치고


이끼바위에 석향이 산중의 주인일세.